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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Apr 04. 2022

어제까지 순조롭던 대출은 오늘 막혔다

이탈리아에서 내 집 마련하기 2


마음에 드는 집을 아무리 잘 고른 듯 대출 전혀 없이 구입하기는 어려울 듯 했다.


이탈리아에서 집을 구입하기 위한 보편적인 대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평균 대출 (Mutuo/ 무뚜오) 은 집 값의 70-80% 까지 나오고 상환은 최대 30년이다.

그런데 이 대출이 모두 다 되느냐?

바로 이것이 문제인데, 한국처럼 해당 집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담보대출이 이탈리아에는 없는건지 무조건 개인소득에 따른 대출만 가능하다 했다.

즉, 최소한의 생계비용을 제외하고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있어야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


자, 그러면 최소한의 생계비용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것 아닐까? 싶지만 이탈리아 대출계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정확한 산출점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탈리아 로마에서 집 없는 (월세) 사는 4인 가족 최소 생계비용은 어른 1인 기준 600€ (한화 약 80만원) 아이들 1명 기준 400€ (한화 약 55만원) 총 2000€ (270만원 정도) 로 잡고 있었고 여기서 절반 (1000€) 보통 affitto (아피토/ 월세) 개념으로 간주, 나머지 절반을 생활비로 보는 통계라고 했다.

그러니 소득에 따른 집 구입용 대출이 가능하려거든 최소 월급이 2000€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아에서 2천유로 이상의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우리처럼 연봉협상이란 개념보다는 이직을 하면서 연봉을 조금 더 높이는 방법, 즉 한 회사에서는 특별한 케이스 아닌 이상 연봉 조절이 딱히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 그래서 다들 오질나게 일을 안하는 구나..

이러나 저러나 하루가 지나면 월급은 따박따박, 일을 많이 하든 적게하든 나오는거니 굳이 열심히 할 이유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그리고 이탈리아 직장인 대부분은 8월 한달간의 휴가를 위해서 나머지 달을 일한다고도 했다. 8월 한달 잘 쉬고 잘 놀기 위해서 여행자금 마련을 위해서 일한다는 말에 이마를 탁 친다.


각설하고, 어쨌든 그들의 월급 또한 박봉이니 대출이 안될 것 같지만 부부가 맞벌이 인 경우 1인 최소 2천유로 월급이라 했을 때 둘이서 4천이니 어느정도 가능해지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직계가족 부모,형제를 개런티 (담보) 해서 대출이 가능하기도 하다. (누구든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는 듯)


이 먼 타국에 일가친척이 있을리 만무하고 형제처럼 지내는 친구는?? 당연히 직계가족이 아니기에 NO 안된다더라…


4인 가족, 외벌이, 미취학아동 둘

자영업자로 소득 곡선이 춤을 출 때도 있지만 다행히 최소 생계비 이상의 소득 신고로 적정선의 대출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는 더욱 더 박차를 가해 부동산 사이트를 뒤지고 약속을 잡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적당한 집을 찾았다.

모든 순서가 착착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고 드디어

이탈리아에 우리가 집을.. 내 집을 갖겠구나 더없이 설레이는 시간들 속에서 2021년 연말을 즐겼고 2022년의 새해가 밝았다.


어제까지 순조롭던 대출은 터무니없이 오늘 막혔다.

보통 대출 심사에 있어서 이탈리아 자영업자 경우 직전2년치의 소득증빙이 필요했고 21년 기준 전년도 2년의 기준은 18,19년 이었다.

그럼 22년의 기준은.. 당연히 19년, 20년이다.

그렇다.. 20년.. 그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사라졌던 2020년..

전세계는 2020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코로나 영향권에 있고 특히 코로나 초반 이탈리아는 큰 수령에 빠졌었다. 3월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전역은 락다운을 비롯 집 밖으로의 외출은 한발짝도 허용되지 않았는데… 본업 이탈리아 투어 가이드이던 남편은 당연히 일자리를 잃었고 그나마 부캐이던 로마우버 역시 사람들 외출을 통제받는 마당에 운영이 될 리 만무했다. 고로 2020년 우리의 소득은 제로 0원


“ 인간적으로 생각을 해봐, 20년에 너는 은행 나와서 근무를 했니? 우리 모두가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거 알잖아, 근데 20년 소득이 0원이라 대출이 안된다는 거.. 이거 너무 억지잖아!

기존 2년껄로 분명 어제까지 된다고 하고선 2022년 되자말자 안된다고?? 내가 지금 이걸 이해해야하는거야?? “


- 정말로 미안해,

말이 안된다는 거 나도 알아, 2020년은 분명 우리에게 사라진 년도 였어!

그치만 나는 아무런 힘이 없어, 전산이 안된다고 하니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어 정말로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그였지만 화가나서 우린 도무지 어찌해야할 지를 몰랐다.

망할 2020년 소득 0원 덕분에 대출은 그 해를 벗어날 수 있는 2024년까지 막힌거나 다름 없었다.


어렵게 고심해서 고른 이번 집의 꿈은 막힌 대출로 또다시 산산히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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