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한 방은 언제나 예고도 없이 훅! 하고 들어온다.
가령 자가를 구입하기 위한 대출조건 중 맞벌이 유무라던가?
이탈리아살이 11년차 자가를 구입하기 위하여 몇차례 시도를 해보았지만 번번히 실패,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현금보유량이 많아 떡하니 일명 현찰박치기! 를 하면 참 좋겠지만, 그만큼의 현찰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이탈리아 대부분의 시스템상 큰 금액의 현금이 오가는 것 또한 불가하다
일례로 명품매장에서 5000유로(약700만원) 가방을 구입하고자 한다면 현재는 현금사용이 부분적 완화 되었기에 최대 현금 3천유로까지 지불이 가능하고 나머지 2천유에 대해서는 무조건 카드 결제 또는 증빙가능한 수표로 지불해야하는 법이 있다. 제 아무리 현금이 많다고해도 5천유로에 대한 전체 현금을 매장에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관광객 경우는 별도의 서류 작성 후 가능하기도 하다)
현금 3천유로 지불도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엔 무조건 현금 1천유로(약 130만원) 지불만이 가능했고 그러면 은행 입금은 자유롭느냐? 그 또한 절대 아니다
증빙이 되지 않는 (매달 월급 또는 증빙 가능한 이체 제외) 고액의 입금이 자주 확인 될 시 은행계좌는 잠금이 되고 세무관련 조사를 받아야만 한다 (돈에 대한 증빙을 확실히 하라는 의미)
이런 이탈리아 법에 무지했던 우리는 초기 3번의 은행을 강제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우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여행관련 일을 하고 있다.
남편은 로마투어가이드 이자 NCC (엔씨씨) 일명 관광객 전용택시 영업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 사업자를 내고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중인데 이탈리아에서 4인 가족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의 소득을 신고하는 사실상 절세부분 또한 인정한다.
일상생활 부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가를 구입하기 위한 조건에서는 이 것이 돌부리가 되어 번번히 넘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도 지역마다 동네마다 집 값 차이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지난 10여년동안 사실상 집 값이 막 눈에 띄게 상승했다거나 그런면은 없는 것같다. 우리나라처럼 투기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보인다.
대부분 구입하려했던 지역의 100㎡ (약30평) 기준 40-45만유로선 (약5-6억) 이탈리아는 주차공간도 별도로 구입해야하기에 추가하고 각종 서류비용에 일명 마이너스옵션 집 안에 아무것도 없는 (전기선 딸랑) 형식이기에 가전가구 채워넣고 하다보면 추가로 들어갈 금액이 한두푼이 아닐 것 또한 분명하다.
이러한 눈에 보이는 당장에 필요한 여윳돈을 제쳐두고나면 사실상 집 구입 자체에 큰 돈을 넣을 수가 없는 실정. 이건 이방인이 우리도 그렇지만 현지 이탈리아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분 집 구입은 전체금액의 20% 나머지 80%에 대해서는 융자가 가능한데 이러한 융자조건에서 번번히 좌절하게 되는거다
5-6억 상당 집 구입의 80% 융자를 위해서는 최소 월 소득신고가 약5백만 정도는 되어야한다.
남편 직업상 성수기,비수기 확실하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그정도 벌이는 충분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증빙상에는 못미치는 수준인것이다.
자, 그러면 보증인을 세우면 어떨까? 보증관련 도와주겠다는 지인분도 계시니 말이다.
보증인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직계가족에 한해서만 가능하단다.
이탈리아 땅에 가족이라고는 우리 부부와 아이 둘이 전부인 우리에게 이 또한 해당사항이 없다.
남편 혼자의 소득신고로는 불가하다.
그러니 자연스레 와이프의 소득수준에 대해서 묻는다.
할머니는 오랜시간 일을 하셨다고 했다. 덕분에 아빠는 돈 부족한 줄은 모르고 자랐지만 하교 후 엄마가 없는 집은 늘 쓸쓸했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단다.
당신은 아이들이 학교를 다녀왔을 때 엄마가 집에서 반겨주는 그런 가정을 늘 꿈꾸셨고 엄마는 아빠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실체였던 것이다.
아빠 덕분에 우리의 학창시절은 언제나 엄마가 맞아주는 하교길로 행복했던 기억이 다수이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모두가 그러한 줄 알았고, 자연스레 나 또한 아이들에게 그런 엄마가 되어야지 했었던 것 같다.
물론 자신의 커리어가 너무나 중요한 엄마들 또한 존중한다. 일 적으로 너무나 훌륭한 엄마, 아내, 일에 대한 욕구가 강한 분들도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가정주부에 대해 그저 놀고 먹는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가정주부의 삶 또한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는 것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남편과 나는 일 적으로 만난 사이였다.
물론 결혼과 동시에, 남편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로 내가 이주해 온 동시에 나는 모든 일을 놔버렸다.
물론 하던 일의 연장선으로 이 곳 이탈리아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었지만 그 당시는 꽤 많이 지쳤었고 잠시만 쉬자 했던 것이 뽀로로처럼 노는 게 제일 좋은 사람, 그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보듬어 준 남편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렇게 신나게 놀지도 못했겠지만 어찌됐든 남편 덕에 잘 놀면서 살았다
언젠가 다시금 일을 시작해볼까? 라고 했을 때 너에게 필요한 것이 일을 통해 성취하는 기쁨이라면 다시 해봐도 좋지만 단순히 돈을 벌겠다! 라면 왜? 지금 우리 생활이 불편하니? 돈이 더 필요해? 라고 남편은 되물었고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앞서도 말했듯 내 커리어에 크게 연연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 서포트만 할 뿐 나서지는 않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전혀 손 놓고 놀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로마투어가이드와 로마 최초의 엔씨씨 (관광객 전용 택시) 자격을 갖춘 남편을 홍보하고 실직적인 투어로, 공항픽업으로 연계하면서 현장에서 뛰는 건 남편, 전반적인 백그라운드의 사무업무는 모두 내 차지였다.
그 주머니가 그 주머니이기에 별도의 월급을 받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함께 이뤄내는 일에 대한 성과라는 자부심만큼은 최고조였는데...
-아내분은 별도의 소득이 있으신가요?
맞벌이 여부만 따지게 되면 남편의 한 방이 훅 하고 날아온다
"일을 좀 할 껄 그랬다, 그치?"
와,,,어이없다,, 진짜,,
남편과 아이들 모두 잠든 밤 남편의 한마디를 곱씹으며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소득 기준치를 둘로 나눠 만들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이리 하나 저리 하나 한 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인데.. 하는 생각에 도달하니 그냥 남편 혼자의 소득 수준을 높여 신고하면 된다는 단순하면서 어쩌면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지금껏 많은 시행착오에 부딪히면서 이 곳 이탈리아에서의 단 하나 남은 숙제는 우리가족 편히 쉴 수 있는 자가 마련의 꿈
과연 이탈리아에서 자가 마련의 꿈은 이루어질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