동심파괴 절대 지켜
우리 집엔 산타가 안 와!
단호한 아이의 말에 섬세하고 다정한 엄마는 아니지만 동심만큼은 꽤 지켜주고팠는데 초등 2년, 벌써 산타의 존재를 알아차렸나? 내심 불안했다
- 왜? 왜 우리 집엔 산타가 안 와?
굴뚝이 없잖아!
산타 할아버지는 굴뚝 타고 와야 하는데 그래서 우리 집엔 못 와, 루돌프 파킹도 못해, 빈자리도 없잖아
그렇다 우리 집은 각 세대별 지정 주차 자리로 외부인 루돌프는 파킹 자리가 없다.
- 아냐, 산타 할아버지는 굴뚝으로만 오시는 건 아냐
문 열고도 올 수 있어, 한 해 동안 착한 일 했던 전 세계 어린이 집 열쇠 다 가지고 계시거든
아이는 꽤나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그럼.. 엄마.. 산타 할아버지는 혹시 도둑이야?
아이의 물음에 저항 없이 터졌다.
- 하하하 그게 무슨 말이야! 산타 할아버지가 왜 도둑이야?
택배 아저씨는 띠띠 벨 누르면 우리가 선물 받으러 가는데 (아들아.. 택배는 선물이 아니란다.. 엄마가 다 돈 주고 산거 란다..) 말을 하려다 순간 택배 올 때마다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아무 생각 없이 ‘엄마 선물’이라고 말하던 지난 내가 떠올랐다.
어쨌든..
모두 잠든 사이에 문 열고 살금살금 들어오면 도둑 아냐? 엄마는 도둑 못 들어오게 맨날 문 잘 잠그는데?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그냥 동심이고 나발이고 산타 커밍아웃하고 그동안 네가 너의 산타였으니 이제부터 너는 선물이고 나발이고 뭣도 없다! 이질직고나 해버릴까.. 욱 하는 발언이 입술 끝까지 맴돌았지만, 컴다운 컴다운..
아이의 궁금증을 가장한 혼란, 의문, 의심은 한동안 이어졌고 얼토당토 해명하고 설명하는 내가 그저 웃긴다
어쭈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동심 파괴 어디 한 번 해봐??
이 짜슥이!! 콱!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