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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Nov 09. 2020

해킹을 당했다

내 남편은 이탈리아 로마 우버기사 입니다. 



자정을 갓 넘긴 시각, 남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우버앱의 비밀번호가 뭐냐고, 운행중에 자동 로그아웃이 되었다고 했다. 

평소 나의 휴대폰에도 남편 계정의 우버앱은 깔려있던터라 금새 들어가보니 내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언젠가 메모장에 적어 둔 우버앱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확인하고는 미처 아무런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한 나는 내 휴대폰의 남편 계정마저 내 손으로 로그아웃을 했다. 

기억도 잘 안날 때 적어 둔 메모장 패스워드가 옳은지 먼저 확인한 후 알려주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다시 확인하십시오> 


아이디는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했지만 패스워드 업데이트를 하고 미처 메모장에 수정을 안했었나? 하며 우리 부부가 공유하는 모든 패스워드를 넣어보았지만 죄다 실패했다. 

패스워드 찾기를 시도해보아도 확인할 수 없는 이메일이라는 오류문구만 계속이었다.


11월 2일 월요일, 자정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운행을 마친 남편은 우버앱을 통해 알림을 하나 받았다. 

<새로운 프로모션이 도착하였습니다. 보너스 50유로, 받으시려면 지금 클릭하세요> 


얼마전 남편의 우버 운행횟수는 500회가 넘었고, 총5점 만점의 평점 중 4.94의 상대적으로 높은 평점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그에대한 보너스라고 생각한 남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프로모션 버튼을 클릭했다. 

아니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라도 이 코로나 시대에 무한정 대기 끝에 10~20유로 겨우 수입이 발생하는 현 시점에서 50유로 상당의 프로모션은 어느 우버기사라도 구미가 당길만 했을거다. 


프로모션 버튼을 누르고 얼마지 않아 우버라며 왓츠앱 메세지가 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버라는 대형기업에서 담당자 본인의 소속과 이름도 없이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정보로 점철된 왓츠앱을 통해 연락을 하진 않을텐데.. 


해당 프로모션을 위해서 몇가지 인증코드를 보낼거고 코드가 오면 메세지를 통해서 알려주면 프로모션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고 남편은 그의 지시에 따랐다. 

모든 적용은 완료되었으면 24시간동안 앱에 접속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때만해도 24시간 우버앱 점검을 위해 보상차원에서 50유로 상당의 보너스를 주는 것이라 참 단순하게도 생각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전체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여행객은 더없이 줄었고 사실상 하루 12시간 이상을 나가있어도 그다지 수입이 없던 남편은 되려 24시간을 마음편히 쉬었다.


약속했던 24시간이 지나고 우버앱에 접속하였지만 어쩐일인지 접속이 되지 않았다. 

왓츠앱 담당자로 보이는 자에게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정말 정말 미안하다, 내일 낮 12시에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음날 낮 12시에도 접속은 불가했다. 

스믈스믈 화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가있어본 들 아무리 벌이가 없다해도 나 스스로 나가지 않는 것과 나갈 수 없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 

불쾌감을 나타내니 담당자는 메세지를 비롯 음성메세지까지 남겨가며 너무너무 미안해했다. 


그래, 얘가 무슨 죄가 있겠니, 시스템문제가 있나보지! 

속도 좋게 좋은게 좋다며 넘겼다. 


11월 4일 수요일

우버앱 접속 불가한 지 이틀 째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 어딘지 모를 조금씩 이상한 기분이 드는거다.

왓츠앱 상의 연락처를 구글에 검색해보니 우버 회사 샌프란시스코 전화번호가 맞다. 

심지어 그 자가 전화를 했을 때 아이폰 역시 샌프란시스코 전화번호라며 알려주었다. 


기분탓인가 뭔가 석연찮치만 조금 더 기다려볼까? 

동료 우버기사에게 전화를 해 얼마 전 그런 메세지를 받은 적 있냐고 물었다 

그는 그 시각에 운행을 하지 않았었다고 본인은 잘 모르겠다고 했고 혹시 문의사항 있으면 페이스북 우버에 메세지를 보내보면 조금 빠른 답변이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 


오케이, 

당장 페이스북 우버에게 상황설명으로 가득한 메세지를 보냈다. 

그리고 날이 밝는대로 로마 우버지사 담당자 페데리코를 만나러 가리라 다짐했다. 


11월 5일 목요일 

오전 8:30분 큰 아이 유치원 등원을 시키고 우버 사무실로 직행했다.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혔고 옆 사무실 사람을 통해 이미 어제부터 사무실은 닫았고 앞으로 2주간 오픈예정이 없다는 소식도 들었다. 

뭐? 앞으로 2주동안도 문을 열지 않는다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그 자와 주고받았던 왓츠앱 메세지와 우버에서 보내 온 메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리체크했다. 그리고 알았다. 

처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보너스 프로모션에 관한 수락이 있고 그 자와 처음 왓츠앱을 통해 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인증코드를 보내준 직후 이메일이 변경되었다. 

물론 자동메일이었겠지만 우버에서는 우리에게 힌트를 주었었다. 

<너의 이메일이 변경되었어, 만일 네가 한 일이 아니라면 아래 링크를 눌러줘> 


그 자는 남편 계정의 이메일 자체를 바꾸었다. 

내가 기록해 준 패스워드의 옳음은 애초에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계정 자체가 달라졌기에 남편 계정의 이메일, 그리고 패스워드로는 당연히 접속조차 불가했다. 


해킹이었다.   

남편의 우버 계정은 해킹을 당했다. 






- 이탈리아에서 여행업을 하고 살면 평생 최소 밥 굶을 일은 없을 줄 알았건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탈리아 로마 투어가이드 였던(?) 남편이 코로나 백수 또는 로마우버기사로 활동을 한 지도 어느새 반년이 훌쩍 지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전역의 바캉스 시즌에 반짝 활기를 띄던 우버영업도 휴가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멈추었고 그야말로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야하는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남편은 하루 12시간 (우버에서 하루 영업할 수 있는 시간 최대 12시간/ 이후는 안전상 무조건 12시간 쉬어줘야 합니다) 꼬박 로마 우버로 일을하지만 그 수입은 정말 말도못할 만큼이건만 눈치도 전혀 챌 수 없었을만큼 그 시작은 완벽하게(?) 우버계정 해킹까지 당하였습니다. 

도움을 얻고자했던 로마우버 사무실 또한 코로나 사태로 2주간 휴가에 들어가버렸고 오로지 우리 부부의 힘으로 해킹임을 알아차리고 우버측에 알리고 피드백을 받고 계정을 다시 되찾기까지의 여정을,,

조금씩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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