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나 이번에 반장 선거될 거 같아? 지난번에 아빠가 나 반장 선거된다고 했더니 진짜로 되더라고 이번에도 나 반장 될 거 같지? " 딸아이가 밥 먹다가 뜬금없이 묻는다.
"음.... 글쎄 아빠 회사 이름이 ' 미래를 읽다 '잖아. 아빠가 미래를 미리 알고 사람들에게 부동산 투자 상담을 해 주거든. 근데 아주 족집게처럼 잘 맞추고 집 값도 많이 오르는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아빠한테 매번 선물도 많이 보내고. 너 아빠 선물 많이 받는 거 알지? 그런데 아빠가 미래를 볼 때마다 아빠 수명이 열흘 씩 줄어. 그래도 너 반장 선거에서 네가 될지 보고 올까? "
나의 허무맹랑한 말에 딸아이는 한 번 씩 웃더니 대답한다. " 응 보고 와 아빠 빨리! " 나는 손가락으로 삼각형 모양을 한 채로 이마에 갖다 된다. 그리고 쉼 호흡을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 응 보인다 반장선거 막 결과가 나오고 오! 그래 우리 다인이가 되네 반장! 오 축하해! "
이렇게 말하자 딸아이는 뛸 듯이 기뻐한다. " 아빠 나 반장 되는 거 맞지? 정말이지? 와 아빠 최고! " 딸아이의 말에 " 그래 아빠도 좋다 근데 미래를 보고 왔더니 아빠 수명이 열흘 줄었어 갑자기 힘이 빠진다. 좀 쉬어야겠어 엄마한테 설거지 좀 하라고 하고 나는 좀 쉴게....."
하지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설거지에 투입된다.
딸은 그다음 날 그다음 날도 심지어 내일 반장선거가 있는 오늘까지도 계속 자기가 반장 선거에서 반장이 될 거 같냐고 묻는다.
" 그렇게 자꾸 미래를 보면 아빠 수명이 열흘 씩 줄어 아빠 일찍 죽어도 괜찮겠어? " 나의 질문에 " 괜찮아 아빠 내가 반장이 돼서 열심히 공부해서 아빠가 죽기 직전에 수명을 연장하는 약을 만들어서 아빠한테 먹일 거야! 그러니까 미래 많이 봐도 돼! "
딸한테 한 방 먹었다. 클수록 점점 나를 닮아가는 딸.. 나도 학창 시절 내내 반장을 했었는데 그 유전자가 딸한테 갔나 보다. 아들은 점점 엄마를 닮아가고 딸은 점점 나를 닮아간다. 왜 그럴까?
" 너 반장 선거되는 게 중요해? 아빠가 만든 건물주 마블 게임이 더 중요해? " 내가 묻자 단 1초 만에 대답한다. " 당연히 내 반장선거가 더 중요하지! "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책에서 보면 세계 평화보다 자기 손에 박힌 가시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게 사람이라고 하더니 역시 모든 게 다 본인 위주의 세상이다.
딸아이 반장선거가 중요한 만큼 내가 만든 게임 건물주 마블도 잘 팔려야 할 텐데........ 나도 온통 머릿속이 그 생각뿐이다.
결국은 건물주 마블 광고글이었다. 역시 사람은 본인 위주로 돌아간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을 잘 움직이는 자본주의가 세상을 움직인다. 자본주의 만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