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차량털이를 당했다
남편은 NCC라는 (관광객 전용 택시) 를 운영하며 투어를 진행하는 이탈리아 투어 가이드이다.
영업용 차량을 넘어서 남편의 차 관리는 꽤나 애지중지한 편이다.
이탈리아살이 16년차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개인손님과 일정을 함께할 때는 차 주변을 오래 비워야하기에 매 식사도 제대로 못할만큼 지키고 또 지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하는 건 한순간이었다.
특히나 무식하고 발전도 없는 이탈리아 차량 털이의 전형적인 수법에..
피렌체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려는데 타이어 바퀴가 주저 앉았다며 남편이 사진을 보내왔다.
이번 일주일 넘는 장거리 행사에 그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코로나로 여행업이 멈춰 그 어느때보다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일부러 로마에서 갈아끼우고 출발한 새 타이어였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서둘러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를 해야하는 상황, 늘 신경을 곤두세우는 만큼 자켓도 눈 앞에 두고 작업을 한다고 했음에도..혼자서 타이어교체와 소지품 지키기 두가지는 역시나 불가능했다.
망할 것들은 자켓을 훔쳐갔다..
불상사는 자켓 속에 지갑이 들었다는것이고,
약간의 현금과 한국, 이탈리아 신용카드, 체크카드, 각종 투어가이드증을 비롯한 운전면허증, 신분증 전체를 잃어버린 그야말로 남편 신분 모두를 잃었다.
그자리에서 113(경찰) 신고 했지만 지들이 출동하는 것보다 네가 와서 신고하라는 멍멍이소리 시전을 시작으로.. 도난 10분만에 망할 것들은 이태리 신용카드로 1000유로 가까이 긁었다.
인종 차별 주의는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욕을 안할 수가 없었다
소피아이스탄불 ㄱㅅㄲ
밤새 이것저것 도난신고와 정지로 혼미했고 여전히 남편의 일정은 남았기에 아침 재빨리 타이어수리부터 하러 갔건만 대 못이 박혀 그저 운전 과실이라 생각했던 어젯밤의 우려와 달리 못은 못대로 박고 칼로 타이어도 찢어논 그야말로 노린 수법 자체였다.. 홀로 타이어 갈고 있는 남편을 주시 했을테고 자켓을 훔쳐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터..
그나마 다행이라 여길 건 벗어둔 자켓 아래 6000유로 시계도 함께 벗어뒀었는데 그건 미처 몰랐던지 시계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던 것과 차 키와 휴대폰은 바지 주머니에 있었다는 것
경찰서에서 신고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들의 결제문제는 실시간으로 전송이 되고 있었다
잔여 일정 소화를 위해 임시 면허증 발급부터 동분서주 바쁜 남편, 오늘 생일인데..
생일 빵 오지게 했다 증말
카톨릭 신자인 우리는 어려울 때마다 ‘이겨낼 수 있는 고난만 주시는 주님, 이번에도 주님은 다 뜻이 있으시겠지요?’ 하고 주님의 뜻대로 행하겠노라 하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물론 이겨내고 다시 웃을 수 있는 고난이지만 유독 자주 고난을 주시니 더 깊이 기도해야겠다는 다짐 뿐이다
급한 불을 끄고나니 많은 것이 아쉽다
참 잘어울렸던 버버리자켓도 아쉽고
손 때 가득 묻은 페라가모 지갑도 아쉽고
몇년 전 생일날 처제가 사 줬던 페라가모 손수건도 생일날 잃어버렸다며 속상해하는 그를 곁에서 안아줄 수도 없는 이 상황이 나도 참 속상하고 아쉽다
아직도 꽤 긴 일정이 남은 남편이지만 모쪼록
조심히 행사 잘 마치고 안전하게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돈은 또 벌면 되지..
이태리 행정상, 신분증은 올해 안에 과연 가능할까?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