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먹고 잘 살믄 무슨 재민겨

귀농귀촌,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by 봄날


요즘 관찰 예능이라고 하는 귀농귀촌 생활을 소재로 하는 여러 TV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으면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지친 마음을 정화해주기도 하고, 시골 생활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기도 한다. 오래전에 생활이 힘들고 지칠 땐, 주말에 읽고 싶은 책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읽으며 힐링을 하곤 했다. 그때 읽었던 책중에서 “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란 책이 문득 떠올랐다.

경북 봉화 농촌에서 친환경 생태적 삶을 추구하면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고 있는 전우익 선생님의 책이었다. 복잡한 세상살이를 농사의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로서 우리가 잊고 있는 참삶을 깨우쳐 주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

소비지향적인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해 준다. 이십 년도 전에 읽은 책의 독후감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디테일은 이제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어서 다시 읽어보고 싶다. 언젠가 일을 그만두면 나도 귀촌해서 그분처럼 자연과 함께 자연의 가르침에 순응하며 귀촌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꿈을 꾸게 해 주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차가운(?) 도시인으로 살아낸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아직은 주말에만 시골에 내려가서 하루 이틀 생활하고 서울에서 주중을 보내는 생활을 하고 싶다. 문화적인 사치나 소비지향적인 taste와 style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없고 미련이 남아 있어서다. 사실, 제일 자신이 없는 부분은 시골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함께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고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다. 새로운 삶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잃어 버릴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지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

나는 초등학교 오 학년까지 시골에서 자라서 누구보다 시골 마을 공동체의 생활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에서는 서로 간의 경계가 없다. 지금은 많이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대문도 늘 열려있어야 하고, 상호 간에 약속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고 찾아가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는 당연히 서로 알고 있어야 한다. 이웃 간에 경계가 없고 비밀이 없다. 어떤 때는 함께 나누어 먹고 함께 놀아야 하고 함께 공동체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아마 지금도 대부분 어르신뿐이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귀촌인으로 그들의 마을 공동체로 진입하는 데에는 서로가 엄청난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귀촌에 앞서 더불어 함께 살아갈 열린 마음의 준비가 먼저 되어야 할 것 같다.


도시생활에 익숙하고 뼛속까지 습관이 체화된 나는 잘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서울 생활이야 지극히 사회적이면서도 사생활에 있어서는 매우 개인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예외는 있겠지만 안 주고 안 받기, 같은 아파트에 십 년 이상을 함께 살아도 출퇴근 시간이 서로 다르면 남자들끼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조차 일 년에 서너 번 만나기도 어렵다.



“혼자만 잘 먹고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말 그대로 개인적인 인간으로 혼자만 잘 먹고 잘살면 과연 그 삶은 행복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갑자기 들어서 이 글을 쓴다. 사회적인 인간으로 국가에서 주어진 의무와 책임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즉 사회를 위해 생활 속에서 두세 가지라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거창하게 국가와 사회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고 봉사하는 그런 보통사람 이상의 삶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사회적인 인간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 같은 것 말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불필요한 전등은 끄고 에어컨 사용을 줄인다든지, 환경을 생각해서 비닐제품은 사용을 자제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샴푸린스 말고 비누를 쓴다든지. 아나바다 운동을 실천한다든지 등등. 물론 재활용이나 분리수거 등 강제적으로 시행도 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생활 속에서 개념(?) 있게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실천을 해나가면서 생활한다면, 또 다른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주체적 삶이 자리 잡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깊은 산속 시골의 경치 좋은 곳에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게 동화 속이나 건축 탐구 집에 나오는 것 같은 멋진 집을 혼자 지어놓고 개인적인 삶, 도시인의 테이스트나 스타일을 지키며 혼자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고립된 섬으로 살면서 시골 생활의 좋은 것만 취하고,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주어진 삶의 규칙은 지키지 않으면 행복한 귀농귀촌이 될 수 없다. 그들을 다시 도시 생활로 돌아가게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함께 나누는 삶,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아니면, 아직 마음을 나눌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귀농귀촌, 아무것도 실행에 옮기지 말고 지금 그대로의 삶이 계속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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