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경주가 아닙니다

신년사

by 봄날


흐린 날 아침,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아이가 갑자기 회사의 이른 점심회식 시간에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있었지만 대충 옷을 걸쳐 입고 경주하듯 차를 몰고 판교로 내달렸다. 명절 교통혼잡 때문에 결국 팀회식에 십분 정도 늦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영화 ‘러브스토리’(1971)의 올리버와 제니퍼의 사랑 이야기를 무심하게 듣고 있었다.


영화 음악 Snow Frolic 만큼 유명한 명대사, 올리버에게 ”사랑한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라는 말을 남기고 짧은 생을 살다 간 제니퍼를 떠올렸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FM 음악방송의 영화 ‘러브 스토리’ 이야기와 함께 all out of love(air supply)를 듣고, 그 영화의 기억을 곱씹으며 돌아왔다.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진 모든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가 만약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그들의 삶도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생활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인생을 경주하듯 살아가지 않았을까 상상했다.


언젠가 회사 팀장급 이상 간부들만 대회의실에 모아놓고 새해 초에 신년회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과와 덕담을 마치고 전 코카콜라 회장의 신년사를 나누어주고 끝마쳤다. 생각은 각자의 몫이니까.



일도 사람도 모두 그때를 놓쳐서는 안 될 결정적 시기가 있는 법이다. 제 또래에 비해 미리 철이들 필요는 없다. 인생은 제 또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살 때가 제일 행복한 거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신년사를 말해주지 않는다.


가정형편으로 너무 일찍 철이 들어 제 마음을 챙기기보단 부모를 먼저 챙겨야만 하는 아이들의 부모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힘들면 일이고 뭐고 뻔뻔하게 자신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 아이들이 나이에 비해 너무 일찍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철이 든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삶은 공중에 다섯 개의 공을 돌리는 저글링 게임과 같습니다.


다섯 개의 공에 일, 가족, 건강, 친구, 영혼이라고 이름 붙이고 공중에 돌려보십시오. 당신은 곧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떨어뜨려도 바로 튀어 올라옵니다. 그러나 다른 네 개의 공은 모두 유리로 만들어졌습니다. 하나라도 떨어뜨리면 손상되고 흠집이 나고 산산이 부서져 다시는 예전처럼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 다섯 개 공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당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우리 각자는 서로 다르고 모두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당신 인생의 목표를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두지 마십시오. 당신 자신에게 가장 최선인 것에 두십시오. 가까이 있는 것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당신의 삶에 애착을 갖듯 그들에게도 애착을 가지십시오. 그들이 없는 삶이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함으로써 당신 삶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게 하지 마십시오. 한평생을 산다는 것은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아직도 줄 것이 남아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진정으로 끝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이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런 두려움은 우리를 구속할 뿐입니다. 위험과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래야 우리는 용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찾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당신 인생에서 사랑의 문을 내리지 마십시오.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바로 사랑을 주는 것입니다. 사랑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랑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바쁘게 당신 인생을 내달리게 하지 마십시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은 고맙다고 느끼는 것임을 잊지 마십시오. 시간과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그 어떤 것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인생은 경주가 아닙니다. 한 걸음씩 음미하며 나아가는 여행입니다.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비밀이며 오늘은 선물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 부릅니다. “



더글러스 태프트(Douglas Taft) 전 코카콜라 회장의 신년사 중에서


다산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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