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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의 꽃이 떨어져야 인격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묵언하심( 默言下心)

by 봄날



밤늦게 채널을 돌리다 ‘가치 들어요’ 란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소통전문가 김창옥 님의 강의를 다 함께 듣고 출연자들과 서로 소통하고 치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언젠가 그도 슬럼프와 권태기로 고통받을 때 지인의 소개로 노신부님을 소개받아 찾아갔는데 그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 자존심의 꽃이 떨어져야 인격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또한 소통전문가에게 프랑스 수도원으로 가서 침묵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했다 한다. 물론 프랑스어를 못하니 당연히 침묵했겠지만 정말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침묵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슬럼프가 왔을 때 반대로 그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더 활동적으로 스케줄을 소화하며 약속을 만들고 웃고, 떠들어 볼 때가 있지만 그때뿐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만나서 상처 받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만남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침묵하고 문제의 원인을 조용히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실제로 더 도움이 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만나 조언을 듣거나,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 받지 않을 거면 차라리 조용한 침묵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담쟁이


아무 일도 없었던 작은 연못에 외부에서 강한 바람이나 어떤 충격을 받아서 잔잔하던 물이 출렁이고 아래에 켜켜이 쌓여있던 먼지가 떠올라 혼탁한 과정이 우리에게 있어서는 슬럼프나 권태기일 것이다. 그럴 때 인위적으로 더 외력을 가하면 점점 더 출렁이고 혼탁해질 뿐이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가만히 놓아두면 결국에는 물 스스로의 자정력으로 조용하게 서서히 출렁임이 잦아들며 혼탁함도 사라질 것이다. 그처럼 슬럼프가 왔을 때 혼자만의 시간과 침묵을 가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거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인생도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삶을 치유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에서



침묵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색하게 한다. 처음엔 한동안 혼란스럽지만, 결국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씩 회복이 된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또한 평소 단단히 훈련해 놓은 스스로의 마음 근력으로 그 슬럼프를 극복할 수도 있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다. 그 외의 조금 더 특별한 원인과 경우라면 반드시 관련 전문가의 도움이나 병원을 찾아야만 한다. 그 작은 연못이 외력에 의해 내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때, 그 작은 연못 자체가 망가지거나 뒤집어진 경우라 할 수 있다.


수크렁


자존심의 꽃이 떨어지고 인격의 열매를 맺으려면 스스로 자존감이 높아져야 하고, 아니면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그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을 때 결국 그 자존감은 높아질 수 있다. 자기 자신에게 당당해지고, 주어진 현실과 자신감 있게 정면으로 맞설 때, 그리고 그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일 때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 그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부정하거나 회피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그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묵언하심, 말을 줄이고 낮은 마음, 즉 겸손함을 유지할 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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