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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메이징 Oct 18. 2021

어린이 이중 언어자는 어휘력이 부족할까?

이중 언어자의 어휘력 테스트 지표

이중 언어자는 단일 언어자보다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말들이 엄마들 사이에서

공식처럼 퍼져있는 말이다.

정말 그럴까라는 질문이 들었다.

나의 경험 상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이런 말들이 퍼지게 됐는지

그 해당 논문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에

새롭게 연구된 논문들에 대해

찾아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는 어렸을 때 이중 언어자는 단일 언어자보다 어휘력이 부족하지 않다.

이중 언어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업데이트가 덜 된 테스트 방법이 문제인 것이다.


이중언어 아이는 단일 언어 아이에 비해

어휘력이 정말 떨어질까? NONONO

관련된 논문의 내용들을 살펴보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지를 알아보자


아이들의 어휘력을 측정하는 테스트 방법들이 있다. 그 테스트 방법들은 단일 언어자에게 맞춰져 있고 이중언어 아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두 가지 언어 중 한 가지만 가지고 테스트를 받게 된다

(single-language vocabulary score).


대부분의 이중 언어자들은 두 가지 언어 중 한 가지가 메인, 다른 한 가지가 서브 언어가 되는데, 어떤 언어를 가지고 테스트를 받느냐에 따라 점수는 상당히 차이가 날 것이다.

이 뜻은 이중 언어자들은 다른 잣대를 가지고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단일 언어자에게 맞춰진 잣대를 가지고 이중언어 아이들을 테스트하니 상대적으로 이중언어 아이들의 어휘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것이다.

(예: Bialystok, Luk, Peets, & Yang, 2010; Pearson et al., 1993; Thordardottiret al., 2006)


물론, 이 단일 언어 어휘 테스트가 필요할 때도 있긴 하다. 이중 언어자이긴 하나 한 언어가 아주 강하게 우세할 때 그렇다.

(학계에서는 10-25% 노출만 있어도 이중 언어자로 볼 때가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이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다른 연구들에서는 이 단일 언어 테스트가 이중 언어자의 언어적 어려움

(language difficulty)을 너무 과하게 평가한다고 말한다.


이미 학계에서는 몇십 년 전부터 이 문제점을 파악하였고 이중 언어자들은 다른 잣대로 테스트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또한 이들을 위한 테스트를 계속 연구, 발전시키고 있다.


사실 이중 언어자에 대한 연구는 무척 까다롭고 힘들다. 이중 언어자들의 환경이 너무나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려면 변수들을 줄이고 동일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정말 어렵다.

그래서 이중언어에 대한 연구가 아직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 인구의 1/3 이상이 이중언어 및 다중 언어자라는데,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하게 더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가 까다롭기 때문에

현재 나와있는 이중 언어자의 어휘력 테스트에도 조금의 결함은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잘 알려진 방법 두 가지와 최근 연구를 통해 새로 나온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Word Vocabulary (Total Vocabulary)


이 방법은 이중 언어자의 모든 단어를 다 계산하는 것이다. '사과'와 'apple'이 같은 것을 뜻하는 것임에도 '사과'에 1점, 'apple'에 1점을 줘서 총 2점의 점수를 받게 된다.


이 방법을 사용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이중 언어자의 점수가 훨씬 높게 나오거나(Spanish-Catalan, 18 monhts; English-German, 24 months) 이중 언어자와 단일 언어자의 점수가 비슷하게 나온다고 한다 (Spanish-English, 22, 25, 30 monhts; Dutch-French, 13, 20 months)


Concept Vocabulary


이 방법은 개념을 중심적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사과'와 'apple' 두 가지 언어를 앎에도 불구하고 같은 개념이기에 1점만 주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한 연구들을 보니 어떤 연구에서는 단일 언어자의 점수가 높았고(Core et al., 2013; Thordardottir et al., 2006), 다른 연구에서는 두 그룹이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Junker & Stockman, 2002; Pearson et al., 1993).


보시다시피 이 두 가지 방법들은 연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는 연구 대상자의 수에 따라(샘플 사이즈가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더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한다.), 이중언어 환경에 따라(국가 공통어가 이중언어인지, 집 안에서의 이중언어 사용 환경은 어떠한지, 제2언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의 범위가 어떠한지 등), 또는 다른 요인에 의해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Bilingual Adjusted Vocabulary


이 방법은 2020년에 나온, Word Vocabulary와 Concept Vocabulary 두 개의 합의점을 찾아주는 새로운 방법이다. 기존의 두 가지 방법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아이의 월령에 따라 각 단어에 점수를 다르게 주는 것이다. 어릴수록 같은 개념의 두 단어에 각각 1점씩, 총 2점을 주고 높은 월령일수록 1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는 것이다. 18개월의 아기는 'apple'과 '사과'에 각각 1점씩 해서 2점을 받지만 29개월은 1.5점, 33개월의 아이는 1점만 받는다.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번역 등가 구문(translation equivalent)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해 한 물체에 대해 두 가지 단어를 알고 있으면 그것을 한 개의 번역 등가 구문으로 말한다. Apple과 사과는 한 개의 번역 등가 구문이다. Bilingual Adjusted Vocabulary 방법은 아이의 월령에 따라 이 번역 등가 구문에 점수를 다르게 준 것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가 낮은 월령일수록 번역 등가 구문을 배우는 것이 더 어려웠다. 그래서 낮은 월령에게는 각 단어에 1점씩 주는 word vocabulary 방법, 상대적으로 번역 등가 구문을 쉽게 배우는 높은 월령은 같은 개념의 두 단어에 1점만 주는 concept vocabulary 방법에 가까운 것이다.



이중언어 아이의 어휘를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해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고 생각하나 이 방법도 더 연구, 개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개의 새로운 사물이 한 개의 새로운 단어로만 언급된다고 가정하는 '상호 배타성'은 높은 월령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32개월 높은 월령의 아이들이 18개월의 낮은 월령보다 상호 배타성이 높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2개월 이중언어 아이들은 한 사물이 두 개의 단어로 언급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점수를 더 줘야 하는지 여부도 더 연구가 필요하다.


어떤 것을 실험하느냐에 따라 어떤 어휘 테스트가 더 맞는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3살 아이가 알고 있는 개념의 수를 측정하고 싶다면 Concept Vocabulary를 사용해야 하나 얼마나 많은 단어를 얘기하느냐를 측정하고 싶다면 Word Vocabulary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Gonzalez-Barrero 박사가 비유하듯이, 우리가 직선 달리기를 할 때는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지만 타원형의 트랙에서 할 때는 각자의 시작점이 다르다. 타원형에서도 같은 시작점으로 시작한다면 바깥 라인에 있는 사람은 더 긴 거리를 달려야 하고 안쪽 라인에 있는 사람은 더 짧은 거리를 달리게 될 것이다. 공정하지 않다. 시작점은 다르게 보이지만 사실상 같은 거리를 달리는 것이 공평한 것이다.


단일 언어 아이와 이중언어 아이도 아예 시작점이 달라야 한다. Single-language vocabulary score 같은 동일한 잣대를 놓고 평가한다면

과연 그것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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