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 아니에요
여러분들에게만 말 못 할 고민, 비밀을 하나 털어놓으려 한다. (며느리도 몰라, 와이프도 몰라, 엄마도 몰라) 요즘 나를 집요하게 좇아다니는 스토커 때문에 미쳐버릴 지경이다.
에이 설마... 못생겼다면서...
다들 짐작하고 있는 그 마음, 모르는 바 아니다.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제발 믿어주길 바란다. 이 놈의 ㅅㄲ는 생각보다 집요하게 좇아 다니면서 나를 미쳐버리게 만든다니까?!
ㅡ 담담댄스님, 요즘 아침마다 운동하시죠?
ㅡ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ㅡ 아니, 살도 좀 빠지신 것 같고 가방 들고 왔다 갔다 하시는 거 봤어요! 우와 대단하시다~ 어떻게 아침마다 그렇게 부지런하세요?
ㅡ 아유, 아니에요. 그냥 열심히는 하려고 합니다. 하핫, 하하하ㅎ하하핳
무슨 일을 하든 티를 내지 말자고 다짐하건만, 이렇게 알아봐 주는 이들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다. 살을 빼려고 운동을 했는데 살이 빠졌다고 하니 아무튼 기부니가 참 조크든요. 어?! 잠깐. 이 스토커 ㅅㄲ. 언제 왔지?
ㅡ 야, 너, 내가 봤어
ㅡ 뭘 말이냐?
ㅡ 너 오늘 늦잠 자고 헐레벌떡 씻지도 않고 출근해서 헬스장에서 스트레칭만 깔짝 대다가 샤워하고 왔잖아
ㅡ 그게 뭐 어쨌다고?
ㅡ 근데 너 왜 맨날 헬스장 가서 운동 열심히 하는 척하냐?
이 ㅅㄲ, 어떻게 알았지?
그래도 예의는 바르네. 일상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몰래 찾아와 나를 부끄럽게 꾸짖고 사라져 버리는 발칙한 스토커. 사실 한동안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날이 좀 추워져 매트리스에 전기장판을 깔았더니 너무 일어나기 싫은 불아일체 그 마음, 모른다고 부디 나를 외면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맞다. 실은 나, 태생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다. 노력도 재능이라며 한동안 열심히 운동했는데... 제일 좋아하는 잠자리가 바로 공기는 차갑고 바닥은 뜨끈한 그 상태다. 출근하기 싫어 40분은 뭉그적대다 운동은 포기하고, 씻기는 해야겠고... 그런데 칭찬하는 사람한테 굳이 솔직하게 얘기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
ㅡ 담담댄스님, 이거 뭐예요?
ㅡ 아, 네... 케이크인데 집에 가서 와이프랑 애기랑 같이 먹으려고요
ㅡ 어머, 어쩜 그렇게 스윗하세요?
ㅡ 아유, 아니에요. 그냥 카페 온 김에;;;
이런 순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스토커 ㅅㄲ.
ㅡ 야!
ㅡ 또, 왜, 뭐?
ㅡ 지 먹으려고 사놓고선 어디서 션 행세야?
ㅡ 아오, 그냥 좀 넘어가, 넘어가아아!
ㅡ 아니, 그냥 너 먹으려고 샀다 하면 되지 왜 오버야 미친놈아
하여간 넘어가는 법이 없다. 아마 와이프도 이 스토커와 같은 마음일 거다. 정작 집에 오면 아이랑 놀아주는 척하면서 핸드폰만 보고, '이제 그만 잘 시간이 되지 않았냐'며 한창 놀겠다는 아이를 강제로 침대행 시키고, 차려주면 처묵처묵 먹기만 하고. 어차피 저렇게 사온 디저트의 80% 이상은 내 뱃속으로 들어간다.
말로만 다이어트 외치면서 식욕을 참지 못하는 위선자,
그것도 밖에서는 나 먹으라고 사 왔다고 말하고 다닐 텐데...
와이프가 차려주면 맛있다고 말해주는 김낙수 부장이 너보다 나아!
그런 남편이 아니면서. 밖에서는 세상 다정한 남편으로 보이는 꼴이 얼마나 마뜩잖을까.
