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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Jan 27. 2022

냉탕 온탕 왔다 갔다 한다

묵주기도가 쏘아 올린 공


매일 저녁 9시면 로마 한인성당 기도방에서는 줌을 통해 묵주기도를 한다.

기도방에 참여하겠냐는 메시지를 받고 솔직히 고민을 안 했던 건 아니었다.

단순 신심의 깊이 여부를 떠나서 고작 25분이라지만 기도에 참여하기 위해서 내가 감내해야 할 것들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해외 육아, 독박 육아, 연년생 아닌 연년생 2살 터울의 5세, 3세, 형제들..

과연…

엄청난 물음표를 던지면서도 어떠한 욕심이었는지 덜컥 나는 기도방에 참여를 했다.

물론 매일 참여해야 하는 의무도 아니었고 아이들 있는 가정의 상황 또한 십분 이해하는 자매님, 형제님들의 배려로 줌을 통한 기도이지만 비디오, 오디오 다 끄고 마치 라디오 듣는 듯 함께 참여만 할 수도 있었다.


저녁 9시..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활개를 피는 아이들 덕분에 처음 얼마간은 별 방도 없이 라디오 듣듯이 참여를 했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함께 소리 내어 기도하고픈 마음이 가득했다.


25분 나, 기도하자고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며 일하고 있는 남편을 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분명 내 욕심인 걸 알면서 그렇다고 기도방을 나오는 것 또한 싫어 궁리하다가 아이들을 일찍이 재우자..라는 결론에 닿았다.


큰 아이의 유치원은 지난 연말 연휴를 코 앞에 두고 확진자 친구가 나와 12월을 거의 통째 문을 닫았었건만 1월 2주 겨우 등원하고 또다시 확진자 밀접촉으로 유치원의 문이 굳게 닫혔다.

고로.. 유치원 비용은 모두 지불하고 애는 내가 보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신 못 차린 엄마는 묵주기도까지 하시겠다..??


다른 건 몰라도 아침잠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엄마 이건만 이 녀석들은 엄마는 하나도 빼닮지 않았는지 굉장히 아침형 인간.. 6:30분 기상이다.


이른 아침 강제 기상한 엄마는 약간은 복수극? 또는 엄마의 야심 찬 야망?? 어쨌든 스파르타로 아이들과의 하루를 보낸다.


낮잠은 무조건 패스~

최대한 몸으로 놀고,

최대한 뜀박질하고

체력 소진에 최선을 다한다.


서둘러 저녁을 먹이고 겨우겨우 재우면 얼추 기도시간에 딱 맞는다.


양 옆에서 곤히 잠든 아이들 사이에서 이어폰을 끼고 나지막이 소리 내어 묵주기도를 바친다.

혹여나 기도 중간에 깰까 봐 조마조마 하지만 무사히 잘 넘어가고 기도가 끝났을 때의 그 뿌듯함과 허탈감 또한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이들 곁에 누워 다시 곰곰이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욕심이잖아.. 나만 내려두면 되는데.. 싶다가 또 한 편으론 하루에 고작 25분이잖아..

나를 위해 25분도 안돼? 순탄치는 않지만 그래도 할 수는 있는 거잖아… 냉탕, 온탕 왔다 갔다 하는 마음 붙잡고 애써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무사히 끝났을 때의 그 뿌듯함만 기억하자.

엄마로서의 내 삶도 중요하지만

나로서의 삶

노엘라 자매로서의 25분 참 행복하니까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


물론, 체력 소진으로 저녁만 되면 뻗어버리는 아이들처럼 나도 곧 뻗어버릴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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