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성숙
라디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음소거를 해놓고 보던 ‘맨인유럽‘(채널A)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박지성 선수가 EPL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동료 에브라 선수와 함께 덴마크 FC 미트윌란에서 뛰고 있는 조규성 선수와 이한범 선수를 초대해 맛있는 저녁식사를 대접하며 격려하고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보았다.
바로 음악을 끄고 그 프로그램을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오래전 박지성 선수는 무명선수에 불과했지만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면서 그의 무한한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그 당시 축구 국가대표 선발은 대개 두 축구 사학명문의 학연이 많이 작용할 때였다. 지금의 일본과 달리, 어쩌면 아직도 외국인 감독을 계속 쓸 수밖에 없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장기적 투자의 결과가 아닌, 나 홀로 성장한 한두 명의 세계적 스타선수에 의존하며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축구는 아시아권에서 일본과 맹주 자리를 놓고 다툴 뿐, 월드컵에서는 아직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축구협회의 투명한 운영과 장기적 투자의 결과, 일본은 순위가 말해주듯 세계적 수준이 되었다.
그땐 오직 실력위주의 투명한 선수선발이 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고 국제 경쟁력이 없었다. 멀리 그 예를 찾을 필요도 없이 지금의 중국 축구를 보면 된다. 최근의 카타르 아시안컵대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무득점으로 예선탈락해서 중국국민에게 열패감을 안기고 분노를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예상처럼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대표 선발이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있으니 경쟁력이 생길 리가 만무하다. 몇십 년을 집중투자했지만 14억 명 중에 경쟁력 있는 선수 단 11명을 못 뽑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자신들을 돌아보기보단 심판 탓만 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경기의 수영, 육상 등 개인 기록경기에서는 최강 미국과 경쟁우위에 설 정도로 두각을 나타낸다. 단, 축구, 야구 같은 팀경기에서 만큼은 그런 이유로 거의 존재감이 없다.
개인의 경기 기록에만 의존해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경우에는 부정과 부패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유일하게 스포츠 뉴스만 보고 신뢰하는 이유와 같다. 부패한 인간이나 집단은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절대로 유능할 수도 없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만약, 우리도 오래전 ‘서울의 봄’을 극복하고 민주화되지 못했다면 선진국 진입은커녕, 동남아시아 여러 최빈국들처럼 정치와 경제가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시진핑의 3 연임 체제 구축이래 중국 증시와 부동산이 다시 폭락하는 것과 모 재벌기업 집안의 대한축구협회 장기독점 지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지성 선수의 성장스토리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즐겁다. 국가대표선수 선발 전에는 별반 내세울 것도 없고 무명선수였지만, 세계적 명장 히딩크 감독의 안목에 따라 국가대표로 선발되었고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이 스승의 가장 중요한 덕목임은 물론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스승이나 친구, 선배후배 또는 배우자 등, 누구를 만나고 함께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바뀐다. 드라마, ’ 미생‘(2014)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파리 뒤를 쫓으면 변소 주변이나 어슬렁거릴 거고, 꿀벌 뒤를 쫓으면 꽃밭을 함께 거닐게 된다잖아 “
지금의 박지성 선수는 그의 외모, 태도, 겸손, 매너등 모든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축구에 대한 진심에서 우러나는 성숙함까지 돋보인다. 예능계에서 강라인, 유라인을 형성하며 한 시대를 풍미해 왔던 지금의 유재석을 보면, 그 또한 해가 거듭할수록 성숙해지고, 아직도 독보적인 위치와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인간은 성장할 때가 있고, 또한 성숙할 때가 있다.
오래전 가볍기만 했던 그가 계속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의 치열한 프로정신과 함께 그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왜, 나이 든 사람들이 함부로 젊은 사람들을 가볍게 평가,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이 든 사람들과 달리 젊은 사람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또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검색엔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 묻기 전에는 충. 조. 평. 판은 금물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 그저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은 그런 농경시대가 아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집안도 매일 청소하고 정리하지 않으면 금방 지저분해질 수밖에 없다. 그처럼 우리의 마음도, 우리의 생각도 매일 정리하고 사색하지 않으면 절대로 성숙해질 수 없다. 우리가 나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성숙해지는 것은 선택일 뿐이다. 단지, 나이 드는 게 조금 슬픈 이유는 자꾸 뭔가를 뺏기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충조평판;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