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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Mar 27. 2022

당신이라면 이 곳에 집을 짓겠습니까?

이탈리아에서 내 집 마련하기 1


이사를 꿈꾼 건 비단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었다.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한국도 아닌 이곳 이탈리아에서의 내 집 마련의 꿈을 꾸었고 매번 돌부리에 넘어지긴 했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비로소 그 뜻을 이루는 날은 분명 올 거라 믿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 없다는 이곳 이탈리아에서 내 집이라는 것이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질 리 또한 만무했으니 틈틈이 부동산 사이트를 뒤적이고 제법 괜찮다 싶으면 약속을 잡고 집을 보고를 무한 반복하면서 내심 성에 차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 아예 집을 지어보는 건 어떨까?

그냥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우리 스타일대로 말이야 “


점점 내 집은 산으로 가는 듯도 싶었고, 즉흥적인 우리는 급기야 땅을 보기도 했고 토지 구입에 있어서는 전혀 금융권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았다. 아무렴 여유가 넘치지는 않아도 그나마 가진 돈에서 완전히 구입할 수 있으며, 땅 특성상 높은 건물은 불가하지만 심플하게 단층 건물 (원할 경우 지하 작업 또한 가능한) 은 충분히 지을 수 있는 토지도 찾아냈다



빠듯한 예산 속에서 (금융권 도움이 전혀 불가피한) 토지구입에 큰 금액을 할애하고 나면 (내 땅! 하고 땅따먹기 할 것도 아니고..) 대체 집을 지을 수나 있을까 염려도 됐지만 고작 단층인데 뭐.. 하며 우리는 매일 밤 이런 스타일 집은 어때? 여긴 이렇게 하자.. 등등 부푼 꿈에 가득 찼었다.


그래도 너무나 불안한 나머지 완전한 토지 구입 전 건축사를 만나 대략적인 (집 짓는) 견적이라고 알고 싶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도대체 건축사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 건축사만 검색해도 무수한 정보가 쏟아지는 한국과 달리 건축사.. 만나기 조차 결코 쉽지가 않았다

이탈리아 생활 대부분이 맨땅에 헤딩인 만큼 꽤나 지척에 널린 건축? 인테리어? 자재상(?)을 무작정 찾아가 구구절절 사정을 설명하고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축사 소개를 부탁드렸더니 몇몇 곳은 내부 인테리어 업자는 소개해줄 수 있지만 집을 짓는 건축사는 알지 못한다고 했고 도대체 이탈리아에서 건축사는 어디를 가야 만날 수 있는 건지.. 그저 답답하던 차에 우리의 전후 사정을 모두 들은 한 곳에서 낯선 이방인들이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이 대견했을까? 안타까웠을까? 실제로 본인이 아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어 물어 연락하고 또 연락해서 어렵사리 한 분을 소개해주셨고 건축사 또한 우리의 이야기를 전화통화로 다 들은 후 당일 오후에 곧장 약속을 잡아주었다 (이탈리아에서 당일 약속 잡기란 정말 하늘에 별 따기이다. 보통 다음날 심할 경우는 2주 후에도 약속 잡고.. 성질 급한 한국 사람은 숨통이 조여 온다)


대게 현지 이탈리안을 만날 땐 두 부류 정도로 구분되는데 이방인에 대해 철저히 배타적이거나 관용을 베풀거나..

건축가 시모네는 후자에 가까우면서 굉장히 젠틀했다.

그 역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실제로 가족이 머무는 집을 지어 본 사람으로서, 우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결코 우리가 알 수 없었던 프로페셔널 건축가로서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집을 짓는 비용은 차치하고 느려터진 이탈리아에서 집을 짓기 위한 허가 받는데만 최소 6개월에서 길게 잡으면 3년도 더 걸릴 수 있다고…

어렵사리 허가를 받았다면, 허가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 또한 상상외로 큰 금액이었고 플러스 본격 집 짓는 비용까지 더한다면… 아, 이건 우리가 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종적으로 ‘당신이라면 이 토지에 단층 건물 집을 짓겠습니까?’라는 우리의 질문에 그는 아쉽지만 단호하게 NO라고 답했다.


막말로 세세하게 건축법도 잘 모르는 이방인을 상대로 무조건 가능하다며 공사를 시작하고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자재값이며 공사비 며 뜯어낼 수도.. 일명 호구일 수도 있는 우리에게 그는 진정으로 조언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잠깐 만난 사이지만 그 속에서 충분히 진심을 느끼고 또 배웠다. 더 깊이 있는 사이로 발전할 수 없었던 것이 다소 아쉬울 만큼 그와 나눈 대화가 따뜻했다.


집을 짓겠다는 꿈은 산산조각 났지만 꿈 꾸는 동안 우리는 설레었고 즐거웠다.

집 짓기는 조각났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은 조각나지 않았으니 ‘내 집 마련’ 을 위해 다시금 부동산 사이트를 뒤져본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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