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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Aug 28. 2020

엄마 만족이면 또 좀 어때!

이탈리아 몬테소리 유치원


엄마 만족이면 또 좀 어때!


당장 9월 신학기는 코 앞인데 새 학기부터 보내려던 학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번 연도 아예 오픈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제 어쩌지,,,


가정보육을 하자니 이 중요한 시기에(만 3세),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 둘을 혼자 케어하면서 내가 남편에게 힘들다! 징징 안 댈 자신이 없다.  



내가 잠시나마 느낀 이탈리아 학교 시스템은 흔히 ‘이럴 거다’했던 유럽교육방식보다는 놀랍게도 너무나 내가 경험했던’ 한국식’ 방식이라 혼란스러웠다 (로마에 있는 독일학교는 내가 딱 생각하는 교육시스템이었지만 비용면은 내가 생각한 기준점을 훨씬 웃돌았다/ 일 년에 2500만 원 수준)


정식 학교도 아닌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굳이 정해진 시간에 그림을 그려야 하고 체육을 해야 하고 놀이와 공부를 해야 하고,, 그래야만 하나 혼란스러웠다.

또한 고작 유치원 (3,4,5살)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는 생각 역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두어 달 다니던 어린이집을 다시 보내기엔 유치원 갈 나이에 왠지 우리 아이만 도태되는 느낌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이 또한 비용면이 문제였다 (한 달 70만 원 선)


고민의 연속이었다.


아이의 적응은 고사하고 그나마 합리적인 비용의 모두가 일률적 방식의 평균의 학교를 그냥 보낼 텐가,

이도 저도 모두 맘에 안 들면 징징대지 않을 각오 단단히 하고 가정보육을 할 텐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기필코 보낼만한 학교를 찾아낼 텐가,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 육아 선배님들께 고민을 토로했다


마침 가까운 거리에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 지인에게서 인근 학교 정보를 얻었다

지인 또한 인근 학교 중 이 곳이 가장 괜찮아 보이지만 이 코로나 시대에 (여행업) 수입이 현저히 줄어든 아버님에게 너무 큰 비용이 부담이라 걱정이라셨다 (나 또한 그렇다)


어린이집, 유치원 동양인 아이가 거의 없는 이 곳에서 가정 내에서 대부분 한국어로 소통만 하던 아이들이 학교라는 틀의 게다가 언어 또한 낯선 곳에서 기댈 수 있는 건 다정한 선생님일 뿐일 텐데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그것조차 너무나 어려웠던지(적어도 내가, 그리고 지인이 경험하기에)  유치원 아이들에게조차 마치 어른 대하듯 다정함이 부족한 거다

25명 이상의 정원에 선생님 한 분 (이 역시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담당 선생님 한 분에 보조교사가 있다고는 한다)

지치고 또 지쳐 선생님이 매일을 소리치다시피 하고 소리치는 선생님이 마냥 무서워 아이는 학교도 거부, 이탈리아어도 거부, 소리치는 이탈리언은 더더욱 거부하는 최악의 사태가 도래했다.

무엇을 위하여 이런 학교를 보내야 하는가?


나 역시 어린이집을 다녀야 할 아이 나이 22개월에 섣부른 판단으로 3세부터 다닐 수 있는 유치원을 보낸 적이 있다. 물론 아이의 적응은 당연히 실패 (물론 또래보다 훨씬 잘 적응하고 잘 지내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나의 아이는 그렇지가 못했다)

엄마와 아이가 떨어지는 건 아이 22개월 인생 처음이었고 당연히 순순히 떨어질 리 없단 것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찰떡같이 붙어 더더욱 캥거루가 될 거라곤 지레짐작도 못했던 터라 나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학교에서 적어도 선생님이 아이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주었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여전한 거다.

당시 클래스의 아이가 지극히 많은 상황도 아니었다.

8명의 아이에 담당 선생님과 보조교사, 충분히 케어 가능하다 봐 졌고 아이와 함께 일주일을 참관 수업했다.

3살 아이에게 옆 반에서 카세트 라디오 좀 빌려 오라는 심부름은 물론 (제법 큰 사이즈의 카세트 라디오였다) 물티슈 좀 가져와, 쓰레기통에 이 것 좀 버려줄래? 등 잦은 심부름에 과연 이 것이 교육적인 것인가 단순 선생의 편의인가 의문이 생기는 거다


하루는 놀이터 바닥에 분필로 낙서를 하며 놀고, 놀이가 끝난 후 지우기 위해 아이 개개인에게 물티슈가 주어졌다. 여기까지 별 문제없다 생각했다. 본인이 놀았으니 본인이 지우는 것도 어쩌면 학습의 당연함이라 여겼다.

한데, 아이들이 삼삼오오 바닥에 주저앉아 분필자욱을 열심히 손에 든 물티슈로 지우고 있는데 선생은 물티슈 한 장을 뽑아 바닥에 던지곤 발로 슥슥 닦는 것이다.

내가 예민한 건가?


고민이 많아졌다.

일주일을 아이는 매일을 울면서 등원했고 2주 차가 되면 조금 나아지겠지라는 기대감으로 계속 등원하길 원했다.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던 아이는 수업에도 참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런 아이를 딱히 참여시켜보고자 하는 선생의 노력도 없어 보였다. 이탈리아에서 학교를 다녀본 적 없는 어미는 이게 이탈리아 교육방식인지 내가 어디까지 관여를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학교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만큼 일단 그저 지켜보자 했는데


아이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별도 실내화 없이 외부 신발을 교실 안에서도 동일하게 신고 생활하는 곳)

아이의 엄마는 아이 바로 앞에 앉아 있었다.

