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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May 28. 2023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울릉도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철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며

욕심은 없고

결코 화내지 아니하며

늘 조용히 웃고 있다.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약간의 나물을 먹으며 이 세상 모든 셈에서 자신은 계산에 넣지 않으며

잘 보고 듣고 이해하며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초가집에 살며

동쪽에 병든 아이 있으면 가서 돌봐 주고

서쪽에 고단한 어머니가 계시면 가서 그 볏단을 져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두려워할 것 없다고 말해 주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두라고 말리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냉랭한 여름에는 힘없이 터벅터벅 걸으며

모두에게 얼간이 소리를 들으며

칭찬도 듣지 않지만

걱정거리도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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