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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메이징 Feb 26. 2022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과정

영유아 편

"로아야~ 너 타잔 같아!"

로아가 블라인드 줄을 잡고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 있을 때 로아 아빠가 한 말입니다.


그다음 날, 타잔이 나오는 짧은 영상을 한번 보여줬습니다.

영상을 보여주며, "로아야, 저번에 아빠가 로아한테 타잔이라고 했지? 이게 타잔이야." 하며

이전 기억을 상기시켜줬습니다.


며칠 뒤 농장 체험하러 갔는데 우연찮게 짚라인을 보았고

"어! 타잔 같다. 그렇지?" 하며 로아에게 다시 한번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 이후 아빠가 철봉을 하며 타잔과 비슷한 포즈를 취하자 아빠에게 "타잔 같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로아는 "타잔"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한 것입니다.


아이가 개념을 배우는 과정


이 상황은 아이들이 어떻게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지 보여줍니다.

(1) 새로운 개념을 접합니다.

- 아빠가 로아에게 "타잔"이라는 개념을 소개

(2) 다양한 상황과 매체를 통해 맥락 속에서 그 개념을 반복적으로 접합니다.

- 엄마가 타잔 영상을 보여주며 이전 기억과 연결 + 농장 체험에서 본 짚라인을 보며 이전 기억과 연결

(3) 그 개념을 이해하고 비슷한 맥락 또는 상황에서 그 개념을 표현합니다.

- 아빠가 비슷한 포즈를 취하자 "타잔"이라는 개념을 꺼내서 표현



새로운 개념을 접할 때


아이가 새로운 개념을 접할 때는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치 않게 개념을 접하게 됩니다. 위의 타잔의 예시 경우 의도치 않게 개념을 접하게 된 케이스이고, 새로운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 그에 관한 책을 읽는 경우는 의도적으로 개념을 접하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가 좋다는 없으며 누구나 두 가지 모두 경험하게 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개념을 접합니다. 위의 타잔 예시와 같이 (1) 놀이를 하거나 (2) 일상생활을 하다가 개념을 접하기도 하고, (3) 책이나 (4) 영상, (5) 수업 등을 하며 새로운 개념을 접하기도 합니다.



개념 반복 및 연결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개념을 접했다고 해도 반복적으로 노출하지 않으면 그 기억은 금방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시냅스가 만들어졌어도 그 시냅스를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뇌에서 그 시냅스는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과 연결입니다. 그 개념에 대해 반복해서 노출해 주며 이전에 있던 아이의 기억과 연결시켜 주는 것입니다. 반복할수록, 이전 기억과 연결해 줄수록 그 개념이 더욱 선명하게 됩니다.  


매번 같은 상황이나 같은 매체로 개념을 반복할 수 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개념을 반복하면 개념의 더 다양한 측면을 볼 수도 있고 아이도 지루하지 않게 개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개념을 가진 다양한 활동을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특히 영유아 시기의 아이들은 온몸으로 습득합니다. 오감을 사용하여 느끼고 경험하며 반복과 연결을 해 주면 그 새로웠던 개념은 자연스레 아이가 알고 있는 개념으로 바뀌게 됩니다.


개념 이해


위에서 말했듯이 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한 활동들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개념을 이해하게 됩니다.


개념 이해는 한 번의 활동을 통해 일어나기도 하지만 영유아 시기에는 대부분 여러 번의 반복을 통해 점차적으로 그 개념에 대해 알아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마다 반복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로메이징 커리큘럼 예시


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로메이징 커리큘럼으로 실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번 달 주제는 '씨앗에서 꽃이 되는 과정'과 '알에서 동물이 되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운 주제이고 이 개념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꽤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개념을 토대로 만든 여러 가지 활동들을 반복적으로 함께 함으로써 아이들은 이 개념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개념을 우리 아이에게 처음 제시한 때는 우리 아이가 25개월 때였습니다. 순서(sequence)에 관한 것은 만 3세 정도부터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제가 경험한 것은 달랐습니다.


먼저 씨앗, 새싹, 꽃봉오리, 꽃을 각각 나눠서 알아보았습니다. 이 네 가지를 실제로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실물도 탐색해 보고 그에 관련한 미술놀이, 과학놀이, 요리놀이, 대근육 놀이, 소근육 놀이 등을 통해 각각의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그렇게 하며 각각의 것들이 순서를 가지고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제가 제작한 활동지를 반복적으로 가지고 놀고 순서를 알려줄 수 있는 놀이들을 했습니다. 무순과 화분을 통해 이 과정들이 순서대로 일어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도 했고 그 주제로 쓰인 그림책과 영상도 자주 보았습니다. 또한 각 과정마다 제스처를 만들어 노래를 수시로 불러준 결과, 몇 주 뒤 아이는 그 개념을 자연스레 이해하기 시작하는 걸 발견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밖에서 꽃을 볼 때마다 우리가 함께 했던 활동들과 꽃이 피는 과정에 대해 잠깐씩 얘기를 나누곤 합니다.


이 예시처럼 어려울 것 같은 개념도 반복과 다양한 활동을 통한 연결을 시켜주면 아이들을 서서히 이해하게 됩니다. 이 방법으로 36개월인 우리 아이는 아프리카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게 생겼고 다른 말을 쓴다는 것, 그곳은 덥고 우리와 다른 옷을 입는다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아주 멀다는 것 등 어느 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아이가 편안하고 즐거워하는 환경에서 재밌는 놀이들을 반복적으로 하고 그 활동들을 연결시켜 줌으로써 아이는 새로운 개념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를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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