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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삶은 프레임 밖에 있다

맥락이 있는 삶

by 담담댄스



잘난 사람 많고 많지 누군 어디를 놀러 갔다지
좋아요는 안 눌렀어 나만 이런 것 같아서
저기 Instagram, Instagram 속엔

문제야, 문제 온 세상 속에
똑같은 사랑 노래가
와닿지 못해 나의 밤 속엔
생각이 너무 많네 (중략)

부질없이 올려놓은 사진 뒤에 가려진 내 맘을
아는 이 없네, 난 또 헤매이네 저 Instagram 속에서

그래, 너는 요즘 어때? 잠 못 자는 건 여전해
자른 단발이 참 예쁘던데
좋아요는 안 눌렀어 조금 웃긴 것 같아서

- DEAN <Instagram> 中


이상하리만치 사진 찍히는 걸 싫어했다.


흔히 찍는 스티커 사진 한 장 찍어본 적이 없고, 셀카는 진짜 급하게 어디 제출용으로 필요한 경우 아니면 절대 찍지 않는다. 인생 네 컷? 아무리 잘 찍었어도 네 컷 안에 인생컷은 안 나온다고 믿는다.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맛집에 가면 다들 갓 나온 음식 위로 카메라를 올릴 때 음식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접시를 옮기거나 주변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일을 한다. 음식은 먹는 것이니까 시각보다는 미각과 후각으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내 사진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나의 근황 역시 잘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이유는?


하나는 기억보다 늘 앞서 나가는 기록을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 앨범을 별도로 만들기 귀찮아서다.(이건 부계정) 마지막은 남들 사는 게 궁금해서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열등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누구는 좋은 레스토랑에 가고, 누구는 좋은 호텔에 가고, 좋은 카페에 가고, 좋은 미술관에 가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부러운 심보가 참 이상하다. (시간적, 금전적 한계로 엄두가 안나는 것들도 있긴 하다 ㅋㅋ) 실제로 누군가 가본 곳 중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은 따로 찾아가기도 하고, 그 장면을 내 인스타그램에 올려두기도 했다.


한 4~5년 전까지(?) 나름 꽤 열심히 인스타그램 피드를 업데이트했다. 갑자기 인스타그램에 대한 흥미가 짜게 식은 것도 그때부터였다. 어느새 내 피드엔 자연스러운 순간들보다 인스타그램용 사진이 대체해 나가는 비중이 커졌다. 구도와 배치, 보정 중심의 내 피드에도, 타인의 피드에도 약간 지친 것만 같았다. 이왕이면 잘 나온 사진이 낫지만 맥락이 빠진, 순간의 장면이 내게 주는 감흥도 줄어만 갔다.


나와 타인의 그것을 인위적인 삶이라고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 만들어진 음식 한 컷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메뉴를 고민하고, 장을 보고, 재료를 씻고 손질하고, 냄비를 준비해 요리하고, 식탁에 잘 차린다. 맛있게 먹고, 그릇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


챗GPT없이 어떻게 살까…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잡아내는 순간의 캡처는 예쁜 접시에 담겨 깔끔한 식탁을 배경으로 한 음식 사진 한 장이다. 하지만 그 장면 앞에 일어났던, 그리고 뒤에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이 삶에서는 훨씬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락이 담긴 진짜 삶은 정사각형의 프레임 밖에 있지 않을까.


이것은 철저히 나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 여름 휴가지나 주말 나들이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나는 여전히 인스타그램 눈팅 중이다.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는 이들을 어떠한 다른 마음 없이 대단하다 여기며, 전혀 질투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아이 앨범으로 활용하려던 부계정 업데이트가 더디다는 데 있다. 정말 삶은 프레임 밖에 있다. 필요하다면 프레임에 넣으려는 노력조차 부단히, 프레임 밖에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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