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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Nov 16. 2023

차별이 대수롭지 않다면, 당신은 방관자 거나 가해자다

인종차별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나는 국내 정치 관련 이야기는 쓰지 않기로 정했다. 정치 얘기를 쓰면 할 말이 무궁무진하지만 쓸데없는 논쟁이 싫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정치환경은 가을운동회의 청백전 같다. 어떤 정치현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 내편, 네 편의 공을 터트리기 위해 마구 모래주머니를 던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운동회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서로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 청백전이 끝나면 마지막엔 화합과 단합의 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지 않거나, 글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늘은 그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 미국에 유학해 최고 대학을 나왔다는 어느 전도유망한 젊은 정치인을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며, 그가 강연하는 부산에 내려간 전남출신 특별귀화 미국계 한국인 의사가 있었다. 어느 정당을 새롭게 혁신해 보겠다는 책임이 그에게 맡겨졌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대를 이어 한국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귀화가 허락되었다.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근현대사의 한국에서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봉사활동을 했다. 그의 형은 북한 어린이 결핵치료에 앞장선 유진벨 재단을 운영했고 그 공로로 김일성도 두 번이나 만났다. 그 역시도 지방 순천에서 오랫동안 인술을 펼쳐왔다. 그의 뜬금없는 정치적 행보를 지켜보면서, 그가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겪을 큰 수모를 생각하면 당직을 맡지 않고 자신의 삶에 집중했으면 했다.



 결국 얼마 전에 염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초대받진 않았지만 단상에 있는 그 젊은 정치인을 바라보며 맨 앞줄의 방청석에 앉아 그가 경청하고 있었다. 강연을 시작한 그 젊은 정치인은 그를 내려다보면서 영어로 “Mr. Linton, 제가 환자인가? 여기 의사로 오셨나?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분의 영어 이름((John Linton)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엔 누구한테 그러나 싶었지만 카메라가 그분을 클로즈업했을 때 그 상황을 이해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그 후 TV, 신문등 뉴스에도 많이 회자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정치인이 했던 인종차별적 발언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단지, 그 젊은 정치인에게 본질을 벗어난 문제로 비난하기 위한 기사만 쏟아냈다. 내가 트위터에서 팔로잉하는 뉴욕의 정신과 의사만 오직 이것을 지적하고 비판했을 뿐이다.


 그의 트윗 글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에게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공개 강연에서 바로 앞에 앉혀놓고 한국말로 그의 이름을 부른 것도 모자라 비아냥대며 한국말로 질문을 던졌으면 그 정치인은 인종차별로 퇴출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 정신과 의사의 지적 후 주류 언론이 아닌 인터넷매체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기사가 나오긴 했다. 특히 미국은 이민자들이 많고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노예제도 폐지 후 250년이 지난 지금도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미국 언론 역사상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언론인이며 작가인 이자벨 윌커슨은 미국의 오랜 인종차별과 불평등의 역사를 밝힌 책, ‘카스트’(2022, RHK출판사)를 출간했다. 최근 그녀의 책을 주문해서 읽으려고 찾아보다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읽었다.



 1944년, 미국의 한 공립학교의 논술대회에서 “전쟁이 끝났습니다. 히틀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고 한다. 16세의 한 흑인 소녀가 히틀러의 처리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다 답을 적었고, “그를 검은 피부로 만들어 남은 인생을 미국에서 살게 해야 한다.”(Put him in a black skin and let himl live the rest of his life in America)는 짧은 글이 최종 우승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 후 20년 동안에도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는 것은 1962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명작 ‘그린북’( Green Book, 2019)을 보면 된다.



 ‘Black Lives Matter’,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 지긋지긋한 인종차별은  일제식민 시대이래 세계도처에 흩어져 살고 있는 오랜 이민자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를 비롯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세계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그 인종차별 문제만큼은 매우 철저하게 다루고 금지하고 있다. 영국만 해도 최근 경기 중 손흥민 선수에게 눈을 찢는 인종차별 행위를 한 남성이 3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와 ‘유로 2024’ 같은 국제 경기가 열리는 기간에는 여권도 반납해야 하는 판결을 받았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처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필리핀등에서 육아도우미제도를 월 100만 원에 도입한다고 한다. 하지만 쪽방에 살면서 그 월세마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면 과연 좋은 육아 도우미가 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아마 아이들이 부지불식간에 영어로 된 욕부터 배우지 않을까, 또 홍콩처럼 차별은 얼마나 심할까 걱정이 앞선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노예근성 있는 것들은 맞아야 한다. “ 지방의 한 영어학원 원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원어민 강사를 가리키며 한 말이란다. 폭언과 욕설은 물론 폭행 정황까지 있는데, 이런 언행은 처음이 아니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가 현실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점점 가속화할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나머지 노동력과 대체 인력은 유럽 등 선진국처럼 이주노동자들이 대신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제 제도권 교육에서도 다문화가정등 한국의 현실을 감안해 인권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누구든, 뭐든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문제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으니까. 그런 인종차별이 대수롭지 않다면, 당신은 이미 방관자 거나 가해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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