선생이 다가오길래 당연히 아이를 일으켜 세우겠지 했는데 선생은 아이 몸 위를 그대로 껑충하고 넘어서 지나갔다. (드러누운 아이를 일으켜 세우질 않았다면 적어도 비켜 지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아이 위를,, 아이 얼굴 위로 선생의 신발이 지나갔다)


내가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기준에서 용납이 안되는 거다.

곧장 짐 챙겨 그 길로 학교를 나와버렸다.

학교 등록비 40만 원, 그달 원비 35만 원, 일주일을 매일같이 울고불고했던 아이와 생후 3개월생 둘째까지 데리고 다녔던 아이의 적응도 문제였지만 내게도 쉽진 않았던 길인데 그 하나의 행동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제 나이의 학교가 아니라 그런 거라며 부족한 어미라 뭘 몰라 애만 고생시켰다며 얼마나 속앓이를 했는지 모른다

제 또래가 있는 어린이집을 뒤늦게 등록하여 이 또한 한 달을 매일을 울며 등원했고 두 달째 차차 나아지나 싶은 찰나 망할 코로나로 학교는 닫아버렸다.


그리고 곧 신학기의 9월이 다가온다.

어린이집은 어영부영 졸업을 해버렸고, 이젠 정말 제 나이의 유치원을 가야 하는데 고르고 또 고른 학교는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아버렸다.


영어수업을, 스페인어 수업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냥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서 놀 수 있는 그런 걸 바라는 건데

이탈리아 학교는 왜 3살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스페인어, 독일어를 가르치고 정해진 시간에 그림을 그려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고,,, 한국 유치원도 이런 식인지 한국에서 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어 그 또한 모르겠지만 내가 다녔던 유치원도 이랬었나 싶게 생각이 많은 거다.



그렇다고 아이를 이대로 집에서만 돌볼 수는 없다

이 곳에서 태어났고 앞으로도 이 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이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라면 무조건 이 곳에서 여기서 적응을 시켜줘야 하는 게 부모의 몫 이건만 적응시키기에 비용이 정말 너무나 상당하다


물론 아무 곳이나 잘 적응해주면 가장 고마운데 아이의 성향이 그렇지가 않다

어린이집 정도의 특별한 케어는 아니더라도 아이를 조금은 지켜봐 줄 수 있고 딱딱한 커리큘럼 대신 아이가 즐길 수 있는 꺼리가 있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천편일률적인 방식이 아닌 개개인이 다르듯 자유를 주고 싶은 그런 학교를 찾고 또 찾다가 몬테소리 학교에 이르게 된다


몬테소리!


누가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몬테소리


처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도 중점을 둔 건 아니었지만 몬테소리 교육을 하는 곳이었다

(물론 아이는 어린이집 부적응+코로나로 인해 두 달밖에 다니지 못했다)

때문에 몬테소리 교육이 지금의 아이에게 어떤 득이 되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먼저 몬테소리 학교를 들러 본 지인의 첫 말 ‘자유롭더라’에 학교를 들러봐야겠다 싶었다.

코로나로 인해 이탈리아는 모든 것은 예약을 해야만 하고 8월 마지막 주 어렵사리 예약을 하고 다녀왔다.

학기 중이 아니기에 자유롭게 아이들이 수업을 하는지 어떤지 미처 볼 순 없었지만 그동안 탐방했던 학교들과는 책상 배열 자체도 다르긴 했다.

(그동안 탐방했던 학교는 나의 학창 시절처럼 교실 앞쪽에 칠판, 각 맞춰 줄 놓인 책걸상이었다) 유치원인데 말이다.


별다른 프로그램은 없었다

몬테소리 교구를 통한 놀이 교육이라고만 했다

그저 놀기만 하는데 비용은 다른 곳 2배에 육박했다

낯가림도 심하고 부끄러움이 상당해 먼저 인사하는 것 자체가 드문 아이는 이 곳이 꽤 마음에 드는지 스스로 인사를 하고 어린이집에서 단 몇 달이라도 경험을 해서 그런지 교구를 만져보고 능동적이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내겐 되려 신선할 만큼


고민은 끝이 없다

그저 자유롭기만 바랬는데 그런 학교를 찾았고 심지어 아이도 썩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그런데 비용이 전혀 눈치가 없다.

더구나 이 코로나 시대에 수입의 대부분이 줄어든 우리에게 말이다


비용을 맡은 남편은 엄마 만족이라 한다


- 당신의 비용 절감을 위해 비용에 맞는 학교를 보내면서 아이가 울고불고하는 뒤치다꺼리는 누가 다 하지? 아이의 적응은? 당신은 아이의 교육, 아이의 정신건강보다 무조건 비용절감이면 되는 건가?


목구멍까지 차 오르지만 전쟁만 부를 뿐


꽉꽉 눌러 참고 또 참는다


이 코로나 시대에 예상보다 비싼 학교를 보내면서 감내해야 할 건 비용을 맡은 남편도 물론이지만 큰 아이 때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둘째만큼은 어린이집을 일찍 보내겠다는 내 계획에도 당연히 제동이 걸리는 걸 왜 모르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환경, 낯선 언어에 대한 아이의 경계심에 대한 아이 성향과 정신건강을 고려한 나의 최선은 그저 엄마의 만족으로 치부되고 말아 버린다


그리고 엄마 만족이면 또 좀 어때!


내가 소위 명품질 하느라 사치하는 것도 아닌데!!

또다시 울컥하지만 참자 참자 참을 인을 새기자!


(몬테소리 학교를 보내겠다! 확신을 한 건 아직 아닙니다. 신학기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최적의 방안을 찾으려 오늘도 검색하고 또 검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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