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적군보다 아군이 더 무서울 때가 있는 법이다

not good, not bad

by 봄날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협상 마감시한 이틀을 남기고 극적으로 합의했다는 특집뉴스를 보았다. 그 내용인즉슨 상호관세 15% 및 금융패키지 2000억 달러와 한국만의 레버리지인 조선협력 1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었다.


트럼프 취임초기부터 일본의 이시바 수상은 특별제작한 황금투구를 갖다 바치고 구애했지만 상호관세 15%와 5500억 달러의 대미투자 및 주식인 쌀을 개방하고 나서야 마무리지었다. 물론 그가 중간에 일본을 깔본다며 큰소리를 친 이후였다.



아쉬운 면도 있지만 칼자루를 쥔 상대가 있는 협상이니 그만하면 ‘not good, not bad’라고 할 수 있었다. 다행인 건 쌀과 소고기의 농축산물에 대한 더 이상의 개방은 없고 잘 지켰다는 점이다. 비상계엄 이후 지난 대선을 앞두고 지금 특검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한 아무개 총리팀이 미국 관료가 밝혔듯 대선에 이용코자 했던 통상협상에 비하면 지금의 통상협상팀에 신뢰가 갔고, 그들은 최선을 다했고 선방한 결과였다.



또한. 일본과 EU에 비해 동등하지만 최소 불리한 조건은 아니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이미 실기한 협상기간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사실, 트럼프행정부가 큰소리치고 있지만 실제 그 협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일본, 한국, EU에 대한 수탈적 통상협상이 전부일뿐이다. 이웃나라 캐나다, 멕시코는 물론 남미의 브라질, 인도 및 특히 중국과의 관세협상은 아직도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개망초


그리고, 상호 무역의 비중도 낮을뿐더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제외 힘없는 동남아시아 및 그 외 나라는 일방적으로 통보해 버린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제 10대 무역강국이 되었으니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처럼 명분만 따지면서 실리를 포기하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서운한 것은 우리와 혈맹인 미국이 통상협상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뿐 아니라 기존 FTA를 깨고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이다. 향후, 미국은 더 거둬들인 관세를 가지고 민생회복지원금으로 미국민에게 인당 600달러(83만 원)씩 지급할 것이란 뉴스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시불 지급과 달리 세계 각국과 벌이고 있는 그 불공정한 통상협상으로 미국의 살림살이가 조금 더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 미국민 개인을 부자로 만들어주거나 그들 자신을 성장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3년 후면 그동안 미국이 세계질서와 세계시장에서 가졌던 리더십을 잃게 될 것이고, 각자도생의 해법을 찾기 시작한 동맹들로부터 그 후과를 돌려받게 될 것이다. 이번 협상처럼 원래 적군보다 아군이 더 무서울 때가 있는 법이다.



제도권 교육의 결과로 미국은 늘 우리를 도왔던 힘 있는 나라이고 존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후 미국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반미 감정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국제관계에서 공정과 정의는 허울일 뿐 국익중심의 관계가 우선일진대, 계속 대학생 수준의 인식에 머무를 순 없었다.


그 미국이 오랜 세월에 걸쳐 오로지 국익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미에서, 중동에서, 아시아에서 부패한 독재정권을 앞세우고 지원하며 나 몰라라 했던 지난 역사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뿐이다. 우리 또한 제주도 4.3 사건, 광주항쟁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비수구미, 강원도 양구


그 미국은 자국의 이익수호를 위해 도왔든, 어쨌든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가 6.25 전쟁을 극복하고 오늘날 이만큼 살 수 있도록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어주었다. 그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데 동의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지금은 지금일 뿐이다.


성조기 흔드는 할배들을 믿고 기회만 되면 철수운운하는 그 주한미군만 해도, 그 공덕으로 우리가 평택에 10조 원 이상을 들여 세계최고의 미군기지를 만들어 제공했으며, 미군 28000명의 임금포함 그 모든 부대비용을 우리가 전부 제공하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의회에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을뿐더러 미국 국익과 미국 방어의 전초기지인 주한미군을 함부로 철수하지 못하도록 얼마 전에는 미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제한과 함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금지를 포함한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주한미군 現 규모 유지'를 담은 美국방수권법안을 하원 군사위에서도 통과시켰을 정도이다. 이쯤 되면 정말 과연 미국이 우리나라를 지켜주기 위해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주한미군기지가 없다면 중국과의 핵전쟁 시 3시간을 날리고 뉴욕과 워싱턴은 초토화된 이후이다.



우리의 아픈 손가락인 북한은 이미 우리와 경제규모가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보통 경제규모가 3배 이상 차이가 나면 한 달 이상 전쟁을 수행하지 못한다. 핵무기만 아니라면 이미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을뿐더러,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의 특검 외환 수사에서 밝혀지듯, 북한 김정은의 관저 상공을 맴돌며 전단을 뿌린 무인기 도발 및 아파치헬기를 휴전선을 따라 북한 GP 옆을 저공비행시켰음에도 겨우 성명 하나만 냈을 뿐, 윤아무개가 기대했던 국지도발은 없었다. 이길 수 없는 전쟁은 하기 싫다는 뜻이다.



아무튼, 요즘 미국은 애증이 교차하는 지점의 경계에 서있지만, 그동안의 양국관계와 우호협력을 감안하면 마냥 미워할 수는 없다. 우리가 이미 겪었듯 지금의 트럼프행정부를 겪고 있는 미국민의 마음을 십 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일로 15년 조금 넘게 미국 파트너와 일했고 뉴욕을 일 년에 최소 두세 번 이상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1기 트럼프행정부가 들어섰을 때 그 미국파트너들, 모두 하버드, 컬럼비아대 출신인 그들의 표정과 실망을 잊을 수가 없다.



그처럼 정치와 경제는 동전의 앞뒷면을 이루고 있는 한 몸일뿐더러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가자 주민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감정을 대안 없이 그대로 표출하며 아무런 힘도 비축하지 않고 그저 테러만 일삼던 지금의 가자지구 하마스정부를 전폭지지했다.


그 결과,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과 달리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은 인종청소의 죽음과 기아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부패한 이전 정부에 대한 반감만으로 무능한 젤렌스키를 전폭지지했던 우크라이나 국민은 언제 머리 위로 미사일이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잠 못 이루고 있다.



우리 역시, 지금은 교도소 바닥에 누운 채 구인을 거부했던 그의 친위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매일매일 그들 부부의 천박한 행태를 뉴스로 지켜보며 치욕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돌이켜 보면 그 중대고비마다 의인들이 있었지만 그나마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우리가 흔히 삼류라고 욕하는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소한 투표할 때 만이라도 빠지지 말고 투표하고, 좋고, 싫고의 감정이 아닌 지성인답게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