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월 속에 있다

산책과 사색

by 봄날

오늘 뉴스를 보니 태평양 건너 미국의 국무장관이 비서와 경호요원에게 애완견을 산책시켜 달라는 갑질을 했다고 난리가 났다. 개도 매일 산책을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매일 산책이 필요한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 속에서 바쁘게 살다 보면 그 중요성을 잊고 산다. 일 때문에 이동하면서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또는 주차장으로부터 목적지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걸어본 경험은 많지만 산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여유롭게 걸어본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면 더욱더 산책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만다.


요즘처럼 신록이 빛나는 오월, 피천득 시인은 ‘오월’이란 시에서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라고 했다. 오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그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가까운 공원이나 아파트 주변의 산을 찾아 산책하다 보면 그 시구절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 그런 좋은 계절 속에 있다. 아무리 바쁘게 살아갈지라도 가끔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던지, 아파트 화단에 꽃처럼 돋아난 연한 새싹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시적 상상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낙우송(메타세콰이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무언가 내 마음과 달리 자꾸 엇나갈 때, 한다고 하는 데도 그 마음을 몰라줘서 서운한 마음이 생길 때가 우리는 산책이 필요한 순간이다. 한 가지 생각을 붙잡고 집착하는 순간 더더욱 그 생각은 중심을 잃어버리고 끈 떨어진 연처럼 멀리멀리 통제 밖으로 벗어나고 만다. 그럴 땐 굳이 산이나 강가가 아니더라도 익숙한 퇴근길에 동네 앞 두세 정거장 전에 내려서 집까지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가 보자. 마음도 조금 정리가 되면서 가끔은 뜻밖의 좋은 생각이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건강과 운동은 덤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는 일상 속에서 똑같은 루틴을 매일매일 반복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이라도 그 루틴이 무너지면 무언가 불안하고 평정심이 흔들리고야 만다. 그런 똑같은 매일의 루틴은 우리의 창의력과 새로움에 대한 발견과 생각을 방해할 때가 많다. 유일하게 루틴으로부터 얻는 게 있다면 그냥 편안한 안심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루틴이 정말 필요한 순간은 골프 칠 때의 루틴이나 야구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 밖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역설적으로 매일의 일상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혁신적인 업무를 하도록 만들어진 조직이나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천천히 생각하며 걷기, 평소에 주의 깊게 보지 못했던 주변의 사물들을 관찰하며 걸어보기 또는 어떤 사색과 함께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여유 있게 걸어보는 것을 산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산책의 사전적 의미는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라고 한다. 산책의 정의가 무엇이든 간에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동네 주변을 산책하거나 가까운 공원을 산책해보면 어떨까 싶다.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 시간 전후의 산책은 책 한 권 읽는 것만큼의 사색을 통하여 우리를 리프레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오면서 해가 길어져서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퇴근 후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가까운 공원이나 동네 산책이라도 나가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지금 연한 녹색의 오월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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