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후 자동차 면허를 취득하고 지금껏 운전을 하고 있다.
한국에선 좀 더 운전 빈도가 높았다면 이탈리아 와서는 아무래도 좀 더 실력좋은 남편에게 의지하게
됐고 애데릴라 신분이다보니 짧게 하루 두번을 제외하고는 불가피하게 내가 꼭 해야만 할 때,
혹은 내가 하고플 때만 핸들을 잡았다.
운전이란 모름지기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손수 운전연수 시켜 준 아빠로부터 그리고 남편으로부터 수없이 들어왔고 이탈리아에서의 운전은 한국에서의 운전보다 조금 더 과격하다고 해야할까? 난폭하다고 해야할까?
요즘은 꽤 나아진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도로엔 수동차량이 즐비하고 노년층의 운전자도 많고 그렇다보니 신호대기중에도 심심찮게 앞 뒤로 쿵쿵
주차하다가도 쿵, 문 콕은 기본에 정말로 차량은 단순한 이동수단에 그치지 않는 한국식 애지중지의 마인드가 없는 그들 속에서 도로위에 오를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단순 앞뒤 쿵쿵 경우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으례있는 일인냥,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운전은 방어를 잘해야한다는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남편의 말에 언제나 긴장하고 주의하고.. 다행히도 면허증 취득이례 단 한차례의 접촉사고를 비롯하야 차로 인해 골짓거리가 됐던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거늘..
등잔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방심은 금물이라고 했던가..
불안한 예감은 틀린적이 없다고 해두자..
아이의 하원시간이 다가오고 괜스레 늦장부리고 싶고 이왕이면 내가 안갔으면 싶고..
- 오빠 어디야? 오늘 픽업 좀 대신 가주면 안될까?
남편은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우버 콜이 울렸다. (남편의 콜 진행여부는 내 휴대폰에서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에휴..
탐탁치는 않지만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낮잠에 들랑말랑하는 둘째녀석도 챙겨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큰아이를 픽업하고 공원에서 잠깐 놀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도 봤다.
서둘러 나오면서 차량 리모컨을 두고 나온탓에 집 앞에 도착해선 (차에서 내려) 공동현관 도어락을 누르고 아무탈 없이 잘 도착했다.
공통현관에서 주차장까지는 그리 먼거리는 아니기에 속도를 내어 달릴 정도도 아니고 지하주차장 진입로는 약간 경사가 졌기에 더더욱 서행을 하며 무엇보다 우리집 주차장, 지정 주차자리에 7년 넘게 주차중인데
주차하러 들어가는데 뽝! 하는 소리에 아차! 했다.
직감적으로 이건 긁었구나..
혹시나 아이들이 놀랄까봐
-어쩌지.. 엄마가 차 긁은거 같은데.. 했더니 큰아이는 엄마 아냐, 트렁크에서 소리 난 것 같은데? 킥보드 소리야.. 했다.
그래.. 킥보드 소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주차를 마저하고 내렸더니..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늘 적중이다.
시원스레 긁어먹었다.
둘째녀석 출산선물로 받은 이탈리아에서 나의 첫 차
3년동안 참 깨끗하게 잘 탔는데 지울 수 없는 흔적을 강력하게 새기고 말았다
마구 달리던 도로위도 아니고 당최 긁어먹을 때가 아닌 내 주차장에서 나 혼자 그랬다는게 도무지 납득이 가지않고 단단히 뭐에 홀렸던 듯 속상해 미치겠는 와중에 남편에서 바로 사진을 전송했다.
수화기 너머의 깊은 그의 한숨소리와 함께 이내 그는 사건 현장에 도착했고 어이없어했다.
그래.. 나도 내가 어이가 없다.
속상해서 오늘 밤은 잠도 못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