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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Apr 14. 2022

옥션 이몽

이탈리아에서 내 집 마련하기 3


- 옥션해봤어?

“안 쓴지 오래됐지만, 찾아보면 아이디 있을껄?

근데 왜 갑자기 옥션? 뭐하려고?”


남편은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옥션 뭐하게? 배송 어떻게 받을건데?”


이탈리아살이 12년, 16년차이지만 우린 한국에서 흔한 택배 한 번을 시켜서 받아본 적이 없다.

동일한 물건도 한국에 비하면 꽤나 비싸고 되려 질이 더 떨어질 때도 있지만 어차피 이 곳에 살아야 한다면 최대한 적응해보자! 가 첫번째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부탁하고 패킹하고 무겁게 보내고 하는 부담도 부담이지만 내가 여기서 그 물건을 받을 때까지 행여나 택배가 분실되면 어쩌지, 세금을 물게되면 그냥 여기서 사서 쓰는 게 더 맞지 않았나? 택배 아저씨는 오늘 올까? 내일 올까? 약속은 택배 받은 그 이후로 잡는 게 좋겠지? 등등 맘고생하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엔 가급적 2년 주기로 한국을 다녀왔고 그때마다 미래의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필요할 지도 모를 그 어떤 것 까지도 싸올 수 있을 만큼 싸오고 그렇게 살아냈는데 갑자기 옥션이라니?

그런 모든 번거로운 걸 나보다 더 싫어하는 남편이 한국 쇼핑커머스를 통해서 뭘 사려고 한다는 자체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벙진 나의 표정과 여전히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한 남편의 표정..


옥션 Auction

나에게 옥션은 한국에서 흔히 하던 인터넷 쇼핑 커머스 였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분명 경매라는 의미가 있다. 나의 옥션과 남편의 옥션은 그렇게 달랐다..

옥션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 천천히 한 번 어떤지 살펴봐, 다른 대안이 없어

“알지, 알아, 대출도 막혀버린 이 시점에 다른 대안이 없지, 일확천금 로또라도 되지 않은 이상, 근데 경매? 한국에서도 안해 본.. 아니 경매를 나더러 이탈리아에서 어떻게 하라는거야??”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경매라니, 이런 분야 일을 해 본 것도 아니고 지대한 관심이 깊은 것도 아니고 그런건 전문가 도움받고 다 그렇게 하는거 아닌가? 한국에서도 한 번도 안해 본 걸, 아니 하는 걸 주변에서 본 적도 없는 걸, 이탈리아에서 하라고? 그것도 나더러? 내가?

헛웃음이 절로 났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콧방귀를 뀌면서 더 우습게도 검색을 하고 있었다.

“이태리어로 경매를 뭐라고 하는거야 대체!”


분명 우린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목표 우리집을 마련해야했고, 망할 코로나 덕분에 대출은 2024년까지 막혔다. 떡하니 현금 다 주고 번듯한 집을 살 만큼의 총알은 부족했고 대출이 풀리는 24년까지 월세살이하며 기다리든지, 언제나 그랬듯 맨땅에 헤딩을 해보든지, 양자택일 뿐이었다.


검색을 하고 또 하다보니 경매라고해서 딱히 다를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부동산 사이트에도 경매 물 건의 집은 꽤나 있었다.

대신 일반적인 건물은 판매를 위한 내외부의 세부적인 사진도 있고 설명이 잘 되어있는 반면 경매 건물은 위성지도, 간략한 한 두 줄 설명이 고작이었다.

일반적인 연락처는 부동산이라면 경매는 대부분 변호사 전화번호였고 콜백이 거의 없었다.

내외부 사진 조차 제대로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 두줄의 설명만으로 이 집을 머릿속으로 구상한다. 그리고 변호사에게 연락하지만 연락조차 쉽지않다.. 그냥 다 포기하고 싶다..


우리집을 갖겠다는 신념하나로 매일 아침 사이트를 뒤지고 이탈리아 집 경매하는 법에 대해서 유튜브도 찾아본다. 어찌 흘러흘러 부동산 사이트에서 그치지 않고 로마 법원 사이트까지 흘러들어갔다.

