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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pr 09. 2020

드라마만 보는 이유, 드라마를 보지 않는 이유

부부의 세계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또 수많은 난감한 상황과 마주치게도 된다. 절대로 좋은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나쁜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우리들의 삶 자체가 드라마처럼 변화무쌍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드라마나 음악, 가요 프로그램을 멀리하게 된다. 코미디 프로그램 역시 잘 안 보게 된다.


 드라마처럼 갈등관계를 고조시켜 시청률을 올리거나 시끄러운 음악방송은 안 그래도 머리 아프고 피곤한 일이 많은 직장인들에겐 스트레스를 하나 더 추가한다. 그냥 사실관계만을 보도하는 뉴스를 많이 보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신뢰지수 꼴찌인 현재 언론환경을 보면 그마저도 믿을 수 없지만, 오죽하면 이미 끝난 경기 결과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스포츠뉴스만 믿을까?


 일부 종이 신문은 말할 것도 없다. 부추 다듬을 때나  만두 만들어 먹을 때 거실 바닥에 까는 용도 밖에는, 선거철이 다가와서 더 그런 건지 대부분 사실관계가 왜곡된 주의 주장을 읽노라면 쓰레기 분리 수거함에 버리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지저분하다. 이젠 신문을 끊고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유엔 난민기구(UNHCR)에 한 달 이만 원을 정기 후원으로 돌려야 할 때인 것 같다.



  하지만 회사란 조직에서 실무를 중심으로 일할 때는 일반적으로 상황이 달라진다. 특별한 저녁 약속이 없으면 주중, 주말 드라마를 꼭 챙겨본다. 드라마를 챙겨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드라마를 보면 힘든 한 주가 빨리 가는 느낌이 있다. 주중 드라마를 기다려 보고 나면 또 금방 주말 드라마를 챙겨볼 만큼 일주일이 빨리 간다. 두 번째는 드라마를 챙겨 보는 시간만큼은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머리 아픈 회사일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 시간만큼 릴랙스 되기 때문이다.


 음악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바이오리듬 지수를 올리고 엔도르핀을 분비해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날려버릴 수 있다. 물론 단점은 예상하겠지만 지나친 몰입으로 대화가 없어지면서 부부싸움을 유발할 수가 있다. 아니면 아이들로부터 컴플레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30,40대에 해당하는 이 나이 때에 남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 두 가지,


“ 아빠!!! 놀아줘!!!”


“여보!!! 방금 내가 뭐라 그랬어?”


 거실에서 드라마를 함께 보며 얘기를 하던 아내가 문득 던진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집안은 시베리아 벌판에 홀로 선 기분을 맛볼 수 있다. 하루 종일 떨어져 있다 저녁을 물리고 난 후  재미있고 화목하게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싶던 아내의 마음을 충분히 배려했어야 하는데 늦은 후회일 뿐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tvN,2018)


 이제 그런 청춘의 시간들이 지나고 회사에서도 몸이 힘든 실무를 하기보단 주로 머리가 아픈 어려운 의사결정을 많이 해야 하는 위치가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드라마나 음악 프로그램은 잘 안 보게 된다. 본방 사수할 만큼 저녁 시간도 없지만, 드라마의 갈등구조가 싫고 이젠 웬만한 건 나이를 먹어서인지  궁금하지도 않고 호기심이 많질 않다. 오히려 드라마 속의 갈등이 스트레스를 배가하고, 클래식이 아니면 시끄러운 음악이 소음으로 들릴 때가 많다.


 그래서 주로 TV 화면과 조용한 내레이션만 존재하는 다큐멘터리나, 동물의 왕국, 한국인의 밥상, 한국기행,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 테마여행 등의 여행 프로그램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이렇게 편중되다 보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화제나 이슈로부터 멀어지고, 점점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면서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시대와 동떨어져 생각하며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스페인 론다(Ronda)

 그런 의미에서 50,60,70대가 요즘 트로트 관련 음악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하고 있다는 소식은 차라리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신과 같은 진영의 채널 뉴스만 매일 챙겨 보며 열 받고 있는 것보단 여러 가지로 정신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세상 모두에게 이로운 일일 것이다. 주변 지인들을 만나면 TV 뉴스만 보지 말고 많이 웃을 수 있는 오락프로그램이나 요즘 재미있는 관찰 예능을 자주 보라고 권하곤 한다.


 함께 웃다 보면, 늘 무언가 화가 나 있는 꼰대의 모습이 아닌 좋은 모습으로 나이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은 나도 모르게 어느새 뉴스 채널을 보고 있다 보면 가끔은 아내에게 지적을 받곤 한다. 이번 주말엔 요즘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면서도 흥미진진해져 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다는 화제의 주말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본방 사수해야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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