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투어 스케줄로 정신없는 와중에 차량 대시보드에 요소수( Ad Blue) 경고가 떴다.
요소수 충전한 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잠시후 이번엔 경고문구가 대문짝만하게 떴다.
‘ 주의! 800km 주행 후 차량 멈춤 ‘
“망할.. 또 말썽이네 또 말썽이야”
마지막 투어가 끝나고 이틀 후면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로 약 한달간 한국을 다녀와야했고, 다시 로마로 복귀하고 이틀 후엔 투어 스케줄이 또 예정되어있었기에 차량 점검을 받을 틈이 부족했다.
(이탈리아에서 차량 점검을 받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코로나 시즌 아니었다해도 즉시! 라는 건 드물었지만 더욱이 코로나 핑계를 대면서 예약을 해라..(한데 그 예약이 보통 2주 길게는 한달 넘게 잡아주는 편) 막상 정비에 들어간다 해도 최소 꼬박 하루는 차량을 맡겨둬야하건만.. 속시원하게 해결된 적이 거의 없다)
그래도 800킬로미터 주행 후에 차가 멈춘다는 경고는 불안했기에 서비스센터로 향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빠른 점검을 부탁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응, 한달 후에 와, 너 한국 갔다가 돌아오는 그날로 예약해둘께’
당장 한국행은 결정되어있던 터라 별다른 방법도 없었다. 별거 아닐거야, 다녀와서 점검받으면 될꺼야, 애써 남편을 위로할 수밖게…
로마공항에 도착해 집에 트렁크만 내려둔 후 서둘러 서비스센터로 향했다. 이미 한달 전에 예약해 둔 차량점검날이었지만 3시간을 더 기다린 후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
어떠한 문제로 인해 이런 경고가 뜨는지 물었지만
‘컴퓨터 연결해서 알아보자’ 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들은 늘 이런 식이었다.
매번 차량 문제로 서비스센터를 찾을 때마다
‘ 우리 차는 모두 자동화기계시스템이라 컴퓨터 연결해보면 어디가 어떻게 문제인지 단번에 알 수 있어! ‘
하지만 단 한 번도 속시원하게 해결한 적이 없는 것이 더 화가 났다.
테크니코 (기술자) 실력이 정말 최악인 건지..
게다가 이탈리안의 특성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게 그들은 정말 일을 제대로 안하는 편이기도 했다.
늘 핑계.. 그리고 회피.. 그러면서 비용은 늘 무지막지 했다.
(유명)독일차에 대한 있던 없던 모든 환상을 그야말로 와장창 깨기에 너무나 충분한 메이저 브랜드 B사.
결국 그들은 약속했던 그날 역시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컴퓨터 연결만 하면 문제가 뿅 하고 나타날 것 처럼 하더니..
이런 속터지는 상황이 내심 미안했던지, 800킬로미터 주행 후 멈춘다던 차는 그 사이에도 주행이 계속됐고 잔여 400킬로미터 정도 남았을 때 어찌저찌 다시 800킬로미터로 리셋이 되었다.
‘이대로 자꾸 리셋이 될건가?’
의혹은 점점 증폭되고 뾰족한 방안은 없고 답답해 미칠 것 같던 그 때쯤, 마치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B사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소수 (Ad Blue) 센서 중 NOX (녹스) 라는 부품의 문제라고 했다. 부품을 갈아끼우면 될 간단한 문제이고 부품비용은 500€ (약 70만원) 공임비 400€ (약56만원) 총 900€ 정도라고.. (도대체 니들 손은 금손이더냐!! 무슨 공임비를 부품값 만큼 받아 쳐..먹..냐..!!)
비용을 떠나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하는 영업용 차량이기에 앞 전처럼 리셋이 또다시 될 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기다릴 수만은 없기에 속은 쓰리지만 ‘오케이! 언제 정비소 들를까? ‘ 하니 돌아오는 답변이 가관도 아니었다.
‘없어! 부품이 없어, 오더는 해둘건데 언제 올지는 우리도 모르겠어, 이 부품이 현재 이탈리아 그 어디에도 없고 독일에도 없데, 유로존 어디에도 부품이 없어..’
미친.. 진짜 확..
일전에 한국 언론에 보도 되었던 (물론 이유는 다르지만) 골프채로 B사 차량 후드려 패 던 그 아저씨 마음을 정말 십분 공감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망할..B.. 아오..
솔직히 억울한 점이 한두개도 아니었다.
영업용 차량을 떠나 남편은 차량관리를 정말로 애지중지 한다.
차량 망가진다며 타 지역 갔을 때를 제외하곤 주유도 혼유하지 않고 로마에 딱 한 곳, 그 곳에서만 주유를 하고 요소수 또한 시중에 저렴한 것들 절대 안 넣고 꼭 B사 서비스센터에서 파는 정품! 그놈의 정품 꼭 따져서 넣어왔는데 4년만에.. 그래 뭐 4년이면 고장이 날 수 있다고 치고 차량 자체가 단종된 것도 아니고 현재도 동일 모델 차량이 나오고 있으며 B사에 요소수 차가 어디 이 모델 한 대 뿐인 것도 아닐텐데 차량 부품이 없다는 게 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독일이 어디 멀어서 부품을 못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이탈리아를 떠나 본산지 독일, 더 나아가 유로존 전체에 부품 하나가 없다는게 대체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거다.
물론 밍기적 거리는 이놈의 B사 기술자들만 믿고 있긴 그래서 몇몇 정비소에 문의도 해보았지만 그들 역시 부품이 없다고 그나마 드물게 들어오는 부품은 응급상황 (가령 119 라든지, 병원 앰뷸런스 라던지) 에 우선 배분 된다고 하니 이해는 하지만 이것도 코로나 영향인거야??
기약없는 부품을 독일 본사에 주문해 둔지 한달 째,
남편은 그야말로 기약없는 백수신세가 또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도무지 이해도 안되고 화도 못참겠던 남편은 동종업계 이탈리안들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단 것도 알았다. 그리고 생각치도 못한 해결방안도 얻었다.
독일 메이저브랜드 B사의 정비기술자들도 부품탓만 하며 하지 못한 수리를 결국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잔머리로 해결했고 차는 아무런 문제없이 주행이 가능하다.
매번 이탈리안의 일처리 속도와 방식에 치를 떨면서도 또 어느 한 구석에서는 모든 것이 해결되는 그야말로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이 곳 이탈리아에 그래서 여지껏 살아내는 건지도 모른다.
한국가서 정비기술을 배워와서 진짜 코를 납짝하게 해주고 싶다!!
망할 B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