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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ug 06. 2024

언제나 기적을 만드는 건 신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이다

2024 파리올림픽


2024 파리 올림픽은 화려한 개막식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선수단이 입장할 때 북한이라고 소개를 했다. 개막식 퍼포먼스 중 종교적 논란도 있었지만 마지막 피날레에서 셀린 디옹이 에펠탑에서 부른 에디뜨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는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스타디움에서 나라별로 줄 서서 입장하던 기존 개막식의 틀을 깨고 파리 센강에서의 바또뮤슈 선상 입장은 매우 환상적이었다.



개막식에서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한 실수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그 정도의 실수는 흔히 있는 일이니 개념치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작년 이맘때쯤의 새만금세계잼버리대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또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프랑스 국기를 혼용하기도 했으니까. 또한 종교적, 성적 표현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느 트위터리안이 올린 아래 글로 대신한다. 그리고, 조직위원회는 종교적 비난에 대해서 만큼은 바로 수용하고 불편을 드린 것에 대해 공식사과를 했다.


첼리스트 양성원, 대관령여름음악제 예술감독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두고 많은 논란들이 있군요. 과도하게 열을 내는 사람도 있고, 재밌고 즐겁게 본 사람도 많습니다.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에 따라서도 의견이 분분하겠죠.


그러나 올림픽 개막식은 전적으로 그 나라에서 수년간 준비하는 종합 예술인데, 너무 낡은 기준들을 갖고 보는 것이 문제라 봅니다.


세계인에게 예술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인데, 파격의 파격은 당연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예술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게 예술이니까요.


기준과 틀에 얽매여 있었다면 센강의 유람선을 선수입장에 활용할 생각조차 못했을 겁니다. 지난 모든 나라들이 경기장에서 기수가 국기를 들고 오와 열을 맞춰 줄 서서 들어오는 틀에 박힌 방식을 답습하기만 했습니다.


 파리는 올림픽을 통해 경기장 내부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역사적 건물과 프랑스가 자랑하는 문화 예술공연, 패션, 자연, 관광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파리 전체가 예술의 도시, 공연의 현장, 이벤트 무대, 세계적 관광지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준 것입니다.


종교를 비평하는 것은 모든 예술가들이 수도 없이 해왔던 익숙한 작업 방식에 불과합니다. LGBT를 입혔다고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그저 공연일 뿐인 거죠.


저는 오히려 그런 자유와 과감함을 재치와 유머로 재밌게 받아들였습니다.  동시 다발적으로 다양하게 펼쳐진 공연에서 유쾌함을 찾지 못하고 문화적 포용성이 없이 불쾌하게 봤다면 너무 경직된 채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공연에 대한 의견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공연만으로 나라 사람들은 다 저런 인식으로 살아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파리만 봐도 사방으로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거대한 나라이며, 인류의 근대 역사를 주도했던 나라입니다.


한국의 전국 모든 곳에 프랑스 이름의 카페와 빵집, 패션 간판들이 널려있는 상황만 봐도 한국인의 프랑스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얼마나 편향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타국의 공연 문화를 틀에 박혀 있는 관점에서 바라보기에 재밌는 표현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라 봅니다.


생각의 경계를 무너뜨리지 못하면 그 무슨 예술입니까. 터부시되는 것도 까고, 권력도 까고, 조상님들도 까고, 종교와 하나님도 다 깔 수 있고, 이런 생각은 어떠냐? 이런 도발은? 등등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하는 게 바로 예술입니다.


해도 되는데 올림픽 공연에서는 안된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나요?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것도 강대국의 권리이자 자유입니다.


한국이 감히 올림픽에서 부처님, 예수님을 비판하는 공연을 할 수가 있기나 할까요? 그런 아이디어조차 감히 갖지도 못하게 하는 나라 아닌가요?


저는 세상 사람들의 낡고 정형화된 이미지에 빅엿을 먹인 이번 공연을 '예술의 나라'를 보여주고 싶었던 프랑스의 의지라고 봅니다.


