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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는 물고기는 언제나 입 때문에 낚인다

TMI( Too Much Information )

by 봄날


지난해 늦가을, 유럽인들의 트레킹 성지라는 베트남 사파(SAPA)를 트레킹 전문여행사를 통해 다녀왔다. 함께 간 일행 중 두 명의 젊은 여성과 우리 부부가 어느 날 점심을 합석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이번 여행팀을 꾸린 그 여행사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생겼다.


그 두 분은 이번 여행사가 처음인데 어떠냐고 물어왔다. 평소 자주 이용하면서 나름 호평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아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여행사의 장점에 대한 호평을 점심 먹는 내내 이야기했다. 그리고 점심이 끝난 후 다시 트레킹에 나섰다.



그날의 오후 트레킹을 마친 후 저녁을 먹고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호텔 측에서 준비해 둔 맛있는 베트남 커피를 마시며 아내와 나는 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점심시간에 둘이서 지나치게 그 여행사에 대한 TMI를 늘어놓은 것에 대한 반성을 시작했다. 먼저 그분들이 물어보았으니 간단히 장점에 대해 알려주면 되었을 텐데 그분들의 취향도 모르면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다면서 이불퀵을 했다.



다음날 호텔 조식을 먹고 또 다른 코스의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에 그 두 분을 뵙고 어제의 TMI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 그 두 분은 괜찮았다고 말씀하면서 사실 조금 지나치게 홍보했다고 말했다.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그냥 가족 같은 분위기의 작은 여행사로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아 선의로 그리했을 뿐이었다고 재차 해명했고 많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나 역시 친구들이나 선후배들과의 모임에 가면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과정에서 선배가 어떤 이야기를 길게 하나부터 열까지, 그 과정을 설명하면 대충 듣다가 나중엔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잊을 때가 있다. 대개 나이 들면 시간부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엣지(edge)가 떨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길어진다. 또한, 말을 많이 하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물고기는 언제나 입 때문에 낚인다’는 것이다.



회사생활에서 보고를 받을 때 서론, 본론, 결론의 순서에 맞추어 길게 늘어놓는 직원이 답답해 중간에 말을 끊고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라고 당부할 때가 많았다. 직급이 위로 올라갈수록 업무범위가 넓어지고 바쁘니 당연히 두괄식 표현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고 보고받는 사람이 궁금해하거나 질문이 있으면 그때 전후사정을, 또는 구체적 과정을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


수생식물학습원, 충남 옥천(대청호)


아무튼, 여행이든 음식이든 누구나 개인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자신이 좋은 경험을 했든 아니든, 또는 아무리 자기가 맛있었든 아니든 다른 사람들도 반드시 공감할 것이란 생각은 착각일 뿐이다. 백인백색, 각자 취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선의는 이해하지만 간단하게 두괄식 표현을 통해 핵심을 먼저 말하고 추천하면 그만이다. 또한 그 이유는 지금은 노하우의 시대를 넘어 Know-where의 시대라고 하지만 한편으론 또 검색엔진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어떤 것을 추천하거나 소개해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신이 궁금하면 스스로 인터넷검색을 하면 된다. 그것도 귀찮으면 챗지피티에게 질문하면 A부터 Z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가르쳐주니까. 최근의 가족모임에서 중국 서안을 다녀온 느낌을 상세히 설명했다.


즉, 십 년 전 마지막 방문했을 때보다 상전벽해가 된 중국에 대해 이것저것 느낀 것을 말했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지적을 받았다. 쌀로 밥 짓는 당연한 이야기라도 남얘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지만 길면 안 된다. 언제나 나의 가장 큰 경쟁력은 내 아내의 남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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