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사라진 지금, 꼭 챙겨보는 예능이 있다면 <지구오락실> 정도 됩니다. 재미도 재미거니와 트렌드에 뒤쳐진 아재라 그걸 보면 요즘 친구들이 어떤 주제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대충 감이 오기 때문에 보는 것도 있고요.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에 이르는 출연자들을 아우르고, 때로는 같이 뒤섞여 플레이어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자임하는 나영석 PD의 감과 촉, 통찰력에 매번 감탄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이자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게임이 바로 '인물퀴즈'인데요. 아주 간단합니다. 네 명의 출연자가 연예인 내지는 셀럽의 사진을 보고 3초 안에 이름을 맞추면 통과, 못 맞추면 실패죠. 저는 본방을 볼 때 실제로 출연자들과 같이 이 게임을 해봅니다. 누군지 정말 아는데 이름이 혀끝에서 맴돌 때의 답답함을 같이 느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인물퀴즈는 다른 때보다 아예 모르는 사람이 많더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최근 아이돌, 그것도 남돌 사진이 많이 나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라이즈, 보넥도 다 그룹이름은 들어봤는데 멤버는 진짜 모르겠더군요.
찬찬히 돌이켜 봤습니다. 내가 완벽하다 싶을 만큼 알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마지노선은 어디쯤일까. 마침 <지구오락실>의 출연진 중 한 명인 미미가 속한 오마이걸이 떠올랐습니다. 외모만 보고 좋아했던 여돌은 딱 걸스데이까지 정도였던 것 같고요. 그 이후부터는 노래가 좋으면 걸그룹이라도 찾아 듣곤 했는데 오마이걸이 그랬습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그룹이 떠오르는 상징적인 무드들. 그것이 일관된 그룹들을 참 좋아하는데요. 프로듀서나 작곡가의 영향일 수도 있고, 콘셉트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저는 <비밀정원>을 듣고 괜찮다 싶어서 이후로 쭉 찾아듣다 보니 오마이걸이 참 매력이 많은 그룹이더군요.
매력의 정점에서 만난 노래가 바로 이 <Dun Dun Dance>입니다. 전작 <Dolphin>의 무드를 발전적으로 계승했달까요. 제 브런치스토리 필명을 고민하던 때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됐고, 바로 변주했습니다.
제가 생긴 것과 달리(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모르죵? ㅋㅋ 춤 좋아하게 생기지는 않았을 겁니다) 춤추는 것, 춤 보는 것 다 좋아합니다. 근데 제 춤을 보는 사람마다 표정이나 동작이 좀 과하다는 거예요. 딱 2000년대 꾸러기 감성이라며...... 그래서 언제나 춤출 때는 요즘 느낌으로다가 담백하게, 무심하게 추려고 노력합니다.(또 다른 최애곡, 브로콜리너마저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홍진경의 파리지앵 댄스의 무드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마침 최근 제 삶의 모토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서 담담하게 춤추고 담담히 살아보자는 시답잖은 의미를 담은 필명입니다.
요즘 날씨와도 잘 맞는 청량감 넘치는 노래군요. 비록 제가 따라출 순 없지만 오마이걸의 무대를 보는 것만 해도 참 시원해집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