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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Feb 09. 2023

당신이 정한다. 착한 사람이 되든, 나쁜 사람이 되든

선택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 ‘더글로리’, 유퀴즈에 출연한 여행 유튜브 채널 ‘곽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의 학폭경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선수 선발 관련 학폭에 연루된 안모 투수에 대한 추신수의 소신발언, 그리고 그의 발언과 대비된 축구선수 박지성의 학교폭력 이야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박지성은 자서전에서 “잘못해서 맞은 것이라면 100대도 기분 좋게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어제는 저 선배 기분이 좋지 않아서, 오늘은 이 선배가 감독한테 혼나서 밤마다 몽둥이세례를 당하는 것은 참기 힘들었다.”라고 아픈 기억을 끄집어냈다. 주목할 만한 이야기는 그때 다짐했고 최고참 선배가 됐을 때도 그는 후배들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한때, 자신이 겪고 있는 시련 속에서 묵묵하게 끝까지 참고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존버정신’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었고, 무조건 버티는 것이 성공의 모범답안처럼 인식된 적이 있었다. 더 나아가 ’ 젊을 때의 시련은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는 말을 어른들은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빛만 보고 그림자는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학폭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두 곽튜브나 박지성이 될 수는 없다. 최소한 부당함만큼은 무조건 참고 견디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가 된다. 오히려 “참을 수 없는 것, 견딜 수 없는 것은 견디지 마라”라고 말해주는 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어차피 참고 견디라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하니까.


한강 잠실, 자연학습장


 무작정 참고 견딘다는 것은 어떤 부당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세상을 사랑할 수 있고, 어떤 희망이 보일 때 하는 것이다. 특히, 한창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는 부당한 시련을 무조건 참고 버티다가는 강해지기는 커녕 세상에 상처받고 영혼이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채찍도 적당히 맞을 때 힘이 되는 법이다. 언젠가 김영하 작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많은 분들이 '시련이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시련은 사람을 '녹슬게' 만듭니다.

시련을 이겨내고 강해지는 사람은 정말 드물어요. 잘못된 편견으로 ‘너 고생하고 있으니 강해질 거야'라고 하거나 '시련이 있어야 한다'라고 하면서 사람을 녹슬게 만드는 거죠."(알쓸인잡, 김영하 작가)



 앞에서 예를 든 학폭을 극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상처받고 힘들 때조차도 세상을 사랑하고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학교폭력을 견뎌내면서 약자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역지사지의 지성이 대물림을 끊었다. 아마도 곽튜브나 박지성선수는 학교 폭력에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성공 에너지로 삼았을 것이다.



 학폭을 겪고 세상에 사적 복수를 선택한 드라마 ‘더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을 마냥 응원할 순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녀는 학교폭력을 저주와 복수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가해자들이 그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무너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될지는 당신이 정한다. 착한 사람이 되든, 나쁜 사람이 되든. 다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착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면 그것은 칭찬이 아닐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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