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 : 말의 힘을 믿어요

그러니까 우리, 가능하면 좋은 말만 해요.

by 로미로부터
"말하는 대로~ 말하는대로오오오~"


이적과 유재석이 그렇게 열창하던 "말하는 대로"를 나도 요즘 되뇌고 있다.

정말 말하는 대로 되는 것 같아서, 말의 어마어마한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때는 올해 3월 초, 회사 동료 C에게 "아, 저 요즘 영어공부하고 싶은데 뭔가 동기부여가 안 생겨요 ㅠㅠ"라고 고민을 얘기하자마자 다음 날 갑자기 호주 출신의 외국인 사장님 앞에서 영어로 발표를 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영어를 조금은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외국인 앞에서 그것도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는 건 엄두도 못 냈는데, 우연히 기회가 왔고 왠지 잡아야 될 것 같아서 무턱대고 한다고 했다.


간단한 발표라는 달콤한 말에 속아 시작했는데 막상 보니 분량이 50페이지나 되는 플랜을 발표하는 자리였고, 주말 내내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무한 암기 속에 겨우겨우 무사히 마쳤다.


신기하게도 영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던 회사 동료 C와 함께 한 프로젝트라서 영어발표를 끝내고 함께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그녀는 "로미가 처음으로 똑똑해 보였어요."라는 명언을 남겼다.

내 인생에서는 나름 큰 사건이었고, 지금은 다시 영어공부를 하고 있진 않지만 엄청난 자극이 되었다.


정말로 새로운 도전이었던 영어PT.
이 날 밤 12:30에 퇴근했다고 한다


그리고 5월 초, 여름에 어떤 운동을 할까 하다가

나이 서른에 갑자기 춤바람이 들었는지 방송댄스를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방송댄스 하면 뭔가 기 세고 예전에 껌 좀 씹어본 언니들(혹은 동생들) 사이에서 우물쭈물 추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테스트 삼아 원데이 클래스로 트와이스의 "What is love"를 배웠다. 가장 늦게 도착해서 연습실 문을 열었는데 딱 봐도 나보다 어린 10-20대 동생들로만 가득했다. 약간의 뻘쭘함은 있었지만 춤이 너무 재밌어서 그 날 가장 신나게 동작들을 익혔다.


트와이스는 정말 대단한 게, 영화 보며 팝콘 먹고 - 책을 읽고 - TV 드라마를 표현하는 걸 단 5초 만에 해낸다.

정신없었지만 뭔가 나이가 5살 정도 어려진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집에 와서도 트와이스 노래를 틀고 연습했고, 약 한 달 뒤에 겨우 안무를 겨우 따라잡았다.


하지만 회사에서 나름 대리 2년 차의 중고신인이 된 내가 이런 걸 어디 가서 장기자랑이라고 해볼 수 있을까?

어디 무대에서 추게 된다면 주책바가지 같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트와이스 춤은 너무 예뻤고, 반진심으로 일기장에 장기자랑하고 싶다고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약 2달 뒤, 강원도 홍천의 글램핑 장 무대에서 난생처음 입어보는 크롭티 + 테니스 치마를 입고 그 춤을 췄다고 한다.

심지어 장기자랑 1등도 했다.


다시 춘다면 정말 잘 출 자신 있는데..


이쯤 되니 무서웠다.

진짜로 말 한대로 이뤄졌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로또 1등 당첨될 거야라고 강력하게 주문을 외우고 있는데, 이건 아직 효과가 없다.)




그리고 든 생각,

나는 왜 연애/사랑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과 말만 했을까?




사실, 첫 연애를 끝내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


남자와의 썸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이 많았고,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가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변에서 왜 연애를 못하냐라는 질문에

"연애가 너무 어렵네요. 저는 이번 생은 망했나 봐요. 혼자 살아야겠어요."

라는 답변만 했다.


계속된 짝사랑과 괜한 설렘 후에 많은 상처를 받고 가득 소심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라도 나는 혼자 살 거예요!라고 괜찮은 척 얘기를 했지만

정말 말이 씨가 되듯 계속 사랑은 어렵고, 진짜 이러다 혼자 살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정말 혼자 살고 싶은 게 아닌데,

알콩달콩 살고 싶은데..


괜히 남들 앞에서 그리고 나 스스로도 썸이 실패할 때마다

'에이 이러다 안되면 그냥 혼자 살지 뭐'라며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했던 것이다.



연애가 어렵다고 생각하니까

연애가 정말 어렵게 느껴졌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사랑할 일이 없었다.

나는 그저 내가 말한 대로 된 것이다.



예전에 핫했던 - 시크릿 책의 비결처럼 내가 어떤 말을 하는 순간 정말 우주의 모든 것이 내 말대로 이뤄지기 위해 움직이는 거라면, 내가 뱉는 말 하나하나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예전에 내가 한 말들의 결정체일 수 있다.


그것도 내가 무심코 한 작은 말들이 모여 오늘의 내가 되었다.



여전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고,

그럴 때마다 "에이 뭐 다른 남자 찾으면 되지~"라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 사람도 나와 같은 감정이라면 정말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은 "잘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짝사랑은 원래 이뤄지기 어려운 거랬어. 흥"이라며 애써 강한 척을 한다.


그래서 이젠 말들을 조금씩 바꾸려고 한다.

결국 나는 말한 대로 되지 않았는가.

그것도 내가 원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가능하면 좋은 말을 하자.
되든 안 되든의 결과부터 생각 말고,
가능한 긍정적인 말을 내뱉자.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은
결국 다시 돌아온 다는 걸 생각하면서.

주문처럼 외우자. 내가 그동안 혼자였던 건 내 자신을 더 단단히 준비해서 당신을 제대로 만나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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