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비혼
어느 방송에서 MZ세대들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듣던 중 옆에 있던 아내가 말했다.
“여보, 난 만약에 다시 태어나면 결혼 안 하고 살 거예요.”
“그래?, 그럼 연애도 안 하고요?”
“아니,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연애는 열심히 하고요”
“그럼 다행이네. 나도 결혼 안 하고 혼자 살아보고 싶어요 “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었던 각자의 생각이니까 아내도 내 대답이 별로 새삼스럽지 않은 눈빛이다. 지금의 청년세대와 달리, 그땐 진지한 고민 없이 그냥 취업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 줄 알았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운이 좋았을 뿐이다.
또한, 그런 아내의 생각은 기존의 불공평한 결혼제도에 편입해 다시 자신의 꿈을 결혼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결심이었다. 나는 반대로 이번 생에 결혼생활은 한 번 해봤으니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서 살아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내가 신문에서 읽은 얘기라며 어느 은퇴자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치열했던 사회생활을 끝마치고, 신혼여행 말고는 아내와 여행다운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고 생각한 남편이 은퇴하자마자 아내에게 해외 패키지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아내가 매우 시크(chic)하게 한마디 했다고 한다.
“여보, 우리가 아직 그 정도 사이는 아니지 “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연애 끝에 결혼을 하고 서로가 맡은 역할과 의무에만 집중하며 생활하다 보니 그 아내의 말처럼 아직 해외여행을 함께 갈 정도로 강한 정서적 동기부여가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어떤 부부는 패키지여행에서 부부라고 왜 트윈베드가 아닌 더블베드만 배정해 주느냐고 가이드에게 항의했다고 한다.
기성세대 대부분이 공감하는 얘기지만 그들은 지금도 자녀들의 결혼에 집착하고 있다. 지금의 MZ세대들은 다르겠지만 기성세대들은 대개 독박 생계, 독박 육아 및 가사노동이 일반적이었다. 무엇이든 공짜는 없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아내 또는 아이들에게 투자한 시간만큼만 친밀감과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때의 서른이고 마흔인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다.
결혼을 앞두고 왜 그 많은 명언들에 무덤, 전쟁 같은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지는 연애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반드시 겪게 되는 통과의례가 있다. 행복한 신혼생활이 끝나고 첫 아이를 낳는 순간이 그 출발점이 된다. 당장 육아문제부터 전쟁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연애할 때는 몰랐던 서로의 낯선 성격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MZ세대들의 비혼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조차 경제적인 이유로 시작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제 결혼도 중산층 이상의 새로운 문화고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비혼의 또 다른 이유는 결혼으로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치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혼자 불행한 사람은 같이 있어도 불행하다.
누군가는 결혼을 안 하면 나이 들어 후회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비혼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으니 크게 신뢰할 말은 아니다. 어차피 인생이란 어떤 선택을 하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 법이다. 결혼과 비혼 또한 선택일 뿐, 인생의 정답은 없고 대신 많은 해답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그 삶에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