축하해 스토커야, 너 또 1승 추가했어
ㅡ 담담댄스 작가님, 어쩜 그런 문장들을 쓰세요? 지적이지만 폭력적이지 않고, 날카롭지만 차갑지 않아요
ㅡ 문장이 매끄러워요. 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ㅡ 저는 구조요! 어떻게 그런 구조를 짜시죠? 많이 배웁니다
ㅡ 사색과 사유의 깊이는 어떻고요? 우왕 ㅋ 굳 ㅋ
아유~ 참 왜들 그러세요 진짜 ㅋㅋㅋㅋ 제발 그만(더), 그만(더) 하세요!
ㅆㅂ 깜짝이야. 또 너냐?
ㅡ 에혀... 이젠 말하기도 지겹다
ㅡ 왜 이 스토커 ㅅㄲ야!
ㅡ 좋은 말로 할 때 너 솔직히 말해라
ㅡ 또 뭐~
ㅡ 너 뭐 돼? 무슨 니가 대단한 문장가야? ㅋㅋㅋㅋㅋㅋㅋㅋ
ㅡ 아이 씨... 나도 알아
ㅡ 솔직히 너 막 쓰잖아
ㅡ 그렇지
ㅡ 누가 보면 엄청나게 괴로워하면서 쓰는 줄 알겠다 이놈아.
그리고! 니가 임진모야? 차우진이야? 같잖게 음악은 무슨 ㅋㅋㅋ 너보다 음악 많이 듣고 깊게 아는 사람들도 함부로 글 안 써 인마
ㅡ 그만 패라고 했다......
내 글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을 때면 '그럴 리가 없다'는 마음과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속물인지라 '그럼 그렇지'라는 마음도 스멀스멀 생겨난다. 그런데 내 글은 수준은 차치하고, 그런 평가를 받을 만큼 고뇌의 산물이 아니다. 이런 주제에 글을 어떻게 쓰면 좋고, 어떻게 쓰면 잘 읽히고, 문장은 쓰는 게 아니라 찾는 것이라는 둥 블라블라~ 척하지만 그래서일까. 진심 어린 칭찬의 문장들이 댓글로 달릴 때마다 솔직히 민망하고 괴로운 마음이 든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브런치 활동을 재개할 때, 음악 관련 글은 가급적 쓰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개가 ㄸ을 못 끊듯 글감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음악을 찾았다. (나는 개가 맞는데 음악은 ㄸ이 아닙니다;;) 지극히 대중적인 취향인데, 얼마나 대단한 비평을 하고 대단한 추천을 한다고. 이따금 동료 작가님들이 음악에 대한 애정과 깊이를 보여줄 때면 그동안의 내 저작물들이 참을 수 없이 하찮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쓰지 않으면 풀 수가 없다. 응어리? 울분? 끼? 아이디어?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 손가락을 놀리게 한다. 나의 이런 은밀한 속사정을 유일하게 아는 건 아마 그 스토커밖에 없을 거다. 아마 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스토커 역시 죽지도 않고 내 옆에서 나를 괴롭히겠지.
한동안 저작활동이 뜸했던 것은 이 스토커 때문이었다.
나는 오늘 큰맘 먹고, 이 스토커를 신고하려고 한다. 이 녀석, 몇년 형을 살게 되려나. 사실 이 글도 스토커가 자기가 잡혀 들어가는 대가로 나의 추악한 민낯을 만천하에 공개하라고 협박해서 쓰고 있는 거다. 아직도 두렵다. 이 녀석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라도 하면 조만간 내 저작활동에 또 지장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여러분도 조심하라고 스토커의 이름을 공유한다. 외자다. 성은 현, 이름은 타. 영어 이름은 Meta라고 하니, 혹시라도 만난다면 조심하길 바란다.
*글의 재미를 위해 스토커라는 표현을 썼지만, 스토킹은 엄연한 범죄입니다. 모쪼록 불편하셨을 분들에게는 진심으로 양해와 사과를 구합니다.
댓글창을 열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열어 둡니다. 비난도, 위로(못생긴 거는 제외 ex_아유, 얼굴이 그래서 어째요 ㅠㅠ)도 여러분들의 마음일 테니, 그리고 때때로 현타가 찾아왔다면 마음껏 공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