점점 옳은지 그른지 알 길은 없지만 내 방식대로 경매 서류를 보는 노하우도 생겼고 틀이 조금씩 잡혀갈 때쯤 시험해 볼, 확인해 볼 그 시점이 되었다.

어렵사리 변호사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그래도 직접 방문하면 집 도면도 정도는 보여주지 않을까? 어떤 이야기을 해줄까? 기대도 한껏 했다.


약속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했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던 비서의 말이 무색하게 별달리 다른 고객을 응대하는 것도 아니고 나름 바빴다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어쨌든 시간을 정하고 약속이란 걸 했는데.. 변호사 여자는 30분을 더 기다리게 하더니 제 방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도면도는 개뿔, 지척에 널린 컴퓨터 모니터 한 번 켜질 않고 멀뚱히 앉아 본인 수수료는 얼마며, 행사 진행비는 얼마며, 최소 이 정도는 입금이 되어야 일을 시작해보겠다.. 돈돈돈 거렸다.

경매고 나발이고 그냥 때려칠까..


빈정 상할 때로 상해 이틀은 사이트조차 아예 보지 않았다. 돈을 그렇게 흥청망청 쓸거면 멀쩡한 집을 사지 머리 아프게 경매를 뭐하러 하냐 싶고, 원래 다 이런건지, 우리가 이방인이라 이런건지 온갖 생각이 머리를 다 휘감을 때 더러워서 내가 진짜 집 사고 만다! 오기가 튀어 올랐다.


우선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살 집이기 때문에 위치가 제일 중요하고, 대출이 불가하니 가진 예산에서 가능한 지, 작아도 정원이 있는 1층이면 좋겠고 차량 두대 주차가 가능해야하는 다소 까다로운 조건으로 추리고 또 추려본다.

무엇보다 예산에 맞추려니 더없이 한정적이고 이 가격에 이 조건을 충족하려면 경매 할애비라도 없을 것만 같았다.

경매에만 집중한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경매 서류를 완벽하게 볼 수는 없지만 제법 보는 눈이 생겼고 이쯤 공시가 올라왔다면 이때쯤 사진 몇장 뜨겠군.. 반 도사가 되어갈 때쯤 꽤나 관심을 두고 있던 또다른 집을 문의하러 갔다.


이번엔 부동산이었다.

경매에 나온 집은 실물로 집을 구경하는 것이 제법 번거로운 절차였다.

변호사 혹은 부동산을 끼고 법원에 방문 신청을 한 후 (이 때 방문을 하고자하는, 만약 남편과 나 그리고 3살 둘째 아이가 함께 방문해서 집을 보고자 하면 우리 셋 모두의 신분증을 복사, 법원에 보내야만 했다)

법원의 방문신청 승인이 나면 법원에서 나온 경매 관련 직원 대동하에 집을 볼 수가 있는데, 일 처리 속도 숨막히게 느린 이탈리아에서.. 진척이 없다.

진짜 돌아버리겠다.

신분증 사본을 보내고 2주가 지났는데도 아무런 답변이 없어 부동산에만 전화를 몇 통을 했는지 모를 때쯤 부동산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법원에서 집 주인에게 집을 보여주라고 연락을 했는데, 집 주인이 경매공판 연기 신청을 했다네?, 이 건은 아마 연기 될 거 같아”


그렇다.

경매로 집이 나올 땐,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돈! 아니겠는가

대출로 집을 샀든 안샀든 어쨌든 못 갚았겠지, 안 갚았겠지, 그래서 법원으로 넘어간거겠지..

집 주인은 누가 경매 신청하겠어? 라는 마음도 한 켠엔 있었을꺼야..

근데 아뿔사! 법원에서 집을 보여주라니깐, 갚는다고 갚으면 될거아냐!! 갚을테니 연장해!! 라고 하는 상황

이탈리아 법은 잘 모르지만, 한 번 경매에 나왔으면 나온거지 뭘 또 연장 신청하면 다 받아주고 못갚으면 또 내놓고.. 일을 정말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어??


돈은 못갚았지만, 그래서 비록 집은 경매에 나왔지만, 여전히 갑질인 집주인 덕에 두번째도 실패!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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