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자주 사용하는 신용카드회사를 통해 민생회복지원금 15만 원을 받았다. 그리고, 37도의 폭염이 며칠째 계속되던 어느 날, 점심시간을 지나 가까운 커피하우스에 내려갔다. 신용카드를 쓸 때마다 어떻게 알아서 자동결제될까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곧 웹발신으로 날아온 문자메시지의 ‘1차 민생회복지원‘이라는 사용표시를 보고 알게 되었다. 문득, 코로나사태 때 감염자수를 엑셀로 집계했던 일본이 한국을 따라한 민생지원금은 어떻게 지급되고 관리될까 긍금했다.
크레마가 충분히 떠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이 크레마가 고지혈의 발생원인 중의 하나라는 트위터 글을 읽고, 앞으로 가능하면 다시 드립커피를 마시리라 다짐했다. 또한, 동시에 일론 머스크의 현재 공식 순자산은 4,056억 달러이며, 2027년까지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600조 원에 가깝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우리나라 1년 예산에 버금가는 금액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억만장자(billionaire)를 넘어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가 될 거라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성취가 아니라 실패가 아닐까 , 또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를 입증하는 사례가 아닐까 라는 어느 트위터리안의 생각을 공감하며 사색에 잠겼다.
그 돈이면 세계의 기아를 끝내고도 여전히 지구 최대 부자일 돈이 남을 거라는 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피골이 상접한 아이를 보여주며 자선을 호소하는 어느 구호단체의 광고가 떠올랐다.
사실, 그렇게 딱 인간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먹고만 살면서 생활하도록 지급하는 것이 우리의 기초연금 수준이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아픈데도 많고 약값 및 병원비, 혹서와 혹한을 버틸 수 있는 전기료와 난방비도 필요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 전에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평생의 성취인 전재산을 빌게이츠재단을 통해 세상에 환원하기로 했고, 얼마 전 워런 버핏 역시 전재산을 빌게이츠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한편, 단순함의 미학과 융합이라는 시대적 트렌드의 산물인 아이폰을 통해 세상의 변화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여전히 나는 배가 고프다’( I am still hungry)는 명언을 남긴 채 한 푼도 세상에 환원하지 않고 죽었다.
어떤 사람들은 기부금 한 푼 내지 않는 유명연예인들을 비난하듯 그를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숭배하는 가치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치열하게 생활했던 성취일 뿐이고,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대신, 우리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았으면 할 뿐이다. 누구에게 사랑을 온전히 준 적도 없고, 누구에게 사랑을 온전히 받은 적도 없는 삶은 행복했던가, 아니면 그렇게 치열하게 생활해서 얻은 그 자랑스러운 성취의 결과,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아서 우리의 삶은 기쁨이 충만했던가.
그것을 스스로에게 자문자답하고 그 소신대로 잘 살면 된다. 누가 비난할 일도 아니지만, 뭐 특별히 존경할 일도 아니다. 단지, 함께 노력한 만큼 모두 잘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한계이고 구조적 모순일 뿐이니까.
그 자본주의는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지만 인류는 아직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대신할 다른 제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를 선택했던 러시아와 동유럽, 쿠바 등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과 포기를 비교대상 삼아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더욱 굳건히 했고 대안을 찾을 노력은 없다.
그냥 빌게이츠나 워런버핏처럼 인간의 선의, 마지막 양심에 호소할 뿐이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포기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개선이 시급한 것도 사실이다.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부를 독점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 일론 머스크가 삼성이 미국 텍사스에 지어놓고 놀리고 있던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에 앞으로 십 년간 테슬라전기자동차에 소요되는 AI6 맞춤형 반도체 23조 원을 계약했다. 하이닉스와 대만의 TSMC에 끼여 길을 잃었던 삼성전자에 등불을 밝혔고, 다시 7만 전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일론 머스크가 대만의 TSMC가 아닌 삼성을 선택한 이유는 추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호사가들은 벌써 수년 안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냥 ‘그렇고 그렇다‘(It is what it is)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