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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Oct 13. 2020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켜서라

기업의 문화와 DNA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켜서라”



  CNN 창업주 테드 토너의 말이다. 직장 생활을 할 때 좋은 후배들을 잘 만나는 것 이상으로 좋은 상사를 잘 만나는 게 우선이라 할 수 있다. 리더로서 직장에서 후배들을 만나려면 적어도 중간 간부는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과장, 부장, 팀장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간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원들끼리도 나름 그들 세계에서는 상하관계나 선후배 관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것은 아니고 그냥 다 같은 동료사원일 뿐이다. 가끔 회사에 군대 문화가 접목되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때도 있다. 늘 그렇듯 군대문화는 수평적이기보다는 수직적인 구조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조직에서는 오늘의 화두인 창의성이 발휘되기는 힘들다.



 직장 생활에서 어떤 상사를 만나고 함께 일하는지는 굳이 직연( 함께 일한 인연)을 말하지 않아도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식은 부모의 등짝을 보고 크는 것처럼, 직장 생활에서도 함께 일하는 상사를 보고 배우고 닮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십 년 차 미만일 때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기업의 문화가 생겨나고 그 기업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그 회사의 정체성이 되고 DNA가 되는 것이다.



 한국을 이끌어가는 두 기업집단의 문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그 두 기업 집단의 회사 로비에 한번 물리면 죽는 살인 모기가 나타났다고 한다. S기업 집단에서는 그 살인 모기의 자료를 찾고 곤충학자를 초청해 강의도 듣고 다른 회사, 다른 나라의 사례를 수집하고 연구해서 방역 대책을 세운다고 한다.


 반면 H기업 집단에서는 바로 로비로 내려가서 그 살인 모기를 때려잡기 시작하고, 또 한편으로는 모기채 말고 더 효율적일 것 같은 모기약, 스프레이를 구해오고, 전 사원을 동원해 이 방법, 저 방법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현장에서 연구하고, 실천해보며 살인 모기 퇴치의 속도전을 벌인다고 한다.


 두 기업집단의 문화를 보여주려는 것이지, 이 가상의 사례가 어느 한쪽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두 가지 살인 모기의 대처방법에 있어 분명한 장단점은 스스로 유추해 보길 권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디테일, 관리의 S그룹, ‘안되면 되게 하라’는 추진력의 H그룹이라고들 한다.



 두 기업집단의 살인 모기를 대처하는 방법을 살펴보면서 지금의 그 기업집단의 주력사업과 문화를 유추해 볼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그들 기업 집단의 부정적 측면과 폐해는 차치하고, 우리나라를 세계 경제 10대 강국으로 만들고 발전시켜온 데 대해서 많은 역할을 한 데는 큰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금도 상당 부분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업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오랫동안 단단하게 축적되고, 쌓아진 기업문화가 존재하는 훌륭한 회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한방에 훅 간 회사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대체적으로 창업주나  오너가 독선적이고 수직적인 문화를 가진 회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인천대교처럼 주탑 두 개가 기본을 잡고 나머지 많은 교각들이 떠받치고 있는 회사는 외력에 의해 쉽게 무너지지 않고 그에 맞는 내력으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은 어차피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켜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상사를 잘 따라 본 사람이 훗날 리더의 위치에 서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지아비 욕하다 닮는다”는 안 좋은 옛말처럼 함께 일한 상사의 안 좋은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면, 머지않아 회사를 떠나야 할 날을 더 빨리 마주할 것이다. 그 안 좋은 모습을 인내하고 버티고 참아내서 그 상사의 자리에 내가 올랐을 때, 자신의 리더십 발휘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 비합리적이고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을 또다시 직장 후배들에게 반복, 재생하지 않으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


드라마 미생(tvN, 2014)


 그리하면 최소 그 직장 상사보다는 한두 직급 이상 그 회사에서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해야 기업 문화는 발전하고 기업은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의사 결정한 프로젝트나 사업은 무조건 따르고,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개인적인  소신과 패기가 필요하지만, 일단 회사가 의사 결정하고 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 아니 그 일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따르지도 않으면서 비켜서지 않고 계속 뒷다리를 잡는다면 머지않아 자신이 그 회사에서 비켜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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