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오히려 좋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나가는 대한민국 선수단 화이팅!

by 담담댄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당장 모레 동계올림픽이 열리는지 아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브런치 주요 유저 특성을 감안해 보건대 아는 분이 10%도 안 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종류의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이번 동계올림픽이 정확히 언제 열리는지 이 글을 쓰려고 준비하며 알게 됐다. 왜였을까. 문제는 역시나 홍보다.


언제부턴가 주요 리그나 국가대항전 경기를 지상파로 시청하기 어려워졌다. 이유는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다. 현재 주요 국제대회 이벤트 중계는 jTBC가 선점한 상황이다. 당장 동계올림픽부터 2032년 브리즈번 하계올림픽까지, 월드컵은 2030년 모로코-스페인-포르투갈 대회까지 jTBC가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상황인데, 정확한 중계권료는 대외비지만 추정컨대 올림픽은 2억 3000만 달러(약 3100억 원), 월드컵은 2억 7000만 달러(약 37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jTBC는 일단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후, 지상파 3사와 재협상하여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를 희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상파 3사의 시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주최 측과 협상 기술을 발휘해보지도 못한 채 터무니없이 중계권료만 높여놓은 원흉으로 jTBC를 지목하고 그 제안을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새다. 아무리 유튜브, OTT가 대세라지만, 그래도 지상파 3사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때리지 않으니 대중들은 결국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은커녕,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리고 ㅋㅋㅋㅋ 순전히 뇌피셜인데 '코르티나담페초'라는 지명도 한몫하는 것 같다. 아무리 해외에 관심이 없지만 축구 구단 연고지나 그간의 국제대회 개최지를 들어봤기에 웬만한 지명은 익숙한데, 이탈리아의 소도시 '코르티나담페초'는 난생처음 들어봤다.


예전이야 올림픽,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이 국가경제와 브랜드 신인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지만, 최근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유치를 꺼리는 분위기다. 그나마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다는 2018년 평창올림픽만 봐도 대회 직후 400억 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알려졌으며(이것도 선방한 거라고 한다 ㅎㄷㄷ), 사후 경기장 활용 등 운영비를 감안하면 2024년 기준 누적 적자 역시 350억 원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도시 간, 국가 간 공동개최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아니면 2020년 도쿄 올림픽, 2024년 파리 올림픽, 2028년 LA 올림픽 같이 예전에 큰 대회를 개최해 봤던 곳에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최소한의 추가 비용으로 대회를 치러내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당최 '코르티나담페초'는 줄여 부르기도 어렵고 입에 붙지 않는다. 다들 그냥 '밀라노 동계올림픽'이라고 부르는 것 같긴 한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동계올림픽을 시청할 예정이다. 바로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에 빛나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 선수다.



요즘은 배드민턴의 안세영 선수가 GOAT(Greatest Of All Time)라지만, 최민정 선수도 못지않은 현재진행형 레전드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 전인미답의 동계올림픽 3연패(쇼트트랙 1500m)에 도전한다. 못해도 전혀 상관없다. 후회 없이 질주하고 왔으면 좋겠다.


내가 그녀의 팬이 된 순간은 이 장면을 보고 나서부터다.



보기에 엄청 쉬워 보이지 않은가. 아니다. 보기에도 어려워 보인다. 딱 열 번만 따라해 보시라. 그날 내내 어기적대며 잘 걷지도 못할 것이다. 작은 체구에 저렇게 탄탄하고 굵은 허벅지 근육은 볼 때마다 감탄스럽다. 그리고 저런 숨은 노력이 있었으니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폭발적인 아웃코스 추월*이 가능했을 것이다.


*쇼트트랙은 생각보다 몸싸움이 많고 심판 재량으로 실격 여부가 결정되는 스포츠다. 요즘 세대는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는 모두 2002년 김동성 - 안톤 오노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쇼트트랙 레이스에서 초반에 체력을 아끼려 후미에 있던 선수들이(앞 선수들이 바람의 저항을 막아줘 경기 중 체력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추월 경로를 인코스로 선택할 경우,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생길 수밖에 없고 파울을 얻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안전하게 아웃코스 추월을 선택하...고 싶겠지만 주행거리가 늘어나므로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단련된 허벅지 근육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지구력이 있어야만 아웃코스 추월에 성공할 수 있다.


독보적인 경지에 오른 사람을 보면 그 결과 때문이라기보다 그 결과를 이루기까지, 보이지 않은 과정을 짐작하느라 절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일반인이라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바벨 스쿼트와 점핑 런지를 몇 시간 동안 며칠, 몇 달을 반복해야 비로소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보았기에 나는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그녀의 1500m 금메달보다 먼저 열린 1000m 은메달이 훨씬 값지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 눈물이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워서 우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알고 있다. 너무 잘해서, 잘 버티고 견뎌준 스스로가 대견해서 흘린 눈물이라 더욱 감동적이다. 그리고 이 눈물의 서사는 이후 열린 1500m 올림픽 2연패 달성 후 환한 미소로 마무리된다. (*표지 이미지 참고)







애초에 글을 쓸 마음이 없었지만, 오늘 글의 영감을 준 것은 바로 이 사진 한 장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감정 경험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용서'를 꼽겠다. 용서로 향하는 길은 그 어떤 길보다 고난스럽고, 과정은 고독하며, 몹시도 고된 여정이다. 그 지난한 여정 속에서 빡센 훈련이 가져다준 근육통보다 몇 배는 심한 통증에 시달렸는지도 감히 짐작할 수 없다.


최민정 선수는 아마도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이번 무대에서 그 어떤 여한도 남기고 싶지 않은 것만 같다. 어쩌면 나는, 아마도 그녀는 1500m 3연패보다 원팀으로 일궈낼 3000m 계주 우승을 강력히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올림픽 무관심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그녀뿐일 것만 같다. 최민정 선수는 물론이고, 모든 대한민국 선수단이 다치지 않고, 후회 없이 실력을 발휘하고 오길 바란다.