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악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무식과 무지

by 봄날


평창 대관령 겨울음악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없어 뉴스를 검색해 보고야 그 이유를 알았다. 강원도에서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며 손열음 음악제 예술감독이 사임을 했다고 한다. 예산이 대폭 삭감된 제20회 대관령 여름음악제도 지금으로선 축소개편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성공적으로 진행해 온 전통 있는 국제음악제가 사회적 합의도 없이 예산삭감에 따라 몇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2008년, 사회에 불만을 가진 한 어른이 남대문에 불을 지르고 붙잡힌 후 “그래도 인명 피해는 없었잖아. 문화재는 복원하면 된다”라는 망언을 해서 남대문이 불타고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었다. 2018년 출소 후 “내가 그때 바보짓을 했다”며 뒤늦게 자신의 무식하고 무지한 행동을 후회했다. 모든 악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삼양목장


무식과 무지, 무식한 거는 홧김에 국보 1호, 남대문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고, 무지한 것은 자신이 저지른 방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평창 발왕산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백 년 묵은 주목이 고사하고 있는 것처럼, 강원도에서 진행하는 주요 음악제들이 예산 삭감으로 고사 위기에 놓였다. 더불어 뒤늦게 일 년에 두 번 겨울, 여름 대관령음악제에 참가하게 된 나의 삶의 루틴도 무너지게 되었다.


그들이 살아온 삶의 과정을 돌아볼 때, 무슨 핑계를 댄다 해도 그런 의사결정을 한 정치인보다는 손열음 예술감독을 믿는다. 미안한 얘기지만, 누군가가 겉모습이 촌스러운 건 용서가 돼도 마인드가 촌스러운 건 용서가 안된다. 일 년에 두 번 대관령음악제에 참석하고 덤으로 눈 덮인 삼양목장과 녹음이 우거진 양떼목장을 바라보며 산책할 수 있는 삶의 쉼터같은 대관령음악제였다.


양떼목장

얼마 전에 ‘알쓸인잡’(tvN)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상욱 박사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저)란 책을 인용했던 글이 생각난다. 그가 말했던 히틀러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히틀러가 절대권력을 획득하기까지의 과정이 민주적이고 합법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철학과 과학의 민족, 합리성의 상징과도 같은 독일 사람들이 왜 히틀러에게 권력을 주었는지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 그 단서가 나온다. 권력은 없고 인기만 있는 포퓰리즘 정치인과 기득권 세력이 손을 잡는다.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기득권 세력은 선거 후 그를 통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통제권을 잃는 순간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이런 패턴으로 지난 100여 년 동안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포함하여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에 독재자가 집권했다. “라고 말했다.


발왕산 천년주목숲길


그가 말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세계도처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의 공식자료는 없지만, 어떤 조사에 따르면 연령상관없이 가구주 기준, 부채 없는 순자산 10억을 가지고 있으면 대략 10% 안에 든다고 한다. 그러므로 기득권이 반드시 자산만 기준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그 기득권의 한 축인 ‘가짜 부자’에 대한 개념을 잘 정리한 ‘더 해빙‘(The Having, 이서윤, 홍주연 저 )이란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진짜 부자에게 돈이란 오늘을 마음껏 누리게 해주는 '수단'이자 '하인'이에요. 반대로 가짜 부자에게 돈은 '목표'이자 '주인'이죠. 그 돈을 지키고자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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