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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Nov 05. 2023

정말 외로운 사람은 혼자 있지 못하는 사람이다

가을밤에 든 생각


 트위터에 올라온 글에서 가끔씩 오래된 인간관계를 끊었다는 글들을 자주 보게 된다. 10년, 20년, 30년 지속된 인간관계를 그만하기로 마음먹는 이유들은 다양하다. 그중 대부분은 친구의 계속된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된 무례함을 당하고 난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도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멀어진 인간관계가 많이 있다. 모든 인연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 인연의 유통기한이 끝났기 때문이다.



  존재가 이전될 때마다 계속 쌓여가는 모든 인간관계를 매번 균일하게 챙기는 것도 무리지만 모두 챙길 수도 없다. 모든 인간관계는 식물을 키우는 것과 같아서 잘 보살피고 돌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좋은 친구가 많으면 좋겠지만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반드시 좋은 친구가 모여드는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쁜 놈들도 나쁜 놈보다는 좋은 사람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반드시 가져야 할 중요한 것 세 가지가 친구, 아내, 돈이라는 말이 있다. 금란지교, 관포지교, 지란지교, 문경지교, 수어지교 등등, 일일이 다 예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름다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자성어가 넘쳐난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죽을 때까지 서로 지속 가능한 아름다운 우정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나이 들어보니 동고동락한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와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은 필요, 충분조건이지만, 이것저것 소통할 수 있는 수단과 놀거리가 많아진 현대사회에서는 좋은 친구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런 친구가 없으면 없는 대로 잘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 그런 좋은 친구가 없다 할지라도 너무 그 관계자체에 목맬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중식요리사로 방송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세프가 있다. 그는 30년 넘게 이어온 모임을 손절했다고 말했다. 중식의 대가로 성공하고 방송에서 유명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주변의 은근한 시기와 질투가 생겨났다고 했다. 어느 날 그 모임에서 술에 취해 2차를 가게 되었고, 누군가 2차는 누가 내느냐고 해서 “부담 없이 먹어, 내가 쏠 테니 “라고 말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누군가가 “왜 네가 사냐“라며 멱살을 잡길래 어찌하다 밖에 나가 주먹다짐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 소동이 있고 난 후, 문제는 그 모임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시비를 건 사람에게 사과하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30년 넘게 알고 지낸 사람들이 한 사람도 자기편이 되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 모임의 사람들이 "다들 마음이 비슷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 사건 이후 그는 더 이상 그 모임을 나가지 않았고, 또 다른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생활의 인간관계란 게 꼭 그렇진 않지만, 대개 누군가 잘 나가면 시기와 질투를 부르고, 서로 비교하게 되면서 없던 스트레스를 만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행복해지려면 먼저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지난 과거를 소환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아스타 정원


  또한, 인간관계의 인연이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갈수록 특별한 이유 없이 멀어지기도 하고, 새롭게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고, 그렇게 생성과소멸의 반복을 거듭하는 것이다.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는 말처럼 너무 인간관계 그 자체에 속박당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쓸데없이 많은 인간관계는 시간과 돈의 낭비와 함께 스트레스만 유발할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서로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대화가 편하게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이유 없이 만나는 사람이 ’ 친구‘고, 이유가 없으면 만나지 않는 사람이 ‘지인’이고, 이유를 만들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란 말이 있다.


 물론, 말이 통하는 친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사실, 친구는 그냥 함께 놀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함께 대화를 나누고, 놀이를 함께하고,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는 것 이상을 누군가에게 바라고 기대한다면 그는 이미 친구가 아니고 애인이거나 지인이며 업계 관계자일 뿐이다.


* BTS(방탄소년단)의 뷔가 만들어낸 말로 일곱 빛깔 무지개의 마지막 색처럼 끝까지 함께 사랑하자는 뜻



 영원한 인간관계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메멘토 모리, 어차피 모두 죽는다. 문득, “마지막에 남는 건 가족뿐이다”라는 BTS 뷔(김태형)의 아버지말씀이 생각난다. ‘정비공 영영’이란 말이 있다. 인생에 정답 없고, 비밀 없고, 공짜 없고, 그리고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줄임말이다.



 반드시 국가이익만을 우선하는 국제관계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그러니 너무 쓸데없는 인간관계에 상처받거나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일과 자신의 삶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진짜인 삶은 혼자서도 외롭지 않다. 정말 외로운 사람은 친구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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