뻔한 공연을 했다면 프랑스의 패션과 예술 산업에 대해 어떤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에펠탑도 당시엔 흉한 고철덩이라 비판했지만 프랑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예술가라면 여러분의 부모님에 대해 비판할 수 있나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의 경계에 갇혀서는 인간과 가족, 혈연에 대한 뻔한 생각밖에 담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술이 꼭 파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고루한 사고의 틀을 깨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에 앞으로도 인류는 이런 파격을 계속 추구했으면 합니다.”



올림픽은 언제나 총, 칼, 활을 사용하는 종목부터 경기를 시작해 승전보를 알리는 마라톤으로 끝이 난다. ‘총. 균. 쇠’의 유럽과 대항해 한국은 총, 칼, 활에서 기대이상 선전하며 초반 1위를 유지했고, 무더위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시원한 올림픽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초반엔 공중파 중 MBC, KBS만 시청률 3% 수준을 넘겼고 SBS는 1% 미만이었다. 물론 MZ세대는 다시 보기를 통해 언제든 편의에 따라 시청할 수 있으니 본방사수를 안 하는 탓도 있지만, 태생부터 선진시민인 그들에겐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니까.




사격에서 은메달을 따며 선전한 김예지 선수의 인터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속사권총에서 시간초과로 0점을 받게 되고 예선탈락했지만 김예지 선수는  “한 발을 놓쳤다고 울지는 않았다. 인생은 계속되고 이건 하나의 대회일뿐, 사격은 내게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0점 쐈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잖아요 “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메달을 딴 모든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이다. 판에 박힌 감사인사가 아니라 모두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격의 금메달리스트 반효진 선수의 생각처럼 “나는 부족하지만 남들도 별거 아니다 “라는 자신감이 이번 올림픽에서 거둔 MZ세대, 한국의 성과를 대변한다. 언제나 기적을 만드는 건 신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이다.



 또한, 알제리의 남성염색체(XY)를 가진 여성 복싱선수(이마네 칼리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 선수와 예선에서 맞붙었던 이탈리아 선수(안젤라 카리니)는 중간에 기권을 했고, 불평등과 공정이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올림픽위원회는 규정대로 여권에 여성으로 기재된 그녀를 옹호했다. 그녀에게 기권패했던 이탈리아 선수는 인터뷰에서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으며, 그 알제리선수 또한 자신처럼 올림픽에 참가한 여성일 뿐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위원회의 규정을 탓할 뿐, 같은 여성으로서의 연대가 인상 깊었다.



얼마나 더 민주주의가 성숙해지고, 또한 얼마나 더 선진시민으로 살아야 그 이탈리아 여성 복싱선수처럼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내겐 이번 생에선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느 트위터리안이 남자양궁 결승에서 맞붙었던 미국 엘리슨선수가 실수하길 빌었는데 패한 후, 그 선수가 웃는 얼굴로 김우진 선수의 손을 추켜올리며 축하하는 모습을 보고 선진국 시민은 다르다며 소인배다운 자신을 반성했다는 글이 있었다.


원추리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배드민턴 안세영선수처럼 가장 많이 노력하고 실력 있는 선수가 메달을 따는 모습이 진정한 스포츠정신일 것이다. 한국 양궁의 투명한 선수선발과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협회장의 철학이 여성양궁 단체전의 10연패, 40년 동안의 지배와 어느 외국인이 말했던 ‘양궁이란 전 세계 양궁인이 모여 한국양궁에 금메달을 증정하는 의식’이라는 정의를 만들었다.


버들마편초


반면, 한국축구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지만 아직도 양궁협회의 교훈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후진국이 아니다. 그 과정과 절차 또한 공정해야 하며 금메달을 따든 아니든, 그 스포츠의 규칙안에서 최선을 다할 때만 우리 국민의 찬사와 환호가 함께 할 것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늦은 밤, 올림픽 테니스를 보면서 스페인의 알카라스와 조코비치의 결승전에서 조코비치는 세르비아인들이 일으켰던 보스니아내전의 참극 때문에 알카라스를 응원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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