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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를 하나 이뤘습니다

인터뷰이 돼 보기

by 담담댄스

인터뷰에 대한 애정은 숨겨본 적이 없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의 태도를 시전하지만, 그렇다고 이따금 주목받는 것조차 꺼리지는 않는 희한한 관종력의 소유자다. 그래서 브런치에서도 무명작가의 스탠스를 유지하면서도 누군가 책 한 번 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남북통일보다 더욱 간절히 기다리며 써제껴내려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의심이 많아 절대 보이스피싱은 안 당할 것 같지만, 책을 내준다며 접근하는 협잡꾼들의 꾐에는 홀라당 넘어갈지도 모른다 ㅋㅋㅋ


마침, 최근에 의심병이 발동한 사례가 있었네. 아니 글쎄, 요즘 내 브런치 차애 작가님인 한이람 작가님이 뜬금없이 메일을 보낸다는 거다.


어? 이런 식으로 친해진 다음에 보험계약서나 카드신청서를 들이미는 거지? 나를 뭘로 보고 말야!

아니면 평소 글재주를 눈여겨봤다면서 '부업으로 블로그 한 번 해보시겠어요?' 마케팅에 동원시키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둘 다 아니었다. (서운함에 입이 댓 발 나온 이람 작가님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네 ㅎㅎ) 몹시도 달콤한 제안이었다. 그 제안 덕분에, 관심받기는 싫지만 주목받는 건 싫지 않은 미친 자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방금 실현됐다. 바로 인터뷰이가 돼 보는 것이다.


고민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구독자 140 따리의, 성공은커녕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취도 없는 무명작가의 이야기를 대체 누가 궁금해할 것인가. 전문성도, 그렇다고 문학성도 없는 내 글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말하기도 지겨운 메타인지를 돌려보니 내 인터뷰가 많은 작가님들의 저작 활동에 무슨 쓸모가 있을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뭐 대답할 만한 썸씽도 별로 없어 보이고 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종은 한 번 해보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어차피 망해도 해이 작가님만 피 보는 거지 뭐 ㅋㅋㅋㅋㅋㅋ


인터뷰를 통해 내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고, 내 문장은 어떤 면에서 좋거나 부족한지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아가 내가 보지 못한 또다른 나를 발견하는 재미에도 욕심이 났다. 그렇게 인터뷰를 수락하고, 해이 작가님의 질문지를 받아 들었다.







인터뷰의 알파와 오메가, 에브리씽은 인터뷰이에 대한 관심이다. 이제 나는 황송하게도, 자랑스럽게도 그 관심을 받아본 것이다. 해이 작가님의 질문들을 보면 내가 추앙해 마지않는 김혜리, 김지수, 김현정과 같은 인터뷰어와 같은 반열에 올려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를 앞두고 내 글의 리스트를 찬찬히 살펴보니 177개, 오지게 많이도 썼다. 대부분의 글들이 읽으나마나 한 잡문인 것을, 이 사려 깊고도 살뜰한 인터뷰어는 우직하게 읽어 내려간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받을 수 없는 퀄리티의 질문을 받았다. 어떤 질문은 질문 자체가 압도적인 콘텐츠이기도 했다. 어떤 질문에는 골대 바로 앞에서 골키퍼까지 제치고 패스를 받은 수준으로 실제의 나, 실재하는 나보다 더 그럴듯한 사람처럼 돋보이는 장치들도 있었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시나


가 절로 나오게 만들면서도, 답변을 작성하는 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집중하고도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인터뷰는 그 어떤 콘텐츠보다 다정한 콘텐츠라는 믿음이 있다. 어떤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에게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며, 또 다른 인터뷰어는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통찰, 숨어 있던 진실을 알려 주려고 무던히 애쓴다. 그래서 인터뷰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인간을 위한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다.


상대방에게 던질 수 있는 좋은 질문 하나를 만들기 위한 섬세하고도 치열한 고민보다 더 큰 존중은 없으리라 단정지으며. 애정과 에너지 총량의 법칙에 근거해 수많은 인터뷰이를 위해 자신의 애정과 에너지를 남김없이 써버린 위대한 인터뷰어, 해이 작가님에게 무한한 영광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유영하듯, 수많은 글감 속에서, 영원히 빛나는 문장을 찾아 헤매는 그녀의 저작 활동에도 합당한 행운과 그녀가 원하는 '작가로서의 명확한 입지'가 뒤따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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