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내 집 마련하기 4
부동산 사이트에 공시된 지는 제법 오래였다.
위치가 다소 멀긴 하지만 가격이 꽤나 괜찮았다.
오래되긴 했지만 그렇게 따지면 로마에 오래 안된 건 별로 없으니.. 그리고 어차피 어떤 집이든 그게 우리 집이 되기만 한다면 당연히 올 수리할 예정이고 해야만 하니 그 또한 넘길 수 있었다.
남편에게 말했을 때 너무 멀어! 하고 그는 단칼에 잘랐다.
그런 집이었는데, 아쉬우니 다시 또 스멀스멀 찾고 또다시 던져본다.
이미 답은 가지고 있었지만 어물쩍 다시 시도했을 때 남편의 대답은 확 달라졌다.
하긴, 우리에게 또 다른 방법은 없기에…
이번 역시 변호사 사무실이었다.
대뜸 그녀는 어디까지 알아보고 왔냐고 했고, 확신이 없던 우리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녀는 경매의 처음부터 차근차근, 혹여나 잘 알아듣지 못할 이방인을 배려하여 그것도 천천히
이해했니? 내 말 알겠지? 간간이 되묻기도 하면서 배려해주었다. 그녀의 세심함이 고마웠고 한 편으론 우리가, 내가, 그동안 공부하고 알아보고 했던 무려 이탈리아 경매 서류 보는 법이 대부분 맞았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뿌듯했다.
- 제가 알아본 바로는 현재 이 집에 거주자가 있는 걸로 아는데요?
“네 맞아요, 집주인이 현재 살고 있다고 되어있네요”
- 그럼, 제가 경매 낙찰이 되면.. 그분은 어떻게 되나요? 곧바로 나가라고 할 수 있나요? 쉽지 않을 거 같아서요
“쉽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법적으로 그들은 90일 안에 나가야만 하고 그렇게 법원에서 이야기할 거예요, 하지만 이 부분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많은 조율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 아..
머릿속이 까매졌다.
경매 낙찰을 받고 전 집주인이 쉬이 나가주지 않는다면, 지리멸렬한 싸움이 될지도 몰랐다.
과연 그런 부분까지 우리는 감수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이 경매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느냐 물었고, 진지하지 않았다면 당신을 만나러 이곳까지 오지는 않았겠지요?라고 답했다.
- 선택은 물론 여러분들의 몫이지만 나는 프로페셔널 변호사로서 이 경매건은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첫째, 해당 건축물은 도면상과 다른 불법 건축물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법 건축물에 따른 새로운 인허가를 받거나 불법적인 부분을 철거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거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경매 낙찰자가 지불합니다.
둘째, 일반적으로 경매 낙찰로 인해 집을 구입할 경우 밀려있는 세금, 특히 쓰레기 비용과 관리비,
완납되었다면 문제없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못하죠, 그랬을 경우 직전 3년 치의 세금과 관리비는 경매 낙찰자가 지불합니다.
셋째, 이 지역은 본래 문화유적 보호지 즉 (우리나라 기준에 따르면) 그린벨트 지역입니다.
어째서 이곳에 집이 들어섰는지 알 길은 없지만 어쨌든 앞으로의 법령이 어떻게 변화할지, 이곳이 그린벨트 해제가 될지 안될지는 미지수입니다.
- 그럼 만약 그린벨트로 주거용은 불가하다는 나라의 판단에 집을 비켜줘야 하는 그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까요? 아니면 이미 완공된 집이니 그린벨트이긴하지만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해당사항에 대해 안내를 드릴 수 있고, 결정은 직접 하시는 것! 이러한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경매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경매로 나온 집 값 자체는 아무리 경매라지만 이게 정말 집 값이라고?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거리가 다소 멀긴 하지만 이게 우리 집이라고 했을 땐 매달 월세를 내는 것보다 3년 이상만 살아도 집값과 일부의 수리비 또한 충당이 될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워낙 저렴한 집 값이다 보니 3년 치 관리비와 세금,, 겁이나긴 하지만 그래! 백번 양보해서 우리 집이 된다고 한다면 그 정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고 불법 건축물 또한 상태를 보고 철거를 하던지 새로운 인허가를 받던지.. 복잡하긴 하겠지만 우리 집이 된다잖아.
근데.. 그야말로 정말로 백번 양보해서 위 모든 것들을 포용한다고 해도 그린벨트는 너무나 넘사벽이다.
최악일 경우엔 이 갖은 고생으로 집을 완성해두고도 언젠가는 집을 내어줘야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이 불안할지도 모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 경매 건 역시 시도조차 해서는 안될 거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럼에도 혹여나 일말의 희망을 품고 지난번 땅을 구입하려 할 때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맥락의 질문을 던진다.
"변호사님이라면, 아니, 변호사님 가족 또는 지인이라면 이 경매를 추천하시겠나요? 진행하시겠어요?"
우린 새로운 경매물로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고 씁쓸하고 또 한 편으로는 안도하며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