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유치원 단톡방에 입성했다
아이의 유치원 단톡방에 입성했다.
짧게나마 다녔던 어린이집은 별도의 단톡방이 없었기에 학부모 단톡방은 처음인거다.
주변 육아선배님들 말씀처럼 이탈리아 엄마들로 이루어진 단톡방은 첫 날부터 활기찼다.
초대와 동시에 간단히 인사를 하고 남편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물론 충분히 그럴 예정이다.
남편이 걱정하는 건 물론 나 스스로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 버릇 개 못 주지,
나는 국외여행인솔자 였다.
투어 가이드와 인솔자로 남편 또한 만났고 지금의 이탈리아 생활 또한 하게 되었다.
국외여행인솔자 라 함은 패키지 여행팀을 한국 (인천)에서 부터 인솔하여 7박8일 혹은 그 이상의 유럽, 미주, 터키 또는 동남아 등등 모든 여행이 끝나고 다시 한국(인천) 까지 돌아오는 전체 코스를 케어하고 때때로 가이드도 하는 역활이다.
각 나라의 투어 가이드는 이 손님들을 보통 짧게는 반나절부터 길게는 3-4일동안만 만나게되지만 인솔자 경우는 전체일정을 함께하기에 수 많은 질문과 (개인적인 부분, 관광에 필요한 부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에피소드 또한 필요하다.
패키지여행은 정말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한다.
신혼부부일 수도 있고 어머님들 계모임 일 수도 있고 젊은 친구들도 삼삼오오 패키지 여행을 이용하기도 하고 기업의 단체 행사라든지 가족여행 등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며 여행의 시작부터 여행이 끝나는 시점까지 어느 누구하나 기분이 상해선 안된다. (즐겁자고 모두 떠나는 여행이니 그만큼의 만족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인솔자 저 마다 추구하는 방식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다소 깊진 않아도 정보, 지식 등을 다양하게 종류불문하고 습득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었다.
매일 아침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현재 여행하는 곳의 여행관련 정보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외에도 한국을 잠시 떠나 있는 일주일 사이의 뉴스기사라든지 주식관련, 날씨, 한국의 이슈, 쇼핑꺼리로는 어떤게 좋은지, 심지어 드라마 줄거리까지 나누었고 다행히 일을 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만족해주시면서 참 보람찼던 일이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몸에 벤 습관은 어떤 질문이든 미처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반응하여 대답하는 거였다. 사람들은 은근히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여행을 모두 마친 후 고객설문지에 항상 포함이던 사항이다.
인솔자의 능력은 충분하였다고 생각하는가?
만족스러웠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술술 대답하더라..
(이 대목에선, 그게 틀렸든 아니든 중요치 않고 질문에 막힘없이 술술이 중요함!!)
이러니 이 버릇이 지속 되겠는가? 아니겠는가?
일을 그만둔지 10년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대체 왜 이 버릇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나 조차도 너무 싫은 버릇)
현직 투어 가이드 남편은 (물론 현재는 망할 코로나로 백수 신분이지만) 늘 엄포를 놓는다.
우리는 둘 다 그게 문제라고.. 이젠 그만 좀 버리고 여느 티비 속 사모님 처럼 천천히 한 번 되뇌이라고
밤9시
아이의 유치원 단톡방 알림이 울린다.
한국 유치원도 아닌 이탈리아 유치원이다.
외국인인 나보다 훨씬 전문가 (물론 유치원 알림사항에 전문까는 필요없지만 어쨌든) 들이 수두룩한데 굳이 내가 답할 이유가 없다.
자동반사적으로 스와이프 하는 손가락을 움켜쥐며 천천히 심호흡한다.
하나, 둘, 셋, 후우, 넷, 다섯
단톡방이 열리고 다음주엔 정상 수업 진행이냐는 별 거 아닌 질문 아래에 시시콜콜한 여러개의 답변이 달린다.
잘 참았다.
참 별 거 아닌데 나름 잘했다고 별게 다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