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려운 일도, 어떤 즐거운 일도 영원하지 않다

이주노동자

by 봄날


7월 초, 폭염경보가 울리던 날, 베트남에서 온 20대 이주노동자가 공사현장에서 혼자 일을 하다가 잠시 쉬려고 앉아있던 채로 쓰러져 숨졌다는 뉴스가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함께 일했던 한국인 노동자들은 모두 오후 1시쯤 폭염 때문에 일을 일찍 끝냈고 서머타임을 적용받지 못한 그 이주노동자는 차별 속에 숨졌다는 사실이었다. 그 뉴스를 보고 어쩌다 우리나라의 인심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뉴스를 들은 지 또 몇 주가 지난 시점에 어느 지역의 벽돌공장에 스리랑카에서 취업비자를 받고 입국해 일하던 젊은 청년을 벽돌을 나르는 지게차에 테이프로 꽁꽁 묶고 공장마당을 돌아다니는 야만적 인권침해를 했다는 새로운 뉴스를 보았다. 함께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들은 낄낄거리면서 그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즐거워했다. 그 영상이 보도되고 대통령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엄중히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연홍도, 전남


특히, 개인적으로 90년대 초반 회사일로 스리랑카를 다녀왔고, 그때 만났던 스리랑카 사람들의 순박하고 순수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나는 더더욱 그 뉴스를 보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인도양의 찬란한 보석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섬나라 실론(Ceylon)은 한반도의 60% 크기로 한때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인구의 70%가 불교를 믿고 이젠 힌두교, 이슬람교가 함께 공존하는 평화로운 섬나라이다.



물론 내가 스리랑카 콜롬보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북부의 타밀반군 때문에 묵었던 힐튼호텔은 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불교의 성지인 도시 캔디(Kandy)의 불치사 역시 경비가 삼엄했지만 대체로 모든 풍경이 평화로웠고 사람들은 친절했으며 인심이 좋았다. 실론 사파이어와 다양한 보석 그리고 실론티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끝내고 파트너의 저녁초대가 있었다. 인도양의 석양이 아름다웠던 바닷가 식당에서 처음 맛보았던 랍스터요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우리도 생존을 위한 이주노동의 역사가 많았다. 그 이주노동자의 고난과 인종차별의 슬픈 삶은 ‘국제시장’, ‘애니깽’, ‘파친코’등 많은 영화와 문학예술의 소재가 되었다. 일제 식민지 시절엔 하와이, 쿠바의 사탕수수농장으로 떠났다.


현대엔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현장과 독일의 간호사와 광부로 떠났다. 또한,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처럼 아무 상관도 없는 베트남의 밀림으로 파병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어려운 일도, 그 어떤 즐거운 일도 영원하지 않고, 모두 한 때일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 이주노동의 역사는 겨우 50년, 100년 전의 우리의 모습이었다. 그런 오랜 이주노동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못한 나라에서 코리안드림의 꿈과 희망을 안고 찾아온 한국에서 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는 그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게 과연 우리가 결핍의 시대를 살아냈던 열등감을 보상받는 길이겠는가 묻고 싶다. 물론 아무 생각 없는 무지한 인간들의 행동으로 치부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배가 고파 급식소 앞에서 배급을 기다리다가 이스라엘군인들의 무차별총격으로 수백 명씩 죽었다는 뉴스를 듣고 있다. 그 이스라엘 역시 3천 년 이상 유럽의 많은 나라를 떠돌며 이주노동자로서 생활했다.


단지 팔레스타인과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성공한 이주노동자들일뿐이다. 노동만이 그들을 자유롭게 했다던 그 아우슈비츠 나치수용소의 독일군인들처럼 행동하고 있다. 더 이상 ‘쉰들러리스트’ 같은 유대인 관련 영화는 안 본 지 오래되었다.



일반화의 오류, 인간이 한번 나쁜 일을 저질렀다고 계속 나쁜 인간으로 일반화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이 한번 좋은 일을 했다고 계속 좋은 인간일 수 없다. 언제나 가해자와 피해자는 그처럼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니까. 미국의 동맹인 일본, 한국, EU의 통상협상에서 보듯 국제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오지도 않은 미래는 미래일 뿐이다. 지금은 지금이고 내일은 내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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