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 Nov 09. 2023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다

전쟁과 여성의 삶


 이스라엘이 12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 수용촌과 구급차량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는 뉴스를 듣고 분노가 일어났다. 분노를 잊기 위해 소설, ‘연을 쫓는 아이’(2003)의 작가인 할레드 호세이니의 두 번째 장편소설, ’ 천 개의 찬란한 태양‘(2007)을 읽기 시작했다. 뉴스에서는 계속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서 “우린 아무 잘못이 없어요!!”라고 울부짖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를 나의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먼저, 1996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2001년 3월, 2천 년 이상 된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폭파하는 장면을 CNN 뉴스에서 보고 경악했다. 그로부터 20년 후 2021년 8월, 다시 그들이 카불을 함락시키고 미국이 철수할 때 카불공항에서 마지막 이륙한 미군수송기의 바퀴에 매달려있던 사람들이 허공으로 추락하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고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1979년, 공산주의 정권을 지원하기 위한 소련의 침공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작가에게 첫 번째 소설 ‘연을 쫓는 아이’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남성, 정확하게는 두 소년들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두 번째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두 여성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 ’ 연을 쫓는 아이‘(2008)를 보고 난 후 무지에서 오는 아름다운 나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였다.



 명분 없는 전쟁과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잔인한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릴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삶이란 지역과 인종만 달리할 뿐, 그 참혹하고 고단한 삶은 지금의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얼마 전에 읽었던 조정래의 소설 ’ 태백산맥‘에서도 보았던 한국전쟁 전후의 우리나라 여성들의 모진 삶과도 일맥상통한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에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의 우리나라 여성들의 삶을 보았다.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어갈수록 여성 주인공 ’ 마리암‘과 ’ 라일라‘의 견디기 힘든 고통스러운 삶과 소설 ’ 태백산맥‘의 시골 아낙네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빨치산이 될 수밖에 없었던 ‘외서댁‘, 좌익 청년과 사랑에 빠진 어린 무당‘소화’의 눈물겹게 모진 삶이 마치 평행이론, 데칼코마니처럼 서로 많이 닮아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선택도 아니지만 모두 시대를 잘못 만나 태어난 죄 밖에 없다.



 또한, 평화롭게 살아가던 아프가니스탄에 쿠데타로 왕정이 무너지고 공산주의자들이  불러들인 1979년 소련의 침공과 함께 시작된 10년의 시련이 1989년 미국의 지원을 받던 부족연합 반정부군에 패한 뒤 소련이 철수하며 끝났다. 그 후, 각 부족별 군벌들 간의 오랜 내전과 그 군벌들을 최종적으로 축출한 탈레반이 1996년부터 아프가니탄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그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은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모진 세월이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2001년 9월, 알카에다의 뉴욕 비행기테러로 미국이 뒤쫓던 빈라덴을 숨기고 보호한데 격분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탈레반을 내쫓을 때까지 아프가니스탄을 5년간 통치했다.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로 포장했을 뿐, 무장 폭도에 다름 아닌 탈레반의 여성에 대한 핍박과 폭력은 2021년 8월, 그들이 다시 카불을 점령하면서 전 세계에 그들의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여성탄압 정책이 더욱 알려졌지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의 주인공 ’ 마리암‘과 ’ 라일라‘의 고단하고 모진 삶은 2001년 탈레반을 축출한 미국의 보복전쟁 덕분에 전쟁과 잔인한 폭력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연대와 사랑으로 결국 작은 구원을 받았고, 새로운 희망의 싹을 키우며 그 소설은 끝이 났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후 20년이 지난 2021년 8월, 미국이 무책임하게 아프가니스탄을 버리고 철수하면서 다시 카불은 탈레반에 함락되었다. 그 소설 속의 주인공 ‘마리암과 라일라’가 겪었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이유야 어떻든,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을 물리친 아프가니스탄의 저항정신을 높게 평가했지만, 두 번 모두 정권을 잡은 권력자들은 그들의 국민을 배신하고 말았다. 언제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나라 국민의 자유선거를 통한 민주주의가 아닌, 총과 대포로 권력을 쥔 사람들은 늘 그 권력을 잡고 나면 그동안의 달콤한 말대신 본심을 드러내기 마련이었고, 예외 없이 그 나라 국민들의 기대를 배신해 왔다는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역사적으로도 민주주의의 절차에 따르지 않는 권력은 이런저런 편법과 함께 얕은꾀로 그들의 국민을 선동했고, 또한 실행이 없는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말들에 현혹된 국민들은 결국에는 전쟁과 독재로 고통받았고, 고통받고 있는 나라들이 되었다. 오늘도 세계를 둘러보면 거창한 대의명분과 함께 평화보다는 전쟁을 외치던 정치인들을 선택한 국민들은 모두 참혹한 전쟁을 겪고 있거나, 또는 전쟁이 일어날만한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고 있다.



 그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속의 아프가니스탄이나 전쟁 중인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등 모두 아들을 전쟁터에 내보내고 노심초사, 어머니들이 가장 고통받고 있으며, 대책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죄 없는 어린이와 여성들이다.


 전쟁 한 달 만에 1만 명 이상의 가자지구 민간인이 죽었고 그중 약 4000명 이상이 어린이들이었다. 우리가 분노하는 지점은 네타야후 정권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정책으로 큰소리만 치다가 안보에 구멍이 뚫리자 그것을 만회하고 자신의 계속 집권을 위해 전쟁을 확대하고 이스라엘 인질등 양측 민간인을 희생양 삼고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이 전쟁이 확대되면 레바논 헤즈볼라와 이란의 참전, 그리고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유가급등과 함께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등 우리도 남의 일이 아니다. 또한, 그 참혹한 전쟁에 휘말린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보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치의 전쟁범죄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며 ‘악의 평범성’을 말했던 유대인 작가, 한나 아렌트는 지금의 이스라엘 전쟁범죄를 상상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녀는 사유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말 외로운 사람은 혼자 있지 못하는 사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