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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곤 Feb 13. 2018

강남에서 꼭 살아야 하나요?

비강남권의 명문학군을 조성해야 강남 집값이 잡힌다.

필자가 다닌 대학교는 서울시내 3호선 라인에 있어서 같은 과에 강남이 집이 친구들이 많았다. 신입생 초기에는 강남이 집인 친구들만 같이 어울려서 꼴사납기도 하고 재수도 없었는데 희한하게 그 친구들이 모인 곳에 있으면 괜히 기도 죽고 기분도 안 좋아서 나 역시 비강남파 친구들과 어울렸다. 시간이 좀 지나서 그 간격은 어느 정도 줄었지만 불쑥불쑥 나오는 강남파 친구들의 말에 상처받거나 괜히 자격지심이 생겼던 기억이 있다.


27살 때, 사회 초년생일 때 필자의 첫 차는 중고 엘란트라였다. 일 때문에 압구정동에 차를 몰고 다녔는데 왜 그리 창피한지 더군다나 차가 사고로 찌그러져서 더 창피하게 느꼈다. 희한하게 다른 데에서 차를 몰고 가도 창피한 생각이 없었는데 강남 그중에 한복판이라 할 수 있는 압구정동에서 내 똥차를 몰고 다니는 게 창피하고 모든 사람들이 내 차를 보고 비웃는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최근 강남에서 전세로 사신 분들이 가파르게 오른 집 값을 보고 허탈해하시며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상담하러 많이 오신다. 적지 않은 소득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강남에서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져 갔다며 많이 아쉬워하시며 우울해하신다. 순자산이 22억이 넘는 분도 계시지만 집 없이 무주택자로써 강남에서의 삶이 너무 팍팍하고 힘들다고 말씀하신다.


물론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는 배부른 소리 한다고 욕 할 수도 있다. 당장 더 힘들게 사시는 분들도 많은걸 필자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부류의 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꼭 부자라고 해서 고민이 없거나 삶이 행복하지는 않다. 순 자산이 많더라도 강남에서 집 한 채 못 샀는데 최근 급등한 강남 집값을 보며 집을 못 산거에 대한 본인의 선택, 그리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 감정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남에 거주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녀의 교육 때문이다. 내 자녀에게 더 좋은 환경에서 그리고 더 나은 인맥을 어렸을 때부터 만들어 주기 위해서이다. 정작 본인들은 교육비에 높은 집값에 힘들지만 어떻게든 자녀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최근 강남과 목동의 집값 급등은 이렇게 본인의 삶을 희생하면서 자녀들의 교육에 올인하는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자사고 폐지 등 교육을 평준화시키겠다는 정책 때문에 전통적으로 학군이 좋은 강남의 집값이 오른 이유 중 하나이다. 교육을 평준화시키는 정책이 전통적인 교육환경이 좋은 강남과 목동 등의 집값이 오를 거라는 걸 정부는 전혀 예상을 못한 거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규제 일변도로 가니 아직도 갈 길이 먼 듯하다. 강남의 집값을 안정시키고 싶다면 강남 외 지역의 교육환경을 강남처럼 끌어올려야 한다. 모든 인프라, 학군, 교통, 회사 등이 강남에만 몰려 있으니 강남의 수요는 계속 몰릴 수밖에 없다. 정책 입안자들이 강남에 많이 살기 때문에 강남 집값을 일부러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규제 억제책이 아닌 제2의 강남 제3의 강남을 만들고 발전시켜야 강남 집값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학군이라도 비강남권을 더 좋게 만들어야 한다. 강남이 개발하기 전에는 서울의 중심은 종로 등의 강북이었다. 하지만 강북에 명문학교를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명실상부한 지금의 강남이 만들어진 거다. 마찬가지로 강남의 집값을 잡고 싶다면 강남의 명문학교를 강북이나 비 강남권으로 다시 이전하거나 특수목적고를 비 강남권에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솔직히 필자가 아무리 이런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돌아오는 건 소리 없는 메아리일 뿐일 것이다. 차라리 이렇게 글 쓴느 시간에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궁리하는 게 현실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필자에게 더 이익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강남, 강북, 지방 출신 친구들과 보이지 않는 벽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과 찌그러진 차를 몰고 압구정동에 가더라도 창피하지 않은 마음이 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필자가 이런 글을 쓴다. 적폐를 청산하고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자면서 어떻게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의 빈부격차를 더 크게 만들고 강남과 강북과 지방의 자산가치를 더 크게 벌어지게 했으며 그 빈부격차를 잡기 위한 해법이 계속 헛발질의 연속인 거 같아 정말 안타깝다.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집 값을 잡기 위한 가장 좋은 해법인 거 같다.


https://blog.naver.com/readingfuture  미래를 읽다 투자자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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