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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Feb 10. 2021

남편에게 맞았다

가정폭력의 주인공


해외 살이..

독박 육아..

게다가 코로나가 집어삼켜버린 불안한 경제상황..


모든 게 힘겹지만 늘 다툼의 쟁점은 ‘독박 육아’였다


만 3세와 18개월 사내아이 둘


특히나 둘째 녀석의 잠투정은 갓난쟁이일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가 않았다

낮잠이나 밤잠이나 잠 한 번 자려면 3시간은 족히 시달려하는 그 상황이 너무나 버거웠다


“잠자는 버릇을 이제라도 정말 고쳐야 할 것 같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편은 아이를 냅따 아기침대에 홀랑 넣어버렸다


둘째 녀석은 생후 6개월 이후 아기 침대에서 단 하루도 잠을 잔 적이 없었다

넣어두기만 해도 고래고래 소리치며 발버둥 치는 통에 마음 독하게 먹고 잠버릇 확립을 시켜주지 못한 우리 잘못이 일차적으로 크겠지만 조금씩 크면 나아지겠지 생각했던 것 또한 우리의 잘못이었다


어김없이 툴툴대며 아이를 꺼내 안아 재우려는데 문 틈의 거실 불빛에 아이가 자꾸 나가려고만 해 남편이 있는 거실 아이 식탁 의자에 아이를 내려놓고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곧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는 지속됐다

듣다 듣다 못 견뎌 나가 보니 아이를 재우려고 부퉁 켜 안고 남편은 거실을 서성이고 있고 아이는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며 울부짖고 있는 상황

아이를 넘겨받고자 했지만 남편은 이미 오기로 이 아이를 기필코 재우겠다는 의지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럴수록 아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격해졌고 보고만 있을 수 없던 나는 아이를 내놓아라 실랑이가 벌어졌다


오기를 넘어선 객기에 당도한 남편

아이를 내려놓길 바라는 바

빠져나오려 안간힘으로 울주 짖는 아이


단순 남편만 포기하면 되는 일이었건만, 평소 아이도 못 재우면서..라고 했던 나의 말이 비수가 되어 꽂힌 남편은 끝끝내 오기를 부리며 제 화를 이기지 못했다


-


눈 앞에 불꽃이 지나갔나?

뺨이 얼얼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미처 판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이어 두대를 더 맞았다


맞았다..

남편에게 맞았다..

늘 뉴스로 접하던 가정폭력의 주인공이 내가 됐다.


“뭐 하는 거야?” 


-그러게 놔두라고 했잖아!!

그냥 두고 가서 자면 됐잖아!!

왜 사람 성질을 건드려!!!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


애가 싫다잖아! 울잖아! 이건 재우는 게 아니라 그냥 당신 오기잖아!”


- 뭐가 됐든 내가 알아서 한다고!!

그냥 상관 말고 가서 자라고!!


어떻게 상관을 안 해?

당신만 아빠야? 나는 엄마야!!

저렇게 우는데 어떻게 그냥 놔둬!!”


- 그럼 나더러 재우니 못 재우니 다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알았어?


“이런 식을 재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왜 이렇게 밖에 못해”


한마디도 지지 않고 따지던 내가 그는 몹시도 못마땅했던지 발길질까지 했다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넘어졌다

여전히 울고 있는 아이를 서둘러 부둥켜안았고 그런 나를, 아니 우리를 그는 또 발길질로 찼다

그대로 덤볐다간 아이에게도 해를 입힐까 이 악물고 고스란히 다 맞았다

한참 맞았을까, 아이는 품 속에서 잠들었고 남편은 거실 의자에 앉아 여전히 씩씩 거리고 있었다


잠든 아이를 침대에 누이고 욕실로 가 물 한 바가지 들고 거실에 앉아있는 남편에서 냅따 들이부었다

막장 막장 이런 막장이 또 없다


2차 폭력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나도 참지 않았다

마른땅 잡초 뽑듯 머리칼을 움켜쥐고 죄 뽑을 요량으로 달려들어 할퀴고 발로 차고 한데 엉켜 난장도 이런 난장이 없는 거다


애초의 발단은 중요치도 않아졌다

그간의 불만들을 토로하기 시작하며 싸움은 갈수록 격해졌다

덩치는 내가 더 커도 남자의 힘을 이겨내기엔 역부족, 그는 결국 죽어버리라며 내 목을 있는 힘껏 졸랐다.


숨이 꼴깍꼴깍 넘어갈 듯..

안간힘을 써봐도 그의 눈은 이미 내 남편이 아니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모아 목을 조르는 남편을 밀어냈다.



그리고..그 순간











꿈에서 깼다...







하..꿈이라니..

이렇게 서슬 퍼런 꿈이라니..

꿈이라 다행이기도 했지만, 꿈이라 허탈하기도 했다

분명 꿈이었는데도 온 몸이 정말 맞은 듯 괜스레 허리도 목도 뻐근한 듯 이리저리 돌려본다


아이들은 여전히 새근새근 잠들어있고

동트기도 전 남편은 일찍 일을 나간 모양이다


창 밖엔 여전히 비가 내린다

올 겨울 로마는 비가 정말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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