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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an 24. 2021

꽃은 모두 열매가 되려 하고, 아침은 저녁이 되려 한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


 아파트에 살 때 아래층에서 밤마다 아이와 함께 공부를 가르치는 엄마가 그 아이의 등짝 스매싱을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우리 집 아이가 컴플레인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집 아이도  고3이었으니 집중이 안되고 예민할 때였다. 그래서 아이방에 가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 보니 매일 밤마다 난리가 아니었다. 고충을 호소하는 우리 집 아이를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아랫집 초등학생을 걱정할 정도였다.



 아내가 우연히 마주친 아랫집 엄마와 아이를 보았지만 특이한 점은 없다며 신기해했다. 내가 아는 것은 그게 전부다. 그 정도 아는 것을 가지고  남의 일에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도 없고, 그럴만한 정보를 가진 것도 아니니 당연하다. 그 후 우리 아이는 어쨌든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그 아랫집 소식은 알 길이 없다. 그냥 아무 일 없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한다.


 유퀴즈란 예능 방송을 보면서 여섯 군데 의대에 모두 합격했던 초대손님과 얘기하던 중, 유재석이 수학을 4점 맞았던 일화를 소개하며 모두 다 공부를 잘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처럼, 또한 모두 다 연예인이 될 필요도 없다. 누구나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아니면, 이웃에 폐 끼치지 않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사는 남의 삶이 아닌,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가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


 



 모든 부모는 자식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경제적으로도 남부러울 것 없이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부모가 나름 그런 사람이면 자신의 성공 경험을 그대로 자식들에게 전수해주길 원하고, 또한 그렇지 못한 부모들은 더더욱 자식들 만큼은 자신이 후회하고 아쉬웠던 점들을 자식들에게 제대로 학습시켜서 자신들보다 더 잘 살아가기를 원한다. 모든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한결같다.


 문제는 이런 한결같은 부모의 마음이 정도를 벗어날 때 문제가 된다. 잘 낫건 못 낫건, 그런 이유로 모두 자기 자식들에게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전수하고 자신들이 생각하고 디자인하는 안정된 삶 속에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물론 부모님들은 이미 경험했겠지만 골프와 자식들의 문제만큼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고, 될 수도 없다.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사유를 할 수 있는 동물이기에 그렇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긴 하지만 자연의 동물들이 대개 비슷한 패턴대로 살아가는 것과는 다르게 인간은 주체적인 자유 의지대로 각자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서 동물들처럼 매일 먹을 것만 생각하고 살 수는 없다. 설사 부모들의 생각처럼 디자인된 삶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그 삶이 행복하다고 정의할 수는 없다. 세상은 또 그 부모들이 살았던 세상과는 이미 다른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고 변하는 것을 무시하고 과거 자신의 성공 경험을 그대로 강요할 때 우리는 그를 꼰대라고 부른다. 그들의 시대에 경험했던 성공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그렇게 수학 공식처럼 분명하게 정의할 수 없는 사회과학적인 것일진대, 가끔 우리는 수학 공식처럼 어떤 법칙이 있어 그 법칙에 집어넣기만 하면 바로 정답이 나오는 것처럼 착각을 할 때가 있다.

우리들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우리들이 가진 무한한 삶의 에너지 또한 모두 다르다. 그래서 자식들의 삶과 나의 삶을 동기화하거나, 또는 동기화시키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는데서 문제와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폭설


 아이든 어른이든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대우하고 존중하는데서, 또한 그렇게 대우받고 존중받는 데서 우리는 자존감이 높아지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상처 없는 영혼이 될 수 있다. 모든 상처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어떤 강요된 권위에 지배당할 때 우리의 영혼은 상처 받고, 그 상처의 크고 작음에 따라 우리들의 삶은 종속될 수밖에 없다. 빨리 깨달으면 빨리 깨달을수록 좋다. 그냥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안다는 것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 않아요. 그러나 깨달음은 아픕니다. 당신이 어떤 사실을 알았는데 아프다면 당신은 깨달은 거예요.”




공지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에서



 한 번뿐인 인생, 남의 시선에서 왜 내가 살아내야 하는지, 남의 시선에서만 보기 좋으면 과연 나는 행복한 것인가. 한 번쯤 이런 의문이 들어야 삶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갈 수 있다. 부모들 또한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남의 시선에서 볼 때 겉으로 드러나는 자식들의 삶의 형식만 잘 갖추어놓으면, 그 내용과는 무관하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조금만 인생을 살아보면 누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행복도, 불행도 결국 잘 갖추어진 어떤 형식이나 조건보다는 자기 하기 나름에 달려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겠는가. 인생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을, 무한한 인생의 비밀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생에 정답은 없다”란 말에 정답이 있다. 단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자식들의 생각을 지배하지 말고, 그들이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그들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성공하지 못하면 어떤가.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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