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순환 3
인터넷 뉴스를 보다 어떤 동영상 플랫폼에 소개된 '당근거래 하다가 울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그 뉴스에 소개된 사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우리도 모르게 언제나 누군가에 의해 선의는 계속 순환하고 있다.
“고시텔에 살면서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던 A 씨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신발이 찢어졌다고 했다.. 당장 다음날 아침 면접을 앞두고 있어 신발이 필요했던 A 씨는 급하게 중고거래로 직거래가 가능한 신발을 찾았고,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았지만 거래 장소가 도보로 1시간 30분 떨어진 곳이었다고 했다. A 씨는 여기는 '서울처럼 버스가 새벽까지 다니는 곳이 아니라 막차가 빨리 끊긴다' 면서 '신발이 2만 5천 원이라 택시 타고 가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워 1시간 30분을 걸어갔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씨는 걷다 보면 땀이 날 거라 생각해 얇은 바람막이 하나만 입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추웠고 많이 떨었다고 했다. 사람도 안 다니고 차도 너무 빨리 달려서 무서웠고 손이 얼어서 답장도 겨우 보냈다고 고백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판매자님이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오셨냐,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냐 ‘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A 씨는 돈 아끼려고 걸어왔다는 말대신 살 뺄 겸 운동삼아 걸어왔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판매자는 어두운 밤길을 다시 걸어갈 A 씨를 밝은 곳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A 씨는 못 이기는 척하고 차를 탔지만 마음은 이미 차를 타고 있었고, 차를 타고 가면서 걸어온 길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고 말했다. A 씨가 감사한 마음에 2만 5천 원이 아닌 3만 원을 입금하자 왜 더 입금했냐면서 현금 5천 원을 돌려줬다고 했다. A 씨는 결국 집까지 바래다주고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면서 결국 눈물을 흘렸고, 거기까지 걸어간 서러움과 좋은 판매자분의 배려에 대한 감사함이 합쳐진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A 씨는 “판매자님이 너무 좋은 분이셔서 이 신발을 신으면 항상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아요"라고 거래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
이미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했으며, 경제규모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들어섰다는 막연한 자부심에 가끔은 아직도 점점 심해져만 가고 있는 빈부격차를 잊고 있었다.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작은 기회조차 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생활하는 이웃들을 문득문득 잊을 때가 있다.
그 경제성장의 과실을 즐기는 만큼, 또한 그 그늘에 가려진 이웃들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의미에서 가끔은 소셜네트워크 또는 인터넷 뉴스에서 발견한 ‘선의의 순환’을 주제로 글을 올린다. 우리들의 인생이란 어차피 돌아보고, 바라보고, 둘러보는 것이니까.
급속한 경제성장 덕분에 나라는 매우 부강해졌지만 그 후유증으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인빈곤율 1위, 최저출산율 1위의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누명 아닌 누명을 쓰게 되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책임일 뿐이다. 거창하게, 또는 위대하게 그 책임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 그저 우리 각자가 존재하고 있는 그곳에서 그 인터넷뉴스의 고마운 당신, 그 신발 판매자처럼 조용히 선의를 실천하면 된다.
고마운 당신
손 잡아준다고
넘어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손 내미는 당신이 고맙습니다
응원한다고
삶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힘내라는 당신이 고맙습니다
일으켜준다고
상처가 아무는 건 아니지만
흙 털어주는 당신이 고맙습니다
목마르다고
당장 숨넘어가는 건 아니지만
물병 챙겨주는 당신이 고맙습니다
혼자 간다고
다 길을 잃는 건 아니지만
기다려준 당신이 고맙습니다
말 한마디 안 한다고
우울해지는 건 아니지만
말을 건네준 당신이 고맙습니다
신화남
때로는 그처럼 작은 불빛 하나에 짙은 어둠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 ‘무엇이 성공인가’(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구절 “건강한 아이를 낳든지, 한 뼘의 정원을 가꾸든지,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떠나는 것, 한때 이 땅에 살았다는 것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살기 수월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라는 시처럼 행동하고 실천하는 게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빛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