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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l 02. 2024

남녀가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이 연애이다

교제폭력


최근, 6개월 전 수능을 보고 이제 겨우 성인이 된 20세의 어린 여성이 또 교제살인을 당했다. 한참 꿈에 부풀어 있어야 할 청춘이 겨우 이주 정도 사귄 상대방 남성과 이별한 후, 그 남성이 할 말이 있다고 그녀의 아파트로 찾아가서 불러내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그 여성을 살해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모유명농구선수의 교제폭력 또한 핫이슈가 되고 있다.


 한 달 전쯤엔 수능 만점을 받고 모의대에 진학한 의대생이 이별을 통보받고 사귀던 여성을 불러내 건물 옥상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는 뉴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터라 너무 놀랐고 황망한 마음이 들었다. 도대체 이 나라 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이길래 데이트 폭력은 물론이고 데이트 살인이 이제 일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자귀나무, 올림픽공원


 우리나라는 최근 소멸해 가는 인구감소와 저출산율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으며, 또한 일본등 우리나라의 저출산을 반면교사로 삼아 연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실의 출산율은 더욱 암울해지고 있으며 아이를 낳을 때마다 1억을 주는 게 어떻겠냐는 대책을 국가기관에서 검토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역지사지, 입장을 바꾸어놓고 생각해 보면 내가 젊은 여성이라고 해도 남자를 만나고 연애를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것 같다. 뉴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접수된 교제 폭력 신고 건수만 해도 2만 5천9백여 건, 검거된 인원은 4천4백 명에 달한다. 한 달 평균 교제 폭력 신고건수가 약 6,500명, 검거건수가 약 1,100명 수준이라고 하면 데이트 폭력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뜻이다.


나홀로나무


또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교제폭력은 또 얼마나 많다는 이야기인가. 이런 환경에서 출산은 고사하고 아예 연애조차 하지 않는 MZ세대가 60%를 차지한다고 하니 우리의 저출산 정책은 그 근본부터 다시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이쯤 되면 학교 때부터 성교육이 아닌 성평등, 올바른 이성교제에 대한 교과목을 신설하면 어떨까.


호라이즌(HORI7ON)-이승철콘서트(비가와), 올림픽홀


 요즘 학교 교육이 너무 입시위주의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올바른 인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심지어 수능 만점을 받았던 의대생마저 교제살인을 저질렀으니 하는 말이다. 가정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그런 교육환경이라면 사회에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대화(알제리 아마라), 올림픽조각공원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기념일도, 다른 특별한 날도 아니었답니다

지난밤 그는 저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목을 졸랐어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지난밤 그는 저를 또다시 때렸어요


그는 저를 때릴 때마다 꽃을 선물했어요

그도 분명 미안해하고 있을 거예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답니다

제 장례식 날이었거든요



폴레트 켈리,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중에서



‘사랑 참 어렵다’, 이승철


문득, 언젠가 읽었던 이 시가 떠올랐다. 데이트폭력은 대개 ‘사랑과 집착’을 헷갈리는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서로가 사랑하면 서로에게 길들여지게 마련이다. 길들여지는 것, 그것을 우리는 관계 맺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대로 ’집착‘은 내 생각 속에 상대를 가두는 것일 뿐이다. 각유소호(各有所好), 모두에겐 저마다 좋아하는 게 있다. 즉,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연애를 시작한다는 것은 내가 상대방을 좋아할 권리가 있다면 상대방 또한 자기 마음대로 헤어질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이승철


 그 연애에 미련이 남은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못 참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 연애에 미련이 남았다는 것은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어떤 일에 최선을 다했다면 미련이 남을 이유가 없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연애감정은 이성이 설 자리가 부족하고, 역설적으로 남녀가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이 연애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 이승철


 설사 이런저런 이유로 그 연애에 미련이 남았다 해도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면, 이별이라는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 된다. 그것을 우리는 자존감이 높다고 표현한다. 그런 내가 곧 나 자신이기 때문이고 그런 나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록밴드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은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느니 차라리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미움받겠다”라고 말했다. 이승철의 노래, ‘그 사람’(2010)의 가사처럼 누군가를 정말 좋아했다면 이별하는 것도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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