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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l 08. 2024

남들처럼 사는 게 최고난도의 삶이다

마음의 빈곤

 

 지난 브런치 글에서 노인빈곤에 대해 글을 썼던 탓인지 트윗에 올라온 어느 글이 눈에 띄었다. 영화 ‘기생충’(2019)을 보고 봉준호 감독은 아무래도 금수저집안 출신이라 ‘경제적 빈곤’은 잘 표현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의 빈곤’은 모르는 것 같다는 어느 트위터리안의 글을 읽었다. 그는 ‘가난한집안이 영화에서처럼 서로 없이 살아도 연대하고, 아무런 갈등 없이 화목하게 산다는 거 자체가 판타지’라고 말했다.



“전쟁을 겪지 못한 자들이 전쟁 이야기를 썼을 때 실제와의 괴리감이 드는 거처럼, 봉준호도 겪지 못해 잘 표현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이 듦. 매일같이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온 아버지의 물건 부수는 소리와 굉음에 가까운 고함소리, 엄마 흐느끼는 소리, 아빠 곯아떨어지면 "네가 맞아줘야 내가 산다"라는 식의 말을 하고선 한 30분 동안 쇠자로 상처에서 고름이 나올 정도의 폭력을 당하는 경험은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못 느끼거든. “



 다정은 체력에서 나오고 여유는 지갑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꼭 그렇지는 않다면서도 그 트윗 글이 공감이 가는 이유가 있다. 회사일로 지칠 땐 정말 다정은 고사하고 짜증 내지 않는 것도 힘들 때가 있었다. 얼마 전에 ‘빚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많은 연예인들에게 부모의 빚을 대신 갚아달라는 폭로가 있었다. 물론 이미 오래전 왕래가 끊긴 부모의 빚을 갚을 필요도 없지만 그 연예인들의 불행한 가정사가 노출되어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


베어즈베스트 청라 GC


지금도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그 트위터리안이 언급했던 가난한 사람들의 ’ 마음의 빈곤‘에 관한 이야기는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일 뿐이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 우선의 돈에 관한 비난과 폄하가 있을지라도 최소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경제력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정기간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합리적인 경제적 보상이 따라주지 않으면 최선을 다할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다.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차이는 돈을 받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니까. 그냥 남들처럼 사는 것이 최고라고 쉽게 말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그 남들처럼 사는 거다. 남들 연애할 때 연애하고, 결혼할 때 결혼하고, 애 낳을 때 애 낳고, 집 살 때 집사는 것처럼 남들처럼 사는 게 최고난도의 삶이다.



 돌이켜보면 아내와 연애할 때, 회사에서 일할 때 가장 열정적이었다. 어느 동물이나 짝짓기 할 때는 모두 그러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삶은 과정이 중요하지만 회사일은 과정보단 결과가 중요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고,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연령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이 우리를 구원하는 게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해도, 그 전제는 최소한 경제적으로 자신은 구원할 수 있어야 하니까. 돈을 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출근하는 것이다.



 강창희(77) ‘행복 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지난달 언론사와 두 차례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정년퇴직 후의 삶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노후에는 건강, 돈, 외로움이라는 3가지 문제에 잘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평생 현역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생활비가 충분하더라도 일거리가 없으면 힘든 삶을 산다"라고 말했다. 일밖에 몰랐던 지금의 60,70,80대에겐 틀린 얘기도 아니지만 당대인 20,30,40,50대에겐 맞는 얘기도 아니다. 세상은 이미 많이 변했다.



 그의 말처럼 평생 현역으로 살 수도 없겠지만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스스로의 자구책이 아닌, 충분히 가질 만큼 가졌고 누릴 만큼 누린 사람들이 중장년세대의 그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그들은 빈익빈 부익부란 말처럼 여기저기 선출직과 임명직으로 다시 등장해 과거 경험만 믿고 시대착오적이며 역사를 퇴행시키는 일이 너무 많아 사회적 비용을 과다하게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의 중장년세대처럼 직장과 자신의 인생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에서 잘 나가면 내 인생이 잘 나간다고 생각하고, 돈을 많이 못 벌면 내 인생이 잘못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단한 착각이고, 그런 사람들 일수록 은퇴가 인생의 봄날이 아닌 내리막길일 수밖에 없다. 회사생활에 미련이 남았다는 것은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니까.


 우연히 편의점에서 2+1 행사를 만나는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고, 겸손한 마음으로 소소한 즐거움에 기쁨을 느낄 수 없다면 아무도 그를 구원할 수 없다. 중국 속담에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알겠지만 매일매일 별일 없이 사는 게 기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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