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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메이징 Oct 27. 2021

내 고민이 네 고민, 네 고민이 내 고민 3부

36개월 영어 거부

질문


"제발 영어로 좀 말하지 마. 듣기 싫어. 한국말로 해!"


오늘 아이가 저 말을 했어요ㅠㅠ

영어 동요도 좋아해서 따라 부르고 중간중간 자기가 영단어를 쓰기도 하는데 충격적이네요.


저희 아이는 한국말을 진짜 빨리 시작했어요. 18개월에 더듬더듬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해서 20개월엔 거의 완벽하게 말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두 돌쯤엔 영어로 말하면 아예 제 입을 막아버리더라고요.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어. 영어 쓰지 마." 하면서요.


그래서 영어를 안 하다 올 7월부터 영어책을 읽어주면서 다시 흥미를 붙였어요. 그림 보면서 단어들을 알게 되니 재밌는지 책도 계속 읽고 실생활에서도 영어 단어를 쓰고 하더라고요~~ 로메이징 하면서도 9월은 놀이처럼 즐겁게 했어요.


그런데 이번 달부터 제가 욕심을 조금 내서 일상에서도 조금씩 영어를 쓰니 싫어하네요ㅠㅠ 자기가 못 알아듣는데 영어를 하니 싫대요. 그래도 항상 하는 한국말하던 상황에서 대신 쓰는 건데...


그래도 영어동요는 여전히 좋아하고 책은 빼와서 읽어달라고 해요. 하지만 그 외 놀 때나 일상에서 문장으로 영어를 말하는 건 싫어해요... 이미 책이나 동요를 통해서 자기가 유추 가능한 단어만 말하는 건 괜찮아하고요.


이럴 땐 그냥 단어를 더 많이 노출해 주고 그림책을 많이 읽는 게 좋은 걸까요?


답변


안녕하세요 콩콩닥님 :)


얼마 전에 이것과 비슷한 질문을 받았었어요. 아니 이전부터 무척 많이 받았었어요. 이 반응은 아주 평범한 반응입니다.


아이도 엄마가 무슨 말하는지 알아듣고 싶고, 엄마처럼 영어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영어를 하니까요. 우리 엄마랑 의사소통하고 싶어서요.


모든 언어의 주목적은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인데 우리 아이들은 이 주된 목적에 의해 움직입니다.(혼자만 사는 세상이라면 언어가 필요 없겠죠.)


(1) 내가 잘 알고 들어왔던 언어로 주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해왔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어느 날부터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엄마가 '의사소통'을 시도하니 알아듣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말이 빠른 아이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또는


(2)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잘 알고 들어왔던 언어로 주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해왔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왜 갑자기 이 언어를 써야 하지?'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1) 번의 경우,


기억해야 할 것은 크라센 학자의 이해 가능한 인풋입니다. 아이가 유추할 수 있게끔, 알아들을 수 있게끔 말을 해 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아주 쉬운 패턴 하나만 꾸준히 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 아이가 책이나 노래에서 많이 들어왔던 표현들이면 좋겠습니다.

Let's...! / I see.. / It's a... 이런 것이요^^


단어를 말하면 괜찮다고 하시니 여러 가지 단어를 대입해서 말할 수 있는 I see나 it's 문장 패턴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스처를 정해주세요. I see의 경우 양손의 엄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눈앞에서 동글동글 그린다거나, It's a.. 의 경우 손가락으로 포인팅을 하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제스처와 표정을 적극 활용해 주시고 실물을 보여주거나 반복되는 상황에서 말해주신다거나 해주세요.


재밌게 패런티즈 화법을 사용해서! 톤과 높낮이를 재밌게 해 주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


갓난아기한테 하는 것처럼 과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평상시 엄마가 어른한테 얘기하는 것보다는 높은 톤과 높낮이를 많이 줘서 얘기해주세요.


- 엄마의 혼잣말 / 인형극

A. 먼저 밑밥 작업을 좀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아이 옆에서 혼자 그 문장을 혼잣말처럼 많이 말하거나 인형이랑 대화를 합니다. 아이가 잘 들리도록이요.


패런티즈처럼 톤과 높낮이에도 신경을 써 주시고요. 제가 실제로 로아한테 새로운 문장 패턴을 적용해 줄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It's a..."라면 토끼 인형을 데리고 다니며 "Hey bunny, it's a book. It's a cup. It's a bowl."


이런 식으로 토끼를 가르쳐주는 인형극을 아이 앞에서 합니다. 아이가 보든 안보든 그냥 연기해보세요. 몇 번 중에 한 번은 분명 미끼를 물고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B. 아이가 이 문장을 많이 들었다, 익숙해졌다고 생각이 들면 아이가 기분이 좋을 때 아이에게도 한번 사용해 보세요.


혹시 아이가 그래도 불편해하면 토끼를 함께 그 상황에 조인시켜주세요. A의 방법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지요.


C. 아이와 놀 때 사용을 해도 잘 받아들인다면 일상생활의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해 줘 보세요. 다 잘 받아들인다면 다른 문장을 정해서 또 A의 방법부터 또 시도해봅니다.


(2) 번의 경우,


이 시기의 아이들은 친구의 영향이 커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또래 친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A. 또래 친구 중 영어 하는 친구 또는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영어 환경에 함께 할 친구를 구해서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미 엄마표 영어를 하고 있는 친구가 좋을 것 같습니다.) 맘 카페 같은 곳에서 찾아보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어렵다면,


B. 또래 외국 아이 (또는 아이가 좋아하는 키즈 유투버- blippi/Caitie 등)가 나와서 영어로 얘기하며 노는 유튜브 영상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 중 몇 개를 보여줘 보고 아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주세요.


여러 번 보여준 뒤 "여기 이 친구는 영어만 할 줄 안대. 나중에 이 친구 만나서 놀려면 영어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해." 이런 식으로 필요성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얘기해주세요.



노래와 책을 좋아한다면 먼저 책과 노래로 접한 뒤 거기에 나오는 문장들을 실생활에서 써 주시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잘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세요^^


한국말을 무척 빨리 습득한 걸 보면 아이가 언어에 뛰어난 것도 있고 엄마께서 아이가 언어 습득하기에 좋은 환경을 잘 제공해 주시고 계신 것 같습니다.


엄마표 영어에서 아주 큰 자산이지요. 이 시기를 즐겁게 잘 극복한다면 분명 한 층 더 높은 레벨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으로 힘이 빠지고 지칠 때도 있지만 잘 극복해 내고 꾸준하게 엄마표 영어의 길을 걸어가시길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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