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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n 24. 2020

약간의 비겁함은 샐러리맨들의 가장 큰 무기다

직장생활의 오만과 편견

 

 직장 생활을   가끔은 어쩔  없이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해 조금은 비겁해야  순간이 있다. 특히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면 회사 내에서도 부서 간의 협력과 협조가 필요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회사 내에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우리 회사가  산업군에 속해 있다고 해서 새로운 대세 상품을 개발하거나 또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상품군에 진입할 때는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실무 담당자는 시장조사를 통하여 수집,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근거 있는 자신감과 함께 새로운 시장 진입에 대해 매우 공격적이고 장밋빛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마련이다.


 한편 재무, 관리팀에서는 그 신규 프로젝트의 사업 계획 중 예상 매출 계획과 비용 계획을 매우 보수적이고 때로는 매우 부정적인 관점에서 시작하여 손익 계획을 분석한다. 나라에서도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서로를 견제하고 검증하며 군형을 맞추어 가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최고 의사 결정권자에게 올라가기까지 서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 상당한 이견을 노출하고 때로는 감정적으로 대립하기도 하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해 회사의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가끔은 신규 프로젝트 추진 담당자가 외부 전문 인력을 채용해 진행하는 경우에 더 많은 논쟁과 대립이 상당 기간 이어지기도 한다. 내부에서 선발된 신규 프로젝트 담당자라면 조금 더 수월하게 기존의 회사 내 인맥을 활용하고 또한 약간의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내부 고객을 설득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신규 프로젝트의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업무의 성격과 사내 핵심역량의 존재 유무에 따라 외부 인력 채용과 내부 인력 선발은 그 사업책임자의 통찰력과 리더십에 달려있기도 한다.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사람이 하는 일이란 안 되는 것은 별로 없다. 단지 흥하고 망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신규 프로젝트를 실무에서 추진하는 담당자는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 외부 보단 내부의 관련 부서를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게 더 어려울 때가 많다. 일이 내부의 결재 단계마다 막혀서 속도가 나지 않을 때 그들을 설득하다 지쳐서 관련 타 부서 담당자와 싸움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논쟁으로 치닫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되면 실무 담당자는 자기만이 옳다는 신념과 정의감에 불타 좌충우돌 뛰어다니다 제풀에 지쳐 회사를 원망하거나 관련부서를 욕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무책임하게 중도에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루드베키아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90년대에 출간되었던 천재 개그맨 전유성 선생님의 책 제목이다. 명분과 감정에 치우친 혈기보다는 한 발 물러날 줄 알고, 갈대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운 사고가  우리의 밝은 미래를 만든다. 원대한 꿈을 위해 굴욕을 참고 백정의 다리 밑을 지나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초한 시대 천하통일의 일등공신 한신도 했는데,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못할 게 무엇인가.


 거듭 얘기하지만 회사 일은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나라를 구하는 일도 아니다. 사내 규정이 있을 뿐 삼권분립에 의한 법률적 뒷받침도 없다.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회사를 살리고 미래 먹거리를 개발한다는 대의명분에 둘러싸여 일을 그르치지 말고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회사는 정의를 구현하는 곳도 아니고 평등을 추구하고 법치를 지향하는 곳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는 정해진 그 나라의 상법과 제도 내에서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고, 그 이윤을 재투자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야만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가끔은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있어 사업에 대한 신념과 소신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의사 결정권자나 관련 부서를 설득하고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실력이고 능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내 여러 인맥을 동원하기도 하고, 관련 부서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활발한 토론과 함께 회식이라는 음주가무도 하면서 약간의 회사 생활의 윤활유가 필요할 때가 있다. 사외 고객이나 협력업체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일 때가 있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업무추진비를 제도로서 규정하고 사용한다. 단지 그 업무추진비를 사용함에 있어서 사내 규정과 국가가 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집행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일이 되게 하는 업추비라면 효율적이고 권장할 만한 사항이 된다.


  회사 생활에서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 위, 아래 또는 회사 내, 회사 밖에서 회사를 위해 위기를 돌파하는 순간이라면 조금은 비겁해도 스스로에게 용서가 될 때가 있다. 스스로 선택한 비겁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상사나 동료가 조금은 멋쩍은 아재 개그를 해도 지적질보단 리액션을 해 준다든지, 때로는 대세에 지장 없는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도 말대꾸 없이 일단 실행해 보고 그 문제점을 건의한다든지 또는 사석에서는 회식이나 식사 때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창의적인 아부를 할 때도 있어야 직장 생활이고 사회생활인 거다.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달리 반드시 내 말만이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직 생활에서 때때로 약간의 비겁함은 가진 것 없는 샐러리맨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많아 평생 먹고살만하면 굳이 힘든 직장 생활을 할 필요도 없고,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에서 배운 자아실현은 꼭 직장생활을 통해서 할 필요는 없다. 회사도 취미 생활하듯 일하는 치열함이 없는 사원을 바라지는  않는다. 생계를 위해 돈을 받고 일 하는 치열한 프로다움이 없다면 누군가의 자리를 하나 축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조직 생활의 소신이란 힘이 있을 때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듯이, 먹고살만해야지 직장 생활의 소신도 가질 수 있는  법이다. 그렇지 못할 때의 소신이란 오만, 만용이거나 철없음에 다름이 아닐 수도 있다. 이제 회사 내 고위직에서 오래 생활해 평생 먹고살만하다고, 또는 경쟁력과 실력을 겸비했다고 그 소신이 지나치면 때로는 오만이 된다. 비겁함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많이 오만하면 직장 상사가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많이 비겁하면 동료나 후배들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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