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굳이 지금 안 해도 될 일은 미루는 게 미덕이다

앗살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by 봄날


평화로운 휴일 아침, 여행의 여독 때문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미국이 이란의 지하 핵시설 세 곳을 공격했다는 뉴스속보 알림과 트위터가 난리가 나있었다. 바로 TV를 켜고 그에 관한 특집 뉴스속보를 지켜보았다.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 이후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중단되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던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NATO 정상회의에 참석지 않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다. 굳이 지금 안 해도 될 일은 미루는 게 미덕이니까.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폭격 후 미국은 2주간의 시간을 주고 이란이 핵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기를 종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약속을 깨고 이란시간으로 휴일새벽에 북부 산간지역의 지하 80m 깊이에 건설해 놓은 지하핵농축시설 세 군데를 대당 가격 5조 3천억의 최신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7대에 실린 벙커버스터 14발로 초토화시켰다고 발표했다. 그 폭탄은 지하 60m까지 땅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기 때문에 거의 지진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번 폭격을 한 곳에 재차 폭격을 가하면 지하 200m 이상에 만들어놓은 모든 지하시설도 붕괴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이 국제법상 불법임은 물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도한 침공을 비난했던 많은 서방언론과 지성인들이 미국의 갑작스러운 폭격에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미국은 미국대로 이스라엘의 뒷배역할을 자임하면서 기존의 세계질서를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내 모든 도시에서 미국 시민들의 들불 같은 ‘No Kings’ 시위가 일어나고 있었다.


수국 꽃길


또한, 이슬람 혁명 후 1981년에 대통령에 당선해 집권한 이후 1989년 종신제 최고지도자 위치에 오른 하메네이는 근래 여성 히잡시위를 무력진압하고 40년 넘게 이란 독재정치의 뒷배로서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대 이스라엘과 아랍의 패권을 쥐기 위해 무리한 핵개발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경제제재를 받아왔지만 종교적 신념에 기반한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해 오랫동안 이란국민들을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게 해 왔다.


쑥섬(애도), 전남 고흥군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5만 3천 명을 학살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이란의 독재자 하메네이 모두 개인적, 정치적 위기를 회피하고,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탐욕과 함께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우리도 경험했지만, 장기집권독재자들은 늘 허풍만 떨고 국민을 기만할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란의 독재자 하메네이는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내부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에 사전통보 후, 카타르미군기지에 12발의 미사일 공격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란의 존엄이 아닌 자신의 정권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이란 국민을 기만하고 바로 명분 없는 휴전에 동의했다.



그동안 이란의 지하 핵시설 폭격을 할 수 없어서 못했던 역대 정권은 없었다. 단지 그 폭격이 불러올 엄청난 후과가 감당할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지루한 평화협상을 해왔고 노력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위험한 확전이자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는 UN 사무총장의 말처럼 국제사회의 우려를 존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대개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이고 조금 더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이 올바른 길일 때가 많은 법이다.



국제법을 어기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선제 폭격했듯이, 향후 중국이 대만에게, 러시아가 유럽의 약소국에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이란 핵시설 폭격과 항복에 가까운 즉각 휴전의 달콤한 경험은 향후 미국과 북한과의 핵협상에 큰 유혹이 될 터이니 남의 일이 아니다.


실제, 2020년 1월 19일 자 아사히신문은 전 한미연합사령관 빈센트 브룩스와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그는 “2017년 가을 미군 3만 4천 명이 집결하여 한국군 62만 명과 함께 어떤 군사행동에든지 즉응 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 당시 트럼프가 북핵 문제 해결 옵션으로 로켓맨과의 전쟁을 준비했었다는 뜻이다.



중동지역 23개 국가 중 유일하게 아랍어를 쓰지 않고 페르시아어를 쓰는 페르시아제국은 영화 ‘300‘(2007)에서 보듯 스파르타와 아테네를 무찌르고 한 때는 세계의 중심을 지배했던 나라였다. 그 이란의 9천만 후손들의 하메네이 정권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가공할만한 무력시위에 일단 물러섰지만, 핵무기가 없어 당했으니 핵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실제 미국방정보당국을 취재한 CNN에 따르면 지하핵시설 대부분 건재하다고 말했다. 이란 외무장관의 발표대로 이제 미국민은 합법적 적국이 되어 세계 곳곳에서 테러 등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한 이란의 피의 보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무지한 사람이 신념을 가질 때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종교 또한 정보가 아닌 확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버들마편초


만약, 앞으로 기약 없이 벌어질 유무형의 저항에 9.11 테러처럼 무고한 미국시민들이 겪게 될 억울한 희생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되묻고 싶다. 우리도 지난 불법비상계엄사태에서 이미 경험했듯,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모두 내외환 범죄가 불러올 평화로운 일상의 파괴와 무고한 시민의 희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과연 미국과 이스라엘의 희망대로 국제정세가 흘러갈지도 미지수지만, 이번 전쟁으로 장기집권의 이란 하메네이 독재정권 또한 앞날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인생을 조금 살아보고 느낀 것은 성질대로 하는 것이 제일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성질대로 하면 잠깐은 속이 시원하고 멋있어 보일진 몰라도 그 열 배 백배 그 후과로 생기는 문제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의 아무개도 하메네이를 꿈꾸다 실패했지만, 결국 지도자 한 명 잘못 뽑은 죄로 지금 이란이 겪고 있는 것처럼 미국과 이스라엘 국민도 두고두고 갚아나가야 할 몫이 될 것이다. 부디, 그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앗살라무 